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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남경필의 죄가 아니다

젊은 경기도지사 남경필이 위기에 빠진 이유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요 며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관련해 인터넷과 SNS가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한 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남 지사의 이혼 문제다. 단지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숨겨진 가정사” “가정사가 충격적” “도지사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나” 따위의 기사로 언론이 한 정치인을 이렇게 악독하게 짓밟는 경우가 있는지 말이다. 세계 정치선진국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비정상적인 장면이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나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처럼 부적절한 염문을 뿌리고도 당당한 세계의 숱한 정객들을 언급하는 게 한심스러울 정도로 ‘단지 이혼을 했을 뿐인’ 남 지사와 그의 안타까운 가정사를 놓고 온갖 ‘파문’을 창작해대는 이 나라 언론 수준에 다시 한 번 기가 찰뿐이다.

물론 남 지사 아들의 군대 내 폭행 사건 문제가 겹쳤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설령 아들이 살인범이라 해도 남 지사의 이혼이 그 사건과 싸잡아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없다. 이혼은 남경필이라는 한 남자의 가슴 아픈 개인사일 뿐 그의 전 부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모두가 돌을 던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수군덕대고 희희덕 거릴 가십거리가 될 순 없다. 남경필이란 유명 정치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자식의 아버지로서 불운과 실패가 겹친 그의 처지에 동정은 못해줄지언정 조롱하고 가슴을 후비고 그의 인권과 인격을 마구 난도질하는 건 언론 뿐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이웃의 아픔에 기꺼이 함께 우는 정 많고 이해심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현재 아들과 자신의 이혼이란 사생활의 문제로 그 누구보다 가장 괴롭고 상처받았을 당사자의 영혼까지 무너뜨리려는 듯 과도한 비난 여론몰이를 해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남경필의 위기는 무능한 보좌진 탓

물론 남경필 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특히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아들 문제에서 그 대응하는 태도나 반성하는 모습은 백번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기자 회견 달랑 한 번으로 침묵하는 태도가 그답지도 않다.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을 때나 연정이란 정치적 화두를 던질 때 남경필의 자세는 이렇게 소극적이지도 비겁하지도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다. 국회식물화법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양 극단을 달리는 정치세력간의 소통과 협력을 목소리 높여 주장했고, 연정을 통해 정치선진화를 이루겠다며 양 진영으로부터 무시와 경멸을 당해도 자신이 옳다고 당당히 주장했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지나치게 나이브한 그의 이상론에 공감하지 않는다. 5선 국회의원에 경기도지사까지 된 이가 숙성된 정치인의 멋과 맛보다는 여전히 풋내를 풍기는 것도 못마땅하다. 그럼에도 남경필이란 정치인은 여야 이쪽저쪽에서 손가락질을 받아도 옳다고 생각하는 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렇게 얻은 게 바로 소장파의 뚝심과 이미지 아닌가.

그런 그가 아들의 문제에 기자 회견 한 번으로 입을 다물어 버린 건 비겁한 일이다. 사태가 확산될까봐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면 더 큰 문제다. 평소 본인의 주장대로라면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모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기자 회견을 몇 번이라도 자처해서, 석고대죄를 해서라도 진심이 통할 때까지 공직자로서 아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다. 그렇게 정직한 사과로 다가간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다. 자식이나 부부간의 문제나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오늘 밤에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게 대한민국의 대다수 평범한 남성들의 모습이다. 남 지사의 불운에 마냥 좋아라 손뼉 치고 환호할 그런 악독한 민심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도 남 지사 측의 대응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작 비서진과 연락두절이 됐다는 그런 류의 기사에나 발끈하며 “법적 대응” 운운하는 걸 보면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필자는 그것이 남경필 개인의 문제이라기보다 그를 보좌하는 보좌진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남의 군 가혹행위를 연락받고도 언론사에 미리 보낸 문제의 칼럼을 생각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이나 페이스북에 “호프 한잔~분위기 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글을 올린 것이나, 이미 사달이 날대로 난 뒤에 사과문을 올리는 ‘뒷북’이나 모두 남 지사 보좌진이 일을 더욱 크게 키운 치명적인 실수였다. 필자는 남 지사가 모든 것을 파악하고 본인의 진심대로 스스로 일처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남 지사 측 내부 사정을 알 순 없지만 무슨 대단한 정무 능력이 아니라 단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친 보좌진을 전적으로 믿고 맡겼기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자신을 돕는 보좌진을 믿고 무한 신뢰를 보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상식과 판단, 일처리 능력도 갖추지 못한 무능한 보좌진은 언제든 정치인의 목을 칠 흉기와도 같다. 빨리 수습하기는커녕 일이 더 커진 건 전적으로 남 지사 보좌진 탓이다. 이들의 무능은 남경필이란 젊고 유능한 정치인을 그 자신이 잘못한 그 이상으로 얄팍한 술수나 쓰는 뻔뻔하고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좌파언론의 양심불량에 남경필이 대처하는 법

그렇더라도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타락시킨 좌파언론들의 지나친 남경필 때리기도 가관이긴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를 검·경 심지어는 국정원을 때리는 데 주저 없이 이용했던 이들 언론들이 이제는 남 지사 아들의 군대 가혹행위 사건을 우리 군을 때리고 약화시키기 위한 소재로 악용하고 있다. 남 지사 아들의 잘못이 일말의 의혹 없이 법대로 심판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군을 마치 악마의 집단처럼 몰아가고 해체하는 데 악용돼선 곤란하다. 군대 내 가혹행위를 비판하는 것과 군을 반드시 해체시켜야할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성인이 된 남 지사의 아들 남 상병은 그대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 될 것이고 남 지사는 아버지로서 온당한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그것을 남 지사의 이혼과 함께 엮어 엉뚱하게 도덕적으로 단죄하려 들고 도지사직 사퇴 여론 몰이까지 하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다. 정치인의 개인적인 가정사 문제를 마치 심심할 때 씹는 가십처럼 다루면서도 정론언론인 양 설쳐대는 천박한 종편도 자신들의 보도태도를 반성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번 일로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늘 정의와 소통과 화합을 얘기했던 자신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왜 언론으로부터 무차별 융단폭격을 받는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좌우와 정치세력 간의 소통을 위해 옳다고 믿고 내세웠던 신념을 다시 점검해보기 바란다. 양측의 소통과 화합을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여권 내에서조차 “극우라서” 멀리하고 편견을 가진 일은 없었는지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남 지사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분명 미래지향적이고 비교적 양심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을만하다. 그런 장점을 가진 젊은 정치인이, 젊은 경기도지사가 가정사 문제로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좌절하는 결말로 끝나선 안 된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일구어 놓은 훌륭한 정책들을 잇고 남경필식 정책으로 업그레이드 하여 더 나은 경기도를 만드는 데 그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보수의 자산이다. 남 지사는 이번 일로 진짜 동지는 누구이고 진짜 적은 누구인지부터 가려내는 능력을 키우기 바란다. 무능한 보좌진은 최악의 적보다 더 위험하다는 점도 깨닫기 바란다. 한 가지 더, 잔머리와 꼼수로 위기를 피할 순 없다. 아들의 잘못엔 정직하게 백번 천 번이라도 무릎을 꿇고 무조건 용서를 비는 것이 민심을 달래는 길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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