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악 프레임’에 맞춘 미디어오늘의 MBC 보도 비판이 12일에도 계속됐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깊어지는 MBC 우경화, 권력종속화도 점점 심해져”란 제하의 기사에서 “MBC의 '우경화'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11일 <뉴스데스크>는 유독 눈에 띄었다”며 다시 트집을 잡고 나섰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에 대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농성에 대해 침묵하던 MBC는 이날 “농성장이 불법”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내더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에 맞춰 “대남선전용 친북 SNS가 급증했다”는 리포트까지 내보냈다.”며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를 문제 삼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국정원법 유죄, 선거법 무죄’의 1심 법원 판결에 비판 여론이 있음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기계적 중립을 취했다며 비판적 논조를 취한 미디어오늘은 이어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MBC가 유독 주목을 받은 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보도 직후 “친북 인터넷 사이트가 2000개에 육박한다”는 리포트를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세훈 전 원장은 재판 직후 정치개입 유죄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도 어디까지나 북한의 여러 지령에 대해서 대응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뉴스 흐름과 맥락을 고려했을 때 MBC의 해당 리포트는 원 전 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원 전 원장 발언 뒤에 친북 인터넷 사이트 리포트를 배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선동에 대한 대응차원이라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이 이미 확인된 국정원 댓글 내용에서 보듯 일부 문제가 있는 댓글을 제외하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친북 인터넷 사이트 급증세 역시 확인된 마당에 MBC 뉴스 리포트 내용을 굳이 문제 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디어오늘이 “국가정보원은 그동안 북한이 SNS 등 외부 서버를 이용한 온라인망을 이용해 국내 정치에 개입해왔다고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의 선거개입을 ‘대북 대응’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고 지적한 것도 MBC 보도에 대한 비판 근거로는 부족하다. 미디어오늘이 말하는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국정원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특정 진영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2천여개 친북 사이트 여전히 활개쳐도 “차단된 지 오래에 어떤 영향 미쳤나 알 수 없어” 황당 주장
미디어오늘의 MBC 보도 비판에 무리한 점이 발견되는 것은 이뿐 아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 “또한 MBC는 이 리포트에서 “지난 3년간 우리 수사당국에 적발된 해외 기반의 대남 비방 친북 사이트는 우리민족끼리, 광명사 등 1천 7백여 개, 올해 상반기에만 7천여 건이 적발됐다”며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한 달 동안 급증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오늘은 “MBC가 언급한 우리민족끼리, 광명사와 같은 사이트들은 국내에서 차단된 지 오래다”라며 “이곳에 게재된 글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대남 비방이 증가했다는 리포트를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까지 친북으로 매도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2천 여 개에 달하는 친북 대남선전 사이트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민족끼리’ ‘광명사’ 딱 두 사이트만 굳이 언급해 마치 모든 대남비방 친북 사이트가 사라진 것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뉘앙스를 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게다가 “이곳에 게재된 글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대남 비방이 증가했다는 리포트를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까지 친북으로 매도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만일 그런 논리라면 국정원 일부 요원의 댓글 역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광화문 광장 사용 '불법' 지적한 MBC 비판했지만, 오히려 불법성만 더 확인해준 미디어오늘
이 외에도 미디어오늘은 MBC가 세월호 유족들과 일부 세력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이 ‘불법’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면서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시한 것도 문제 삼았다.
MBC가 보도한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할 수 없고 시민들이 건전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돼야 하며 서울시장은 이것이 위배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미디어오늘은 “그러나 서울시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유족들의 천막은 서울시가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했고, 기타 단체는 사용료와 변상금을 납부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유족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MBC의 ‘불법’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뉘앙스로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나 변상금을 납부키로 한 것 자체가 이미 광화문 광장 사용이 ‘불법’이라는 전제가 돼 있는 것이다. 불법이지만 예외적으로 봐주기로 했다는 것이고 변상금이란 허가를 받지 않고 점용한 것에 대해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서울시의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인 것.
미디어오늘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MBC는 '새삼스럽게' 유족들이 광화문에서 불법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며 “‘우경화’의 수준을 넘어 “정권과 권력을 비호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디어오늘은 MBC의 이 같은 보도와 리포트 배치에 대해 “이것은 우경화보다는 권력 종속화, 공영성 상실이란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며 “결국 정권을 지키거나 옹호하거나 정권에 불리한 것을 하지 않겠다는 MBC뉴스의 요즘 경향을 반영하는 한 사례”라고 비판한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북한 대남선전선동 문제 비판하면 정권 비호? “습관적 비판 말고 논리적 비판해야”
이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북한의 대남비방 증가가 사실이고 국정원 댓글 역시 대남비방전에 대응하다 일부 일탈한 요원들의 댓글 문제가 되는 것이지 그런 점을 부각시켰다고 그것이 정권과 권력 비호라는 주장은 어이없다”며 “그런 잘못된 주장이야말로 스스로 야당과 야권세력을 친북세력이라는 오해를 받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걸 공영성 상실, 우경화라고 표현하는 언론학자는 도대체 어떤 현실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볼 수 있는지 기가찰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 보도에 대해 맞지도 않은 걸 무조건 정권과 권력 비호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제 좀 지겹지 않나”라며 “습관적으로 앵무새처럼 비판할 게 아니라 비판을 해도 머리를 써서 창의적으로 논리적으로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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