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72개 정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오는 7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다. 21일에는 MBC와 코바코, 22일에는 KBS, EBS가 예정돼 있다. 야당은 이 시기를 잔뜩 벼르고 있다. 언론보도와 소식통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MBC 안광한 사장, KBS 이인호, 김시곤 전 보도국장, EBS 이춘호 이사장 등을 증인 및 참고인 신청을 했단다. 야당이 들고 나올 문제는 빤하다. MBC에 대해선 언론노조 파업과 관련해 해고자들 복직 문제와 세월호 관련 보도 등을 문제 삼을 것이고, KBS는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과 길환영 사장 당시 청와대의 보도개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온갖 트집을 잡을 것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출석시켜 그로 하여금 청와대가 KBS 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확정 사실로 만들기 위해 갖은 공세를 펼 것이다.
국정감사가 국민의 기대와 다르게 형식적이고 정략적인 도구로 전락한지는 오래된 것 같다.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정부 기관의 예산 집행과 활동 내용을 꼼꼼하게 감사하여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한다는 본래 취지는 그저 법의 문구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국정감사와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바쁜 기업인들을 잔뜩 불러다가 호통치고 망신을 주는 식으로 골탕을 먹이면서 뒤로는 사리사욕을 채운다거나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치공세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경향은 KBS와 MBC, 방통심의위 등 언론방송 관련 기관들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야당은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게 틀림없다. 세월호 보도에 있어 MBC가 편향보도를 했다느니,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이 공영방송 KBS의 중립을 해칠 수 있다느니 하면서 트집을 잡을 것이다.
단 한 번도 언론노조의 모순을 비판한 적 없는 야당
필자가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MBC와 KBS의 공영성과 중립성 문제를 따진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게 언론노조의 편향성 문제다. 공영방송 경영진의 인사는 사실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운 좋게 인사를 잘 한다면 뚝심과 소신있는 경영진이 나와 언론노조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지만, 인사를 제대로 못할 경우 공영방송은 순식간에 언론노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한마디로 정권으로서는 인사가 복불복, 로또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그렇지 않다. 정권과 상관없이 노동자 세상을 꿈꾸는 계급주의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의 극단성과 편향성은 변함이 없다. 철밥통 기득권을 껴안고 그들, 귀족노조의 이기적 논리와 정치놀음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온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손발이 맞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그런 좌편향 현상이 더욱 극심해진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뉴스와 시사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안에 정치적 함의와 메시지를 담아 선동하는 일은 이인호 KBS 이사장이 하는 게 아니다.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PD, 작가들이 하는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이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런 프로그램이 잘못됐다는 문제제기뿐이다. 그런데도 그것마저 거부하고 입도 못 열게 하겠다는 게 이인호 이사장 논란을 애써 일으키고 있는 작금의 좌파진영의 태도다. 애초 논란거리도 못 되는 것을 억지로 논란으로 만들고 왜곡, 과장해 이슈화시켜 선동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 이사장의 조부를 들먹거리고 사상을 재단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는 것, 22일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의원 등이 이 이사장을 직접 겨냥하는 것도 다 그런 데서 기인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최민희 의원은 단 한 번도 언론노조의 태생적 모순이나 편향성을 지적한 적이 없다. 방송의 공정성을 따질 때 단 한 번도 자신의 진영을 떠나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 적이 없다.
국정감사장이 여당·청와대 공격장이 아닌 진짜 방송공정성을 논하는 자리 되어야
오는 KBS, MBC 등의 국정감사는 그런 야당과 언론노조 측의 매연 가득한 공격의 장이 될 게 뻔하다. 2012년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사생결단 막장 파업으로 자신에게 고액의 월급을 주는 회사 MBC에 그렇게 엄청난 타격과 손해를 끼치고도 저 혼자 정의로운 척 하며 자신들의 불법적 행위를 정당화했던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는 뻔뻔한 주장이 나올 것이다. 우리 사회 가장 약자 가운데 하나인 대리기사에게 최악의 갑질을 한 자당 의원의 불법적 행위에는 입을 다물면서 공영방송이 왜 야당에 불리한 보도를 많이 했느냐고 따질 것이다. 국민 의견이 반반이어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왜 유가족과 야당을 편드는 보도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기계적인 보도만 하느냐며 침을 튀며 공격할 것이다.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현 공영방송이 야당이 만족스러울 만큼 공정하지 못하다고 해도 분명한 건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하도록 노력할 책임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송이 정권으로부터 독립할 것을 요구하는 것만큼 KBS, MBC를 장악하고 있는 언론노조 역시 특정이념과 정치진영으로부터 완벽히 독립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당연히 민주노총 탈퇴에서 시작한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에 대한 야당의 진심이 정말이라면, 단지 MBC 사장을 공격하고 KBS 이사장을 공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문제 뿐 아니라 언론노조의 편향성까지 드러내놓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이 때마다 돌변하며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최소한 여야가 동의한다면 오는 국정감사가 단지 정권을 공격하고 정권을 방어하는 대결의 장 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대한민국 방송 공정성 키를 쥔 건 방관자인 새누리당이 아니다. 그동안 모두가 쉬쉬하던 언론노조의 문제를 야당이 논의대상으로 올리는 결단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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