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JIBS 국제자유도시방송이 MBC 본사 사장을 지낸 김재철 전 사장을 영입해 경영난을 타개해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방송사 언론노조 측이 “사측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MBC 김재철 전 사장을 광고영업 및 신사업을 담당할 상임고문으로 내정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김재철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이자 MBC를 통째로 말아먹은 인물”이라고 상임고문직 내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민영방송인 JIBS의 경영난과 이명박 정권, MBC의 파업 문제, 이런 것들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이 회사는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고 수 시간 만에 인사결정을 취소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란다. 노조가 반대하니 자신들의 인사권, 경영권마저 쉽사리 포기하는 이 민영방송사의 태도로 보아 여러모로 그다지 튼실한 방송사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도 필자의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언론노조 JIBS제주방송지부의 성명에서도 언급됐듯, 이 민영방송사의 경영난은 예사롭지 않다. 불과 2년 전 미디어스가 낸 기사만 봐도 대략적이나마 이 회사의 심각한 경영 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미디어스 2012년 2월 6일자 기사
"논란이 싫다"고 언론노조에 쉽게 굴복한 JIBS 국제자유도시방송
이렇게 경영 악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JIBS는 올해 3월 임금협상에서 직원들 임금은 무려 9.1%나 올려줬다. 언론노조 JIBS제주방송지부가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초 언론노조 측이 요구한 건 11%였다고 한다. 제주지역 뉴스 매체인 ‘제이누리’
어떻게든 경영난을 타개해야 할 회사가 노조에 휘둘려 비상식적으로 임금을 인상해주는 것은 물론 경영권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이 회사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의심케 한다. 그러고도 “논란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물론 이 회사의 노조가 언론노조 소속이어서, 언론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이나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의 지부 노조이니 어련할까. 그동안 MBC나 KBS언론노조가 해온 막가파식 투쟁을 떠올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JIBS제주방송지부는 MBC 파업을 지지한 것은 물론, 2011년 8월 전국언론노조가 주도한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위한 총파업 출정식’에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2008년엔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이라며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에 올인했던 YTN언론노조 지지 성명을 내기도 했다. 누가 봐도 MBC나 KBS, YTN 언론노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강성노조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민영방송사인 JIBS 국제자유도시방송 경영진이 지난 정권과 MBC 파업 문제에 “악랄한 독재정권” “참혹한 노조대학살의 시기” “민주화의 퇴보” 등등 운운하며 시대착오적 사고에 갇힌 노조에 무작정 휘둘리는 모습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노사 관계에 어지간히 노하우가 쌓였을 법한 민간건설사의 회장이 JIBS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특히 공영방송 MBC의 현 경영진이 노조에 대처하는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 회사의 주인이 있는 민영방송 JIBS와 ‘노영방송’ 소리를 듣는 MBC의 경영진 태도가 마치 뒤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JIBS, 경영 원칙과 자존심 MBC 경영진에 배워라
사실 따지고 보면 안광한 사장은 MBC에서 그저 임기동안 무탈하게 지나가면 되는 입장이다. 그러자면 괜히 노조와 사사건건 대립해 MBC 안팎을 시끄럽게 만드는 게 좋을 리가 없다. “논란을 원치 않는다”는 건 JIBS가 아니라 안 사장의 입장일 수 있다. 어차피 주인 없는 회사 적당히 노조 요구 들어주고 노조가 뻘짓을 하건 막장짓을 하건 모른 척 할 수도 있다. 노조가 장악한 회사에서 괜히 밉보여 앞으로 어떤 인간적 수모를 당할 지도 모르는 데 그런 게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노조의 부당한 요구나 억지, 선동에 맞서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나 이진숙 보도본부장, 박상후 전국부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MBC의 현 경영진은 언론노조가 반발한다고 해서 경영권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언론노조가 반발한다고 MBC 보도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주인이 있는 민영방송사도 못하는 이런 심지 깊은 태도는 언론에 대한 소신과 철학 뿐 아니라 애국심과 애사심으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이번 JIBS 국제자유도시방송 인사 논란의 본질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민영방송사에까지 뿌리 깊이 내린 언론노조의 문제다. 정치, 사회, 언론, 노동 등 사회는 시시각각 변화해 가는데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을 고집하는 언론노조에 공영방송은 물론 민영방송사까지 휘둘리는 현상이 우리 언론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영·민영 방송사 할 것 없이 그런 언론노조에 장악당하는 한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로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할 언론이 특정 진영의 정치·이념 논리와 가치관으로 무장해 선악논리를 강요하는 식으로 우리 사회를 질식시켜선 안 된다. 특히 기득권을 지키고자 집단이기주의로 나서는 언론노조의 행태에 방송사 경영진이 무능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무력한 JIBS의 경영진의 모습은 MBC 경영진과는 너무나도 비교돼 안타깝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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