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조대현 KBS 사장이 박영문 대구총국장을 KBS미디어 사장으로 인사한 것을 놓고 “연임을 위한 것”이라는 언론노조의 주장은 내막이야 어떻던 사실 여부를 떠나 완벽히 틀린 얘기다. 뉴스야 엉망이든 말든 정치권에 줄을 대 연임을 노리겠다는 시도부터가 어디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긴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줄곧 축소보도해온 KBS는 지금도 그런 보도행태를 고치지 않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까지 두며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야당의 돌변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한 갑질의 여왕 김현 의원까지 날마다 뉴스의 초점에서 빼면서 “노란 리본” 운운하며 홍콩의 시위는 열심히 전달한다. 전국의 수많은 대리기사의 고통을 대변하겠다는 새정연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침묵하는지, 경찰의 상전 노릇을 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으로서 사건 초기부터 현재까지 부적절한 태도로 일관하는 김현 의원을 왜 KBS가 이렇듯 싸고도는지, KBS는 많은 국민을 끝까지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KBS의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 축소보도는 조 사장의 인사가 예상했던 대로 변변찮은 사실상의 실패였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KBS언론노조는 지난 7월 말 조 사장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인사를 하자 “보수적 인사”라며 비난을 퍼부었지만 정말로 그런가. KBS의 보도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언론노조의 주장대로 여권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전혀 아니라는 걸 많은 국민은 안다. 이들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도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보다도 오히려 훨씬 후퇴한 인물들이다. 길환영 사장과의 갈등으로 엇나가긴 했지만 김 전 보도국장은 특종을 놓친 KBS 기자들에게 “물먹었으면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한다”고 호통을 쳤던 인물이다. 조대현 사장의 인사에서는 언론노조의 싸가지 없는 강한 정파성을 지적하는 그런 용기와 배짱을 가진 인물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결국 조 사장이 그런 용기와 배짱이 없는 인물이라는 얘기다. 하긴 조 사장이 그런 인물이었다면 야당이 그렇게 기를 쓰고 사장으로 앉히려 애를 썼을 리가 없다.
길환영 체제보다 훨씬 후퇴한 KBS공정보도
말이 나왔으니 얘기지 당시 언론노조를 향한 김시곤의 일갈은 한 마디도 놓칠 게 없었다. KBS가 TV조선의 특종을 인용보도 한 것을 놓고 비난을 일삼는 노조를 꾸짖는 논리도 분명했다. “KBS뉴스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전례가 있다” “뉴스타파는 되고 TV조선은 안 된다는 식의 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보도국장 직선제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명확히 밝혀졌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건 발언으로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길환영 전 사장이 끝까지 그를 보호하지 못했던 건 아무래도 유감이다. 언론노조라는 강력한 편향 집단에 맞서는 내부 인사는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사장이 지켜줘야만 했었다. 그래야 KBS 보도가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잡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KBS의 공정보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KBS 사장의 막중한 책임이다.
국가기간방송인 KBS는 얼마 전 홍도 유람선 좌초 보도에 있어 YTN과 뉴스Y 등 보도전문채널보다 10여 분 늦은 보도로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공정보도’ 측면이나 재난보도에서 과거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보다 훨씬 후퇴한 KBS의 초라한 모습에도 아랑 곳 없이 조대현 사장은 자신의 측근 심기에만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취임사에서 인사 청탁은 꿈도 꾸지 말라더니 각종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다가 KBS 내부 구성원들과 노조로부터 비판을 사고 있다. KBS의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라는 지적도 들은 체 하지 않더니 고작 했던 인사의 결과가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 사장이 불공정한 편파 조직인 노조로부터 뉴스보도가 주가 아니라 주로 측근 인사 문제로 비판을 받는다는 건 한심한 일이다. 그만큼 KBS 공정보도에 조 사장이 별 관심이 없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갑질하는 권력자’와 야당 편만 드는 KBS 방치하고 무슨 생각하나
모두가 다 아는 얘기지만 자기 사람 심고, 정치권에 줄 대는 것으로 연임은 꿈도 꿀 수 없다. 오로지 KBS 공정보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달렸다. 언론노조 조직의 불공정한 정치정략에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고, 그들의 모순을 개혁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달려 있다. 조 사장은 KBS 방만 경영 개혁은 아예 화두로 꺼내지 조차 못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보듯 뉴스보도에서 ‘갑질하는 권력자’와 야당의 편만 들고 있다. KBS의 이런 모습을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다. 이래놓고 언론노조가 주장하듯 아무리 유능한 로비스트를 기용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노조와 국민에게 모두 신임을 잃어가는 조대현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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