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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언론인상’ 자격과 안광한 사장

안 사장의 까마득한 후배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기고 글을 읽은 소감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그러고 보면 언론인 가운데 유독 고려대 출신들이 많다. 얼핏 생각나는 사람만 해도 여럿이다. SBS 출신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위원,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도 생각난다. 방송계 고려대 출신은 더 유명하다. YTN 구본홍 전 사장, MBC 김재철 전 사장, KBS 김인규 전 사장 그리고 노조 공작에 어이없이 퇴출당한 길환영 전 사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이 학교 언론인교우회가 모교 출신 언론인 가운데 돋보이는 활약을 한 인물을 선정해 주는 ‘장한 고대 언론인상’을 이번에 받게 된 안광한 MBC 사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다른 상도 아니고 안 사장이 받게 된 ‘장한 언론인상’이라는 문구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오마이뉴스는 그 상이 “모욕적”으로 느껴졌다는 안 사장의 까마득한 후배쯤 돼 보이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출신 시민기자의 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사장이 모교 동창회에서 주는 상을 하나 받게 됐다고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뭘 그렇게 발끈하는지 그 ‘오지랍’에 조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MBC 경영이나 보도에 대한 공적 비판도 아니고 동창회에서 수여하는 상을 가지고 일일이 트집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MBC와 안 사장에 대한 비판이 역설적으로 순수하지 못하다는 반증도 될 것이다. 그것도 지난 파업 때 안 사장이 노조원을 징계하고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는 여권을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막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글을 쓴 시민기자의 주된 비판 논리는 언론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하는데 MBC는, 안 사장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그 ‘권력’은 정부여당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더 넓게 야당권력, 시민권력, 언론권력, 이념·이익단체의 권력 등 각종 권력 집단을 총칭한 것으로 이해해야 맞다. 반보수, 반새누리당만을 권력으로 설정하고 깨부수어야 할 악으로 겨냥하는 이런 논리는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의 구닥다리 시대착오 프레임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 ‘호위무사’였던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시민기자의 ‘권력 비판’ 모순

야당이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판판이 깨진 이유가 시대변화를 거부한 낡은 시각을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비판과 반성은 야권에서조차 줄곧 제기돼 온 터다. 다면적 진실과 다채로운 정의가 공존하는 현대 우리사회는 과거 반독재 투쟁 시대에나 가능했던 그런 낡은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도 없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아직 한창 나이인 젊고 어린 친구가 “언론인으로서 안 사장의 행적은 분명 언론 본연의 의무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망가뜨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과연 저런 사람이 언론인 교우회에서 말하는 '장한' 언론인인가.”라고 썼다. 이런 올드하고 경직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한심할 뿐이다. 필자는 글을 쓴 시민기자에게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 자신이 자랑스레 글을 올린 오마이뉴스가 과거 노무현 정부와 얼마나 밀착돼 권력의 호위무사 노릇을 했는지 말이다.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에 있어선 지금의 MBC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노무현 정권 권력 옹호에 사력을 다했던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한 본인은 심히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글을 쓴 시민이나 오마이뉴스는 “언론창달과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한 업적이 탁월한 인물”이라는 수상 이유에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필자를 비롯해 공영방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국민들 입장에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지난 MBC 파업 때 막장으로 치달았던 언론노조를 제압하면서 그들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징계했던 안 사장은 국가 사회발전에 충분히 기여한 인물로 그의 모교로부터 ‘장한 언론인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시민기자는 “'공정방송 쟁취'를 내건 파업으로 해직된 조승호 YTN 기자, 노종면 전 YTN 노조 위원장 등도 고려대 출신이지만, 언론인교우회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라고 했다. 해고된 선배들이 안타까워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시민기자는 YTN언론노조가 얼마나 권력지향의 집단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해고된 기자들이 소속된 YTN 언론노조가 정권마다 실세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는지 말이다. 잘 모르면 우장균 전 YTN노조위원장에게 가서 직접 물어봐도 좋을 것이다.

‘장한 고대 언론인상’ 수상 자격 충분한 안광한 사장

안광한 사장의 ‘장한 언론인상’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안 사장의 까마득한 후배는 자신의 글에서 세운 근거라곤 안 사장이 지난 MBC 파업 때 노조원을 징계했고, 보복인사를 했고, 이명박 정권 때는 편의 불방사태를 초래했다는 등의 이유뿐이었다. 물론 MBC가 현재 정권 옹호방송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언론노조의 주장을 앵무새가 되풀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자기주장(자기주장인지 언론노조 기관지를 열독한 결과인지 잘 모르겠지만)과 감정만 있다. 명문대 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혹은 졸업한) 언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언론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무슨 일을 벌였고, 그들이 파업 당시 경영진을 어떻게 공격했으며, 특정 정치세력과 어떤 식으로 밀착했는지부터 먼저 알아보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경영진이 취한 어떤 조치가 잘못됐는지 부당한지 논리적으로 반박했어야 했다. 그래야 안 사장도 자기 후배의 질책에 따끔해하지 않겠나. 또 MBC 안 사장과 경영진을 비판하는 그와 똑같은 눈매와 잣대로 언론노조 측의 태도도 따져봐야 공정한 것 아닌가.

티끌만한 허물로도 남을 악마로 만들 정도라면 본인은 한 점 티끌도 없어야 한다는 점엔 동의할 것이다. 편견을 없애고 진영을 가르지 않고 그런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태도로 언론노조의 파업을 똑같이 들여다본다면 과연 안 사장의 ‘장한 언론인상’에 지금처럼 발끈할 수만 있을까. 오히려 까마득한 대선배가 노조가 사실상의 주인 노릇을 하는 공영방송에서 온갖 고충 속에서도 얼마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애썼는지가 보일 것이다. 안 사장의 후배인 시민기자는 ‘언론은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원론에다 초딩스러운 논리로 선배의 수상에 “모욕적”이라고 건방을 떨 게 아니라 언론과 세상사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해 부끄러움부터 느껴야 하지 않을까. 유시민 전 장관의 말마따나 머리가 굳는 60도 아니고 아직 창창한 어린 나이에 반독재 투쟁 시대에서나 통용되던 박물관 칼집에나 넣어야 할 낡은 진영 논리로 언론을 바라보는 자신의 한심스런 모습부터 다잡기 바란다. “모욕적”이란 말은 어떨 때 내뱉어야 하는지 그것부터 공부하라.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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