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이사장 이인호)가 이사회 회의 방청은 허용하고 회의 내용을 담은 속기록은 공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속기록 열람에 대한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신청인에 한해 열람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이사회 속기록이 정치적으로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는 그동안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을 트집 잡으며 보이콧 해왔던 야권 추천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 공개’ 관련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 골자는 앞서 언급처럼 방청은 허용하되 속기록을 홈페이지에 공시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요청이 있을 때에는 신청인에 한해 열람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오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칙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된 현행 방송법(방송법 제46조)에는 △다른 법령에 따라 비밀로 분류된 경우 △개인·법인 등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속기록 공개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있다. 이사회는 공개 요청이 온 속기록에 위 사항이 해당되는지 여부를 의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이사회가 회의 방청을 허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행 방송법을 지키면서도 이를 무분별하게 악용하려는 정략적 시도도 경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디어 관련 한 종사자는 “현행 방송법에는 이사회 회의를 공개하게 돼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사회가 회의 방청을 허용한 것”이라며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방송법 위반’이라는 야당 측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사회는 방청의 경우 관련 세칙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언 이사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속기록 공개는 야권추천이사들이 요구한 사안이었으나 여당추천이사들은 속기록 대신 의사록 일부를 공개하기로 하고, 속기록은 요청이 있을 경우 이사회가 결정하자고 했다”며 “표결은 6대 3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야당 측 이사들의 노골적인 압박은 ‘KBS는 야당에 유리한 보도하라’는 압력이나 다름없어”
한편, 이날 회의에 복귀한 야당 추천 이사들은 모두 발언을 통해 이인호 이사장에게 KBS 프로그램에 개입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언 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역사관, 가치관, 이념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거나 영향을 미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며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특별한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매체인 뉴스파인더 김승근 대표는 이에 대해 “KBS 이사회는 국민의 방송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곳”이라며 “KBS는 현재도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유가족 폭행 사건,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에 관해 축소보도하는 등의 특정 진영에게 유리한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의 그런 식으로 이사장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KBS가 야당에 유리한 보도를 하라’는 정치적 압력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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