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이 유가족 대책위의 반대로 무산된 세월호특별법 여야 재협상안을 놓고 또다시 공영방송 MBC 공격에 나섰다. 특히 보수 신문들이 MBC 보도에 앞서 유가족과 장외세력에 의해 세월호특별법이 꽉 막혀있는 현실을 먼저 지적한 것을 놓고 익명의 MBC 기자들의 입을 빌어 “MBC가 조선일보를 따라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법이 번번이 장외세력이 가세한 유가족 대책위에 끌려 다니다 무산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조차 “(당내에서) ‘유가족이 반대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 여론도 생각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국민의 세월호 피로감이 서서히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징표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특별법 여야 재협상안과 관련, “여야 재협상안대로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5.8%로, “유가족 뜻에 따라 재재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38.2%)보다 높게 조사됐다. ‘모름 또는 무응답’ 계층은 ‘16.0%’를 차지했다. 여야의 재협상안대로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7% 정도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세월호 피로감이 갈수록 증가하는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MBC의 보도 역시 공영방송으로서 국민 다수의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오늘은 “이를 두고 MBC 내부의 기자들 사이에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물타기 보도를 따라하는 뉴스가 많아져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22일자 기사 ‘MBC 기자 “조선일보 따라하는 MBC…늘 그랬다”’를 통해서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사에서 “공세의 확산은 중앙일보가 시작해 조선일보가 가세하고 MBC가 따라간 형국”이라며 “타 언론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가하진 않고 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책임을 축소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만 부각보도하고 있다. 직접적인 공세가 아니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한 간접 압박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20일자 기사 ‘유가족에 막힌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과 조선일보의 21일자 사설 <세월호 유족들의 인내와 절제도 필요하다> 등의 기사를 거론하면서 MBC가 보수 언론의 논조를 그대로 따라갔다는 식의 주장을 편 것이다.
MBC는 21일 리포트에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유가족들이 거부하면서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며 “유가족들의 강한 반발로 여야 모두 정국 해법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려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가적인 분석과 논평을 덧붙이지 않고 현 정국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디어오늘은 “정국 혼란의 책임을 유족들에게 돌린 것”이라고 억지를 썼다.
MBC언론노조 익명의 기자 등장시켜 보도국 경력직 기자 폄훼한 미디어오늘
더 심각한 건 미디어오늘이 세월호특별법 보도를 핑계로 지난 총파업 때 입사한 MBC 기자들을 폄훼하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언론노조 소속의 익명의 기자들을 등장시켜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MBC의 한 기자는 “MBC가 조선일보 따라 보도하는 게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며 “그러나 최근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 특유의 ‘물타기’ 보도가 쏟아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부 기자들 다수가 파업 국면에서 채용된 시용·경력기자”라며 “아무래도 데스크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들은 정치부에서 쫓겨날 텐데 쉬이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BC의 또 다른 기자는 “사실 MBC는 늘상 해온 행태로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다수 언론이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는 청와대와 정부”라며 “프레임이 뒤집어진 것인데, 방송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보도하고 있고 정부 여당과 발맞춘 보수 언론을 방송사가 있는 그대로 따라하며 유족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소속 MBC 기자들과 그들의 기관지인 미디어오늘의 이 같은 시각이야말로 다수 여론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아집과 편협한 프레임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비평가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국장은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 동료를 뒤에서 비방이나 하는 MBC 기자들의 수준은 도대체 얼마만큼 높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익명으로 남 뒤에서 뒷담화를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실명을 까고 비판해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자기 할 일이나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월호특별법 처리는 당연히 여야가 협상하여 처리할 문제이지 장외세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그 정도로 낮지 않다”면서 “유가족을 설득할 책임도 유가족을 부추기면서 민생법안 처리를 무시했던 야당에게 있는 것이지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가 청와대와 정부라는 주장이야말로 엉뚱한 물타기일뿐이다. 여전히 본질을 호도하며 다수의 민심은 일방 무시하고 외눈박이 제 주장만 고집하는 MBC언론노조 기자들이야말로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