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MBC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때 언론노조 측의 흔한 착각 가운데 하나가 현재보다 과거의 공공성이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뛰어났다는 주장이다. 콕 짚어 말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미디어비평>과 같은 프로그램이나 이명박 정부 때의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방송국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대여해 사용함으로써 공공성이 의무화되고, 방송이 제한되어 있는 전파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운용되기 때문에 강력한 공공성을 발휘하도록 규제돼야 하며, 정부에게는 방송을 국가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근거가 주어져 있다. 또 재정적 부담이 궁극적으로 국민에 의존하므로 방송은 국민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고, 방송이 국민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방송의 내용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와 정권 고발 프로그램, 그것도 특정 정치·이념세력과 그들을 지지하는 일부 소수 국민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아무런 제약 없이 간섭 없이 만들 수 있어야 마치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왜 새빨간 거짓말인지 여기에 잘 나와 있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공공성 파괴 사례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다뤘다는 점에서 물론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방송의 공공성’ 면에서는 최악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보도 내용 가운데 주요 사실이 허위로 드러났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보도해 과잉의 공포감을 심어주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손실이 대단히 컸던 프로그램이었다. 대법원이 언론의 자유와 보도 아이템의 공공성을 이유로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하늘을 찌르는 적개심”으로 제작됐던 광우병 보도는 근본적으로 특정 정치·이념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됐다는 점에서 국가이익에 반한 공공성 파괴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좌편향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방송의 공공성은 또 어땠나. 북한에 의해 대한민국 해군 고속정이 침몰하고 24명의 사상자를 냈던 2002년 서해교전 사태를 MBC는 어떻게 보도했나.
2003년 3월 9일 방송됐던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NLL과 서해교전’은 서해교전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우리 어민들의 월선(越線)을 방치한 우리 군의 잘못으로 돌렸다. 당시 MBC의 정부 유착 방송과 좌편향 방송을 반대해 ‘안티MBC’란 시민운동을 이끌던 한 인사는 MBC가 “12해리 영해를 인정하는 새로운 해양법에 의해서 따져보면 북한이 ‘자기마당’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은 북한 영해일 수 있고, 따라서 NLL을 사수하겠다는 우리 군의 입장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이를 굳이 고수하겠다는 방침이 서해상에서의 긴장이 조성되고 교전이 일어나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며 “MBC가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반역적인 방송을 했다”고 성토한 일도 있었다. 우리 영토를 사수하겠다는 군을 비난하는 방송을 만든 게 당시 MBC였다. 방송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PD와 기자들이 ‘반역적’ 프로그램을 버젓이 만들어도 방송국이나 정부나 그 어떤 제재나 반대도 없었던 게 당시 MBC의 현실이었다.
간단히 이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MBC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현재 MBC의 공공성이 최악이라는 주장이 왜 거짓말인지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면은 있다. MBC가 국민을 위한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을 위해선 적극적으로 나서며 공공성의 일부를 만족시키는 면은 있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시사교양을 적극 다루지 않는다는 약점은 있다.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사를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어떤 프로그램도 만들지 않는다. 아니 만들고 싶어도 만들 인력이 MBC엔 없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언론노조의 극렬한 반대와 방해로 만들 수 없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 MBC의 경영진은 강력한 언론노조에 눌려 고작해야 시사교양쪽에서 과거처럼 일방적인 좌편향 프로그램이나, 반역적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론노조가 공공성이나 공영성을 빌미로 진짜 ‘방송의 공공성’을 파괴하던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만족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디어공공성포럼 주최
필자가 굳이 ‘방송의 공공성’을 이렇게 따진 건 며칠 전 미디어공공성포럼이란 곳이 주최한
이 토론회가 더 한심한 건 결국 결론이란 게 MBC 노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내부에서 반발하면 외부에서 같이 움직여주겠다는 식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회사에 적극 대응하면 외부에서도 동조해주겠다? 이게 MBC의 공공성을 위한 일인가? MBC가 분열을 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이것이야말로 MBC 편가르기와 분열조장이 아니고 뭔가? 언론노조와 그들의 내부 싸움을 부추기는 ‘외부세력’이 한 일이라곤 옛날부터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정치세력과 세력간의 싸움을 부추기는 일 뿐이었다. 늘 MBC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핑계로 벌인 일이었다. MBC의 공공성을 말하고 실현하려면 독선과 이기심을 버리고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 다수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의만이 옳고 국민은 무지하다는 오만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려야 한다. 그런 오만에서 ‘무지한 국민’을 가르치려던 게 갖가지 허위와 왜곡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각종 선동프로그램이었다. MBC의 공공성은 과거의 그림자를 지우는데서 시작한다. MBC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데서 시작한다. 현재 MBC는 그런 노력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MBC의 공공성 실현을 정말로 막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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