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조대현 KBS 사장 선임에 ‘도로 길환영’ 우려 봇물” “김인규·길환영 체제 인사 돌려쓰기” “길환영 전 사장 체제 국장급 평균 36.3점”... 길환영 전 사장을 약방의 감초처럼 집어넣은 이 제목들은 최근 언론노조 측 매체들이 기사화하면서 뽑은 것이다. 약 2년 전에 퇴임한 김인규 전 사장까지 끌어들여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평소 언론노조 측의 기사나 성명을 관심 있게 봐왔다면 일반 독자라도 이런 제목들의 함의를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조대현 신임 사장이 길환영 전 사장과는 달리 노조 입맛에 썩 잘 맞는 사장이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압박이라는 것쯤을 말이다. KBS 내 보수우파 성향 혹은 애국적 인사들을 무능하고 극도로 편향된 것처럼 낙인을 찍어(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조 사장의 인사권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그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추적60분>과 <열린채널> 심의 논란, 하다못해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심의 등 KBS언론노조가 어떻게든 건수를 잡아 자리에서 내쫓으려 안간힘을 썼던 ‘눈엣가시’ 황우섭 심의실장이 새 사장이 오고 보란 듯 보직에서 내쫓겼다. 길 전 사장을 끌어내리는데 앞장섰던 KBS기자협회가 긍정 평가를 내린 강선규씨를 보도본부장으로 앉힌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언론노조가 프로그램을 주무르며 좌로 기울던 KBS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추고자 고군분투했던 황 전 심의실장의 KBS 내 특별했던 존재감을 볼 때, 조 사장의 이번 인사는 KBS 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뜻과 달리 언론노조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한 것이었다. 황 전 심의실장은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에서 간첩 혐의를 받던 중국인 유우성을 편들면서 일방적으로 그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의 편파성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였다.
보도와 심의 등 요직에 친언론노조 인사
재판의 결과와 방송이 공정했느냐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유우성이 증거불충분으로 비록 무죄를 받았더라도, <추적60분> 제작진의 당시 방송은 백번 되돌려 봐도 편파의 극치였다. 방송이 특히 공영방송이 애초에 답을 정해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에 맞게 프로그램을 맞춰 제작한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언론인이라는 자들이 국가기간방송을 통해 이런 식으로 편견과 아집으로 국가기관을 공격하고 간첩혐의자를 편든다면, 국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황 전 실장은 방통심의위원회 위원조차 “국정원의 부실 수사만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이 프로그램을 심의하면서 민변 변호사의 편향 코멘트나 해당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제작진이 집어넣었던 이석기 사태에 대한 클로징을 삭제하도록 해 언론노조 측의 여론 선동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애를 쓴 사람이다.
“KBS의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겠다”던 조대현 사장이 문창극 왜곡보도 사태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도 이런 식의 인사를 한다는데 심각한 의문과 회의감이 든다. 보도국장엔 언론노조가 경기를 일으키는 인물로, 보도본부장엔 언론노조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자로 앉히는 식 말이다. 조 사장은 이런 인사로 KBS보도가 과연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KBS 모든 프로그램의 심의를 맡는 심의실장 자리를 언론노조가 ‘침묵’으로서 찬성하는 인물을 앉히고 그동안 KBS의 편파성 문제를 지적하며 공영방송의 바른 길을 제시했던 인물은 자리를 뺏는 식이라면 조 사장이 말하는 공정성을 우리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론노조와 대립하는 인물은 가차 없이 자르고 언론노조의 지지를 받는 인물, 언론노조의 횡포에도 침묵하던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인물들을 요직 곳곳에 앉히는 식의 인사라면 KBS언론노조에 진절머리가 난 많은 국민들은 KBS 조대현 체제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임원 인사로 사실상 언론노조에 힘 실어준 조대현 사장
조대현 사장의 첫 인사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났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보도쪽은 언론노조가 찬성하는 인물과 반대하는 인물을 내세웠다. 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을 보도 책임자로 앉히는 것이 견제와 균형을 잡는 해결책인 것처럼 여긴 듯 하다. 과연 그럴까? 두고 볼 일이다. 조 사장은 소수의 경영진이 막강한 힘을 가진 KBS언론노조를 견제해도 모자랄 판에 인사를 통해 곳곳에 언론노조의 입김이 더 세지도록 장치를 달아놓은 셈이다. 안 그래도 언론노조원들의 압박과 보이지 않는 감시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간부들인데 그 안에 언론노조의 지지를 받는 간부까지 박아놨으니 말이다. 보도국장이 과연 보도본부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보도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조 사장은 애국진영의 인물, 보수우파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언론노조를 정면으로 비판해온 인물들은 기피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줬다. KBS언론노조가 줄기차게 노골적으로 ‘아웃’을 외쳤던 황우섭 전 심의실장을 정말로 아웃시켰다. 그렇다고 심의실장에 애국심 강한 인물로 인사를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언론노조측이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는 인물을, 그럼으로써 단적으로 KBS의 방향을 짐작케하는 인물을 KBS의 모든 프로그램의 심의를 다루는 심의실장에 앉혔다.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와 같은 왜곡보도나 언론노조 기관지 기자를 전문가로 둔갑시켜 뉴스를 공격했던 것처럼 어이없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간첩혐의자를 일방적으로 편들었던 추적60분과 같은 언론노조 측의 정치공작성 프로그램에 대해 과연 KBS 심의실이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디어오늘의 지적처럼 “인사가 바로미터”다. 조 사장의 첫 임원 인사에서는 언론노조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공영방송 개혁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고민도 발견하지 못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였다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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