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인지부조화를 겪는 야당의 강경파와 미디어오늘과 같은 언론노조 기관지는 여전히 부정하지만 ‘세월호 피로감’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의뢰한 여론조사나 세월호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조사는 거의 외면하다시피 한 한겨레신문이 냉큼 받아쓴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실체’만 봐도 그렇다. 조선일보가 의뢰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8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는 경제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을 따로 처리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별개로 처리해야한다는 의견이 무려 78.5%였고,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16.5%였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야당의 장외투쟁을 찬성한다는 의견보다(30.3%)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4.5%로 두 배가 넘었다. 세월호 특별법만이 최우선이라며 물불 안 가리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야당과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에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조금 달랐지만 결과가 내포하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6~28일까지 실시한 결과 ‘유가족 뜻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안을 여야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47%로 여야 기존 협상안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40%)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그러나 유가족 주장 핵심인 수사권·기소권 부여와 관련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41%)보다 ‘주지 말아야 한다’가 43%로 약간 높게 나왔다. 또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47%로 반대 의견(41%)보다 높게 나왔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강경투쟁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59%로 나왔다. 이에 “국민 47%가 세월호 유가족 뜻 따라 재협상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야당의 강경투쟁과 김영오씨를 두둔하는 한겨레신문은 반색하지만, ‘여야정치권이 유가족의 뜻은 충분히 들어주되, 원칙을 따르라’는 게 보다 정확한 분석이라고 봐야 한다.
세월호 교조주의를 퍼뜨리는 세력에겐 MBC가 ‘기레기’인 것은 당연
미디어리서치의 결과나 한국갤럽이나 또 다른 여론조사(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같은 질문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민생법을 별개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67.7%,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30.6%,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 1.7%였다.)나 모두 그 결과 근저엔 세월호 피로감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민 정서상 희생자 가족이나 그들 편에 서서 아예 돗자리를 깐 언론이 어지간한 억지를 부리지 않는 한 동정론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분명 민심은 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세월호에 발목이 단단히 잡혀 있는 현실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과 그 가족들을 우선하는 태도야 지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약자를 우선시하는 진보·좌파를 표방하는 언론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약자를 위한다면서 실은 정략의 소재로 악용하고,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치세력과 집단을 공격하는 데 이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 약자의 논리로 다수를 억압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면 분명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여론조사 결과까지 일일이 언급하고 세월호와 언론의 문제를 꺼낸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일부 언론이 바로 그런 오류와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측 미디어스의 기사 <대표 '기레기'가 되어버린 MBC 뉴스, 왜 문제인가?>가 바로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MBC 안광한 사장은 모교로부터 상을 받는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다수의 목소리 생각하겠다”고 했다. 필자는 지금의 MBC가 그런 보이지 않는 다수의 국민의 뜻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MBC가 그들만의 도덕적 우위를 앞세워 세월호 교조주의를 퍼뜨리는, 그럼으로써 또 하나의 억압된 공포분위기를 사회에 조성하는 일부 극단적 언론매체로부터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MBC가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MBC 세월호 보도는 참사수준” “MBC 뉴스가 이상하다”는 그들의 아우성은 “MBC는 언론학살의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 아우슈비츠”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국민 다수에겐 공허하게 들린다는 건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기레기’ 아닌 ‘언론인’이라며 칭송해 마지않던 JTBC 손석희 사장의 세월호 뉴스가 그나마 유지하던 시청률도 집착할수록 깎아먹는 현상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세월호 MBC 비난에만 몰두하는 미디어스 등 언론,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 현실 봐야
MBC가 김영오씨의 단식과 욕설 파문을 놓고 필요한 것만 부각시킨다고 비난한 미디어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다수의 여론과 민심이 자신들의 뜻과 분명히 다른데도 필요한 것만 열심히 부각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여론을 선동하는 게 바로 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강경한 지지자들의 주장만 골라 ‘국민의 뜻’으로 오도하여 정작 국민을 기만한 주제에 ‘기레기’란 욕설은 본인들이 들어먹어야 맞다. 하지만 자신들 입맛과 다르다는 이유로 MBC 뉴스를 매도하고 헐뜯는 일이 일상화 된 일부 매체들의 인지부조화의 병적 증상이 깊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은 우리를 지지한다’는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 건 좋다. 하지만 그에 반하는 민심의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번은 국민의 뜻이 다르구나’ 하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그게 상식이고 정상이다. ‘그럴 리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다 ‘MBC가 기레기이기 때문이다’로 매번 ‘기승전MBC’로 끝나는 미디어스의 삽질은 그래서 차마 봐주기 힘들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마저 야당이 처참하게 깨지자 어떤 의사란 작자의 어설픈 칼럼을 전면에 걸고 ‘국민개새끼론’을 설파하던 모 신문의 뜨악한 모습과 묘하게 겹쳐져 한마디 한다는 게 글이 장황해졌다. 과거엔 자신들의 우군이었던 MBC가 달라졌다고 이슈마다 악악거리는 언론노조 기관지나 미디어스 등의 원한서린 모습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외피를 입고 있는 한 MBC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로 돌아갈 순 없다. 돌아가서도 안 된다. 이는 KBS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을 두둔한다고 하지만 MBC를 아예 정권의 선전 기관으로 만들었던 과거 정권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며 그때가 공정방송을 하던 시기라고 억지를 부리는 언론노조의 잘못과 오류에 대해선 일절 비판하지 않는 미디어스가 MBC의 뉴스 품질과 수준을 운운한다는 건 웃기는 얘기다. MBC더러, 남더러 쉽게 ‘기레기’라 비판할 게 아니라 자신들부터 기사 수준과 언론의 양심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상식과 합리성을 지닌 많은 국민이 보기에 ‘대표 기레기’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