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언론노조 측에 따르면 KBS 조대현 사장이 현재 올 7월에 취임 공약으로 내놓은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9월 <가이드라인> TF를 구성하고 이달 중으로 초안을 작성하여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친 뒤 올해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내년 1월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측은 “고작 3개월 남짓한 기간 안에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셈”이라며 “더구나 제작실무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들의 비판에도 설득력이 있다. 언론노조 측 주장대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공정보도 일반기준>, <방송강령>, <단체협약>, <편성규약> 등 공정방송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규정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데도 새삼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많이 만들어도 결국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이듯 공정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한 보도를 하도록 실제 제작하는 일선 기자와 PD 그리고 경영진이 함께 노력할 문제이지 단순히 제도를 만들고 규제한다고 공정보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KBS에서 잔뼈가 굵은 조대현 사장이 모를 리가 없다. KBS 보도와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실제 제작자들인 기자와 PD들이 현재처럼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특정 이념과 특정 정치진영의 언론 전위부대처럼 활동하는 현실을 방치해선 많은 국민이 바라는 공정보도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조 사장은 최근 이루어진 인사에서도 자신의 측근을 주요 보직 곳곳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길환영 전 사장 퇴출을 위해 파업 등에 앞장섰던 언론노조 측 인사들 역시 부활시켜 현업에 복귀시켰다. 자신의 측근들을 자리에 앉히기 위해 언론노조 측의 눈치를 봤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조대현 사장, 언론노조 제작거부·파업기간 임금 지급했다면 심각한 문제
조 사장은 인사를 통해 KBS 공정보도를 위해 거르고 퇴출해야 마땅할 인물들에게 다시 칼을 쥐어 준 셈이다. 이러고도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니 누가 조 사장의 작금의 행위가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겠나. 당연히 문창극 왜곡보도로 국민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쇼’로 밖에 비치지 않는 것이다. KBS의 공정보도를 이루겠다는 조 사장의 발언이 진심이라면 지금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은 채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또 만들겠다고 할 게 아니라 KBS 시사보도를 책임지고 있는 현직 기자와 PD들의 불공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언론노조의 태생적 한계와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노동자 세상을 목표로 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소속 지부 노조를 고집하는 한, 마치 특정 정치진영의 언론 전위부대처럼 뛰며 공영방송인 KBS의 내부 시사보도를 장악하고 있는 한 공정보도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조 사장이 할 일은 그런 언론노조의 문제와 함께 공영방송의 방만한 경영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기본적인 공정보도도 못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의 절반 가까운 직원들이 대다수 국민들은 꿈도 못 꾸는 1억원 가까운 고액 연봉자라는 사실을 도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특히 KBS 기자와 PD들은 정치공작에 가까운 김시곤 사태를 일으켜 길환영 전 사장의 퇴출을 요구하면서 제작거부와 파업으로 일관했다. 5월 29일 파업 시작부터 길 사장이 해임되면서 파업을 풀 6월 5일까지 비록 8일간이지만 반드시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이 지켜졌어야 했다. 하지만 제작거부 기간을 포함해 파업 기간의 임금 부분에서 KBS가 이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세계 어떤 선진국도 일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일이 없다. 외국은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만일 파업을 하더라도 노조 스스로 해결할 뿐 회사에서 임금을 받거나 회사가 알아서 임금을 지급하는 일은 없다. 오는 KBS 국정감사에서는 KBS의 악의적이고 악랄한 왜곡보도 사례가 반드시 지적돼야할 뿐 아니라 길환영 전 사장 퇴출을 위한 노조의 파업과 임금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KBS 공정보도는 언론노조 부조리 들춰내 개혁해야 가능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8일 MBC 대주주인 방문진 김재우 전 이사장이 사퇴한 당일 법인카드를 썼다고 “횡령”이라며 “사퇴 직후 더 이상 이사장이 아니면서도 업무추진비 한도를 채우기 위해 백화점에서 200만원을 쓴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부패한 공직자의 모습”이라면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호들갑을 떨며 비난을 퍼부었다. 마찬가지로 KBS 언론노조 역시 제작거부와 파업 기간 동안 임금을 다 받았다면 조대현 사장 역시 KBS에 심각한 손실을 끼친 셈이다. 더욱이 그 파업은 사실상 특정 정치진영을 위한 성격의 파업이다. 국민에게서 악착같이 받아가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이런 식으로 사장과 직원이 알아서 끼리끼리 봐주고 고액 연봉을 챙겨가며 귀족노릇을 하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 미방위 조해진 의원 등은 오는 국정감사에서 KBS로부터 반드시 이와 관련한 자료를 받아 파업 기간 동안 KBS 조대현 사장이 노조에게 제작거부 및 파업 기간 분 임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따져야 할 것이다.
KBS의 공정보도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공정보도 제작가이드라인을 또 하나 만든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조대현 사장이 공정보도에 대한 진심을 증명할 방법은 하나 뿐이다. 언론노조 정체성 문제제기와 KBS 방만 운영 개혁이다.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길환영 전 사장 퇴출 공작에 대한 진실규명, 그리고 언론노조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킴으로서 준조세인 국민의 수신료를 흥청망청 쓴 사실이 없는지 국민에게 사실대로 증언하고 반성한 뒤 개혁에 나서는 길 뿐이다. 이 작업 없이, 이 작업에 대한 선언 없이 조 사장의 공정보도 주장은 허언에 그칠 뿐이다. KBS 조대현 사장과 언론노조가 스스로에게 공정하지 못하다면 KBS에 대한 불만이 큰 국민 역시 설득할 수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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