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우리나라 언론이 세월호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미국과 세계의 언론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대원에 의해 미국인 기자 두 명이 연달아 참수당한 사건이다. IS는 자신들이 납치한 영국인을 다음 희생자로 지목한 심각한 상황으로 미국과 세계는 이 잔혹한 테러집단과의 전면전을 각오하는 듯하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에 의하면 매년 취재활동 중 살해당하는 언론인이 수십 명에 이른다. 납치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내전국가 등 분쟁지역의 극한 환경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다 목숨을 잃는 그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과 함께 우리 언론인들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라 한숨이 나오는 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진영논리를 신념처럼 고수한다고 해도 언론인이라면, 언론단체라면 테러집단에 의해 기자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IS의 만행엔 함께 분노하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의 치부를 폭로했던 스노든의 이야기는 입맛대로 논평까지 달아 부지런히 전하던 미디어오늘이 IS의 미국인 기자 참수 사건엔 침묵하는 모습은 이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인간적 면모 그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것 같아 불편하다. 스노든의 이야기도 그렇고 미국과 세계 언론을 끌어들일 때는 오로지 보수우파 정권과 이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공격할 때뿐이라는 점도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명색이 언론인이라는 단체가, 그런 집단이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고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서는 때가 입맛에 맞지 않는 공영방송 사장 쫓아내려다 해고당한 자들을 복직시켜 달라고 조를 때라는 사실에 더욱 비애감이 든다.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 기자가 죽어갈 때 기득권 수호에만 올인한 우리의 언론투사들
마치 죄수처럼 오렌지색 복장으로 무릎을 꿇은 체 잔인하게 참수당한 제임스 폴리 기자와 스티븐 소트로프 기자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해질동안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분노한 일은 무엇일까. 두 미국인 기자가 분쟁지역에 뛰어들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 받다 끝내 참수를 당하는 그 순간, 그때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한 일은 무엇일까. 이 땅의 자칭 언론자유의 투사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와 정치투쟁에 올인했을 뿐이다. 이제는 배가 산으로 가버린 꼴이 되어가는 세월호의 정치공세를 위해, 정치 파업 과정에서 온갖 막장 짓을 하다 짤린 해고자들을 위한 특혜법 처리를 위해 싸웠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 진영에 유리하도록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에만, 문창극, 이인호와 같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짓밟기 위해 야비한 연좌제를 씌우는 정치적 모략에나 몰두했을 뿐이다.
세계의 언론인들이 기자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하며 자신의 삶을 불사르는 동안 우리나라 자칭 언론 자유의 투사들이 한 일들이 고작 이뿐이라고 한다면 물론 지나친 침소봉대이자 사실 왜곡일 것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지금의 우리 언론 지형은 정상이 아니다. 스스로 극단으로 끌고 가는 진영 논리 속에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진실인 양 포장하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은 우리 언론인들의 병이 깊을 대로 깊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언론인이라는 외피를 입고 사실상 정치를 하는 사이비 집단의 왜곡된 행태가 용납돼선 안 된다.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왜곡된 일들이 그대로 허용돼선 안 된다.
화합을 위해선 언론노조 측 사과와 반성이 필수조건이다
방송의 날을 맞이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했다. 해직언론인 특별법을 놓고선 “이전 정부에서 벌어진 불행한 방송장악 문제를 해결하자는 법안”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만, 우리 사회의 과제 중 하나가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 장악의 문제는 역대 정권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그 책임을 반대진영에만 뒤집어씌우지 않는다면, 진영논리와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모두가 합리적 선에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운 것만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직 자신들만이 선이요, 진리라는 아집으로 정략에만 몰두하는 MBC, YTN, KBS 등 언론노조 집단에 대해 정부와 방송사 측에 무조건적인 양보와 희생만을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최 의원 말대로 우리 사회의 과제인 화합을 위해서는 언론노조의 반성과 양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것은 그 토대위에서 시작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