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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우물 안’ 언론인과 미국의 프로 언론인

미국에 비해 ‘과보호’ 받는 한국의 방송사 언론인들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온갖 기사가 넘치는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가끔 해외 토픽으로 세계 언론인들의 해고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 중에는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당한 사례도 적잖다. 우리의 언론이 흔히 언론자유의 천국쯤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이런 해고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도 모순적이지만(실제 미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의외로 높지 않다) 그만큼 대한민국 언론인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도 새삼 느끼게 해준다. 특히 MBC의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놓고 ‘최악의 언론탄압’ ‘부당인사’ 등으로 묘사하며 MBC의 조직개편에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이들을 보면 미국 등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언론인 해고 사례는 또 어떻게 용케 참나 싶다. 물론 자신들과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일이라 생각했으니 그렇겠지만 말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떠들 때마다 해외 사례를 끌어들이기 좋아하는 이들이 정작 해외 언론인들의 해고에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한국이라면 당연히 ‘부당해고’ ‘언론탄압’으로 노조와 온갖 집단이 들고 일어날만한 일이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작년 4월 초 연합뉴스가 전한 해외 뉴스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 미국 지역방송국 KFYR-TV 주말 저녁 뉴스 앵커로 발탁된 신입 앵커가 첫 방송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긴장한 입을 풀기 위해 원고를 읽으며 욕설을 했다가 다음날 해고당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실수를 가지고 해고까지 한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해고당한 신입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실수를 교훈 삼아 더 나은 모습으로 방송계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단다. 2013년엔 이런 일도 있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의 정규 리포터로 활약했던 한 여성은 북미 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시카고 블랙호크스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하던 중 한 말실수를 계기로 해고됐다. “블랙호크스는 정규시즌 동안 엄청난 성공(success)를 세웠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석세스를 ‘섹스(sex)’로 발음했기 때문이란다. 실수는 즉각 전파를 탔고, 미국판 네티즌수사대에라도 걸렸는지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드러나 결국 해고됐다.

비상식적인 해고 비일비재한 미국에서 최고의 언론인들이 나오는 모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와 관련해 우리에게 익숙한 해고 사례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인 KTVU는 여객기 조종사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담당 PD 등 3명을 해고했다. 사실 뜯어보면 이들에겐 변명의 여지도 있었다. 애초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섬팅웡(Sum Ting Wong·뭔가 잘못됐다)', '위투로(Wi Tu Lo·너무 낮게 날다)', '홀리퍽(Ho Lee Fuk·이런 젠장)' 등 의도적으로 비하의 뜻을 담은 이름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부터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건 NTSB의 인턴 직원이었고 물론 그 인턴도 해고됐다. 해고된 담당 PD들이 할 말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팩트 확인을 하지 못하고 비하 발언을 한 책임은 해고 통보를 받음으로써 지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 공영방송 소속의 기자와 PD들이 개인 SNS나 공적 언론을 통해 자신들이 반대하는 인물들을 향해 툭하면 극우니 친일파니 명예훼손성 발언을 하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를 향해서도 비하성 발언과 편파적인 보도를 하면서 해고는커녕 징계조차 제대로 안 받고 안락하게 잘 살아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州) 지역방송 NBC10(WJAR-TV)의 한 여기자는 올 초 생방송 뉴스를 전하면서 물구나무서기 등 튀는 행동을 자주한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에 따르면 그 장면을 본 해당 방송사 선배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방송사를 더럽힌 행위”라는 글을 게재했고, 물구나무서기 장면이 보도된 후에도 “TV 기자들 중 대중의 관심을 유난히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프로정신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많은 기자들을 욕되게 한다”라는 글을 게재해 해고된 여기자의 행동을 비판했단다. 뉴스를 전하면서 점잖지 않게 튀는 행동을 자주한다고 기자가 해고당하는 미국의 현실을 보면, 반년 간을 파업으로 지새우며 온갖 패악과 민폐를 끼치고도 대다수가 멀쩡히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언론 현실이 마치 천국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정서와 상식으로 볼 때 너무한 해고들이 비일비재한 미국에서 퓰리처상이 만들어졌고,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자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와 비교해 참으로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조직개편, 인사발령 하나에 세상 떠나가라 곡소리나 내는 아마추어들

작년 7월에 한국기자협회는 ‘MBC, 얼마나 더 망가질 것인가’란 제목으로 필자와 같이 미국 방송사 해고 사례를 들어 문재인 의원의 변호사 겸직 오보 당사자들을 징계하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MBC와 김종국 사장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김종국 사장이 MBC의 저널리즘을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꺼낸 이야기였다. 그동안 MBC의 다른 왜곡 보도에는 별 관심이 없던 한국기자협회가 유독 문재인 의원 관련 오보에만 발끈하며 물 건너 해고사례까지 언급한 자체가 노골적인 정파성을 드러낸 것이지만 일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같이 허위사실을 보도했을 경우 좌우와 이념을 떠나 방송사는 엄격히 징계해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언론자유를 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사들의 기자·PD 해고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방송사 언론인들이 얼마나 많은 보호를 받고 있는지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다.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하나에 온갖 형용사를 붙여가며 부당인사라고 거품을 물기 전에 본인들이 얼마나 언론인다운 모습으로 공평무사하게 일해왔는지부터 살펴봤으면 한다. 해고를 당하고도 “더 나은 모습으로 방송계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미국의 기자와 같은 프로페셔널 한 모습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복직시켜주지 않는다고, 원하는 부서에 배치시켜주지 않았다고, 언제까지나 빛나는 주연으로 매스콤의 조명을 받아야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업무를 빼앗았다고, 어딜 가나 자신이 일하는 회사를 욕하기 바쁜 유아적인 모습은 그만 봤으면 한다. 현재 MBC의 뉴스와 미래비전을 지지하는 시청자 국민에게도 할 도리가 아니다. “마음 흔들던 MBC는 없다”며 한겨레신문이 비난 기사를 쏟아내 봐야 국민 다수의 마음을 흔들진 못한다. MBC 문제는 MBC 내의 언론인들이 정직하고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변화할 때 해결이 가능하다.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하나에 세상이 떠나가라 곡소리나 낼 때가 아니란 얘기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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