[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사법정의에 대한 조종” “사법부와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 “언론에 재갈 물리는 악성 판결” 등 온갖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08년 사장이 정권의 낙하산이라며 반대투쟁을 주도한 핵심 인물 3인을 해고한 YTN 조치에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언론노조 측이 쏟아낸 비난들이다. 개중엔 이런 발언도 있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자신의 SNS에다 “대법원이, 거듭하여 불의한 다수의 손을 들어주고 권력의 눈치를 살펴 그 뜻을 따르며 억울하고 힘없는 이의 눈물을 외면할 때, 그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러 면에서 국운이 다한 것 같다는 여러 분들의 탄식을 접했지만, 오늘은 정말 대법원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탄식을 한다”라고 썼다. 최근의 쌍용차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 엮어 대법원을 비난한 것이다. 하지만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다.
대법원의 판결 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사 몇 개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징계대상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에 방송의 중립성 등 공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담겨있더라도, 경영진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원고들의 행위는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의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고가 확정된 노종면 기자 등이 공정방송 쟁취와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명목으로 사장 선임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출근을 저지하고, 인사위 개최를 방해하고 인사명령과 업무를 거부하고 심지어 급여 결재 방해까지, 경영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들을 직접 침해한 이러한 행위들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강조한 것은 “명분이 좋다고 수단과 방법까지 다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 공정성과 낙하산 사장과의 인과 관계
“그런 행동에 이르게 된 경위는 따지지 않은 채 결과만 중시한 것”이라고 비판한 한겨레신문처럼 일부 언론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궤변과 감성적 논리로 선동한다. 공익을 위한 활동이라고 명분만 내세우면 마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살인자에게 살인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궤변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런 행동에 이르게 된 경위를 따진다면 이 세상 어떤 악행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언론노조 측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비난하지만 오히려 거꾸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당화시키는 언론노조 측에게 민주주의란 수단과 방법의 문제라는 점을 대법원은 확실히 인식시켜줬다. 민주주의를 편리한 대로 해석하고 써먹는 세력에 의해 훼손되고 타락해가는 민주주의의 참 뜻을 되새겨준 것이다. 언론노조가 툭하면 외치는 언론자유 수호라는 명분이 마음껏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면허증은 아니다.
구본홍씨가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기 때문에 방송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에 처했기에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따지고 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실현되지도 않은 ‘그럴 가능성’ 때문에 벌인 불법적 행위들을 정당화하는 것도 궤변일 뿐 아니라, 방송이 정권과 가장 밀착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만 돌이켜봐도 알 수 있다. 그 당시 편파 방송의 절정기를 이끈 MBC의 사장은 노 대통령과 직접적 관련이 없었던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였고, KBS의 사장은 정연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었다. 한국언론학회가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었다고 지적할 정도로, 실제 방송이 편파의 극치를 달리던 시절은 누구의 특보 사장, 누구와 친한 사장 시절이 아니라, 이렇게 정권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인물들이 사장이 되어 언론노조와 좌파진영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였을 때였다. 이는 방송의 공정성 여부가 방송사 사장이 대선캠프 출신이냐 아니냐와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대법원 판결이 주는 준엄한 경고, ‘언론노조의 자기반성’
필자는 언론 공정성 수호를 위해서는 어떤 행위도 옳고 정당하다는 언론노조와 야당 그리고 일부 언론의 그릇된 사고방식과 오만한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YTN 노조는 정권 마다 실세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줄을 대고 정치행위에 올인 했던 전력도 있다. 그런 노조가 전 정부 때 대통령과 가까운 이가 사장이 됐다고 유독 공정방송을 지키겠다고 막장 투쟁에 나선 것도 위선적이다. 일반 서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락한 환경 속에서 막강한 언론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회사와 투쟁할 때만 “억울하고 힘없는 노동자”가 되는 언론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반 국민의 인식이 어떤지도 좀 알았으면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YTN 노조보다 훨씬 지독하고 심했던 MBC 언론노조의 소송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다. 법과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문진 최강욱 이사는 “대법원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비난했지만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다고 위법적, 초법적 행위까지 정당화해주는 대법원이라면, 그런 대법원이야말로 나라를 망칠 원흉이 될 게 틀림없다. YTN 언론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나 MBC 언론노조의 파업 투쟁이나 모두 허울 좋은 기만적 행위라는 점은 이미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공정방송 수호와 언론자유 수호라는 구호도 실은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보수우파 정권을 반대하는 구실이자 기득권 수호 논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간의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노조의 위선과 모순으로 드러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언론노조는 얄팍하게 국민 감성을 자극할게 아니라,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진정한 방송 공정성과 언론자유는 언론노조의 뼛속까지 찌든 정파주의와 오만, 독선을 벗어던졌을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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