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아빠의 자격’ 논란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심한 욕설을 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이 악화되자 좌파언론들이 반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씨를 비난한 고 유민양의 외삼촌 기사 댓글로 촉발된 김씨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확산되면서 ‘진정성’ 논란 등 파문이 확산되자 김씨를 빌미로 대여공세에 나섰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야권이 함께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새정연 측은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강경투쟁에 나섰고 친야·좌파언론들은 김씨의 해명을 적극 부각시키고 나섰다. 이와 함께 ‘국정원 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만만한 국정원’으로 난처한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듯 ‘물타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은 26일 <유민 아빠’ 세월호 사고 전 카톡 보니…>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고 김씨가 사고 전 유민양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26일 김씨가 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양육비 이체 기록이 든 통장 내역을 공개한 것을 기사화 한 것이다.
김씨는 딸과의 대화에서 “아빠가 우리 예쁜 딸에게 매일매일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빠가 유민이한테 잘하고 아빠답게 살게. 애기 때 너무 못 해주고 혼만 내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민양은 “아니야 나는 (아빠가) 밉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혼낸 거 하나도 기억 안 나. 안 미안해도 돼”라고 답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김씨는 두 딸을 ‘큰공주’와 ‘작은공주’로 부르며 애틋한 부정을 보였다. 세월호 사고로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지만, 5월3일 가족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두 딸과 의논한다” “둘째딸 유나양은 단식하는 아빠를 많이 걱정했다”며 “아침에 아빠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보면서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잖아. 마지막 부탁인데 단식 그만해줘”라고 매달렸으며 이에 김씨는 “아빠 아직 멀쩡해. 우리 이쁜 공주 밥 잘 먹고 있지. 사랑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는 “통장 이체 내역에는 이혼한 아내와 두 딸의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를 대신 낸 기록이 있다”며 김씨가 딸들에 대해 지극한 부성애를 가졌음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썼다.
“누가 이 아빠를 욕하는가” 감성몰이에 나선 경향, 국정원 끌어들여 ‘물타기’ 나선 미디어오늘
경향신문 온라인판은 한겨레와 달리 김씨와 딸의 카톡 대화 내용을 같은 날 메인 상단에 톱기사로 게재했다. 제목은 <"우리 이쁜 딸, 구조됐니?" 누가 이 아빠를 욕하는가...>였다.
경향은 이 기사에서 한겨레와 마찬가지로 김씨와 딸의 다정했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세월호 대책위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음해성 의혹에 대한 반론”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아빠 자격’ 논란을 촉발한 계기가 고 유민 양의 외삼촌의 폭로였다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해 김씨가 상당 부분 인정하는 등 ‘사실’을 기반으로 여론이 비판한 것임에도 경향은 일방적으로 ‘음해성 의혹’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경향은 이어 “가족을 방치한 무책임한 아빠라면 자녀들과 이런 관계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랑하는 자식과의 추억까지 공개하며 사랑을 증명해야하는 사회는 야만적”이라고 밝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이후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를 위주로 “김씨가 이혼 후 10년 동안 자녀 양육비를 제공하지 않았다”, “고가의 비용이 드는 국궁을 취미생활로 즐기면서 형편이 어렵다고 했다” 등의 음해성 의혹제기가 쏟아졌다”며 “가족대책위는 통장 송금내역 일부, 김씨가 국궁을 시작한 시기 등을 공개하며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김영오 사찰 의혹 "이장, 주민, 옆 동네까지 캐물었다">란 제목의 기사를 메인에 걸었다.
기사는 “국가정보원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며 “지난해 정치개입 논란으로 홍역을 치루면서 국정원 정보관(IO)의 기관 출입 제한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놨던 국정원이 이번엔 세월호 참사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영오 씨를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썼다.
이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폭로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사실로 확인됐다”며 “김씨의 주치의인 서울동부병원 이보라 의사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김모 병원장을 찾아와 캐물었다는 것이다. 김모 병원장은 병원을 찾아온 국정원 직원을 기관장 회의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말했고, 지난 21일 오후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힌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벌써부터 국정원이 이보라 의사의 신상정보를 활용해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김씨의 과거 이혼 경력과 뒷조사에 버금가는 양육에 대한 비방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세월호 희생자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정치 공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참사 당일 세월호 사고 내용을 어떻게 전달받았고, 대응했는지 속시원하게 밝힌 게 없다”며 “국가최고정보기관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미숙한 대응을 벌였거나 미심쩍은 행위가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국정원은 세월호 내부 문건을 통해 세월호의 실소유주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국정원 측은 “김씨의 과거 행적에 대해 일체 사찰한 사실이 없고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 간 적도 없다”며 “그렇게 할 이유도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남경필 사생활 보도와 다른 이중잣대... 극한투쟁 부추겨 야당 망친 언론이 세월호 유가족, 희생자까지 망칠 우려”
김씨의 이혼과 양육 문제는 유민 양 외삼촌의 첫 문제제기로 확산됐다는 것이 명백한 팩트다. 이후 언론이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에 나섰고, 보도가 확산되면서 여론이 돌아섰던 게 김영오씨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이다. 이미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정치 공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미디어오늘 보도의 정략적 분석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단식하는 김씨의 순수성이 훼손될 경우 이미 진영 간 정치싸움으로 변질된 세월호의 상징 인물의 도덕성 논란이 야기될 경우 야권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김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네티즌들을 향해 음해와 비방이라면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김영오씨와 대책위의 입장을 적극 부각하고 김씨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좌파언론은 지난 남경필 지사의 개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와 전혀 다른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여론이 악화되니 만만한 국정원을 끌어들여 사찰 의혹 물타기를 하는 것도 대단히 치졸하고 그 전략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박 비평가는 “단식을 중단하고 싶어도 못하도록 김영오 씨를 사실상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던 야당과 좌파언론이 김영오 씨 도덕성 논란의 가장 큰 책임자”라며 “극한투쟁만을 부추겼던 좌파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망쳤듯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까지 망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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