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어제 야당의 대참패로 끝난 재보선 결과를 놓고 “국민이 야당을 심판했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선거 승리만을 위한 야권연대에 신물이 난 것도 모르고, 권은희라는 여인 하나 배지 달아주려고 그 난리굿을 벌이며 일으킨 공천파동에 마음이 식은 줄도 모르고, 세월호 특별법 정쟁에 환멸감이 드는 줄 모르고, 야당은 주구장창 ‘세월호 심판’을 노래했다. 그러다 스스로 심판 당했다. 심연 그 끝까지 추락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고 어제 늦은 밤 필자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KBS였다. KBS도 심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7·30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언론노조KBS본부는 사장이 없는 빈틈을 타 프로그램을 이용해 또 국민을 선동하려 했다.
지난 7월 24일, 25일 <파노라마>는 <18살의 꿈, 단원고 2학년 3반>과 <고개 숙인 언론> 두 편을 연달아 방송했다. 특히 2편의 경우 세월호 참사 100일이라는 명분으로 언론의 오보 행태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이라는 취지로 만들었단다. 그런데 과연 그 방송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한 방송이었나. 물론 의미 있는 대목도 있었다. 인터뷰를 핑계로 살아남은 아이를 붙들고는 친구의 죽음을 알리는 짓이나, 속보 경쟁하다 무분별한 오보를 내는 행태들이 취재 경쟁과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과돼선 안 된다는 지적은 수긍할만하다. 현장에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방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이 사고 현장 초기 정부의 구조 노력을 ‘대규모 총력 구조’ 등으로 과장해 보도한 것을 비판한 것도 이해할만하다. 방송과 언론은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또 부족한 모습과 함께 구조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모두 국민에게 솔직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진정한 반성 없이 자신들이 담고 싶은 것만 담은 KBS <파노라마>
그런데 <파노라마>는 언론이 신뢰를 잃은 이유에 자신들이 담고 싶은 것만 담았다. 언론은 정부를 왜 제대로 비판하고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그치는 식이었다. KBS 기자의 수준도 그대로 보여줬다. “그 인원들은 구조에 나선 인력이지 실제 잠수인력은 아니었다. 생각을 달리 했다면 정부와 해경 발표를 전하고 실제 잠수 인력은 몇 십 명에 불과하다, 이건 팩트이기에 이 사실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아쉽다”(강나루 KBS 기자-미디어오늘 보도) 그 험한 바다에 침몰한 배 안에 들어가 구조 작업하는 게 무슨 수영장 입수와 같은 줄 아는 모양이다. 잠수해 구조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많지 않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잠수 인력이 몇 십 명밖에 안 되는 게 마치 정부의 구조소홀의 증거인양 KBS는 보도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파노라마>가 세월호 관련 뉴스를 어느 방송이 더 많이 내보냈는지, 혹은 더 적었는지를 비판한 대목이다. 이 방송은 또 뉴스의 정보원으로 정부기관이 가장 많았다는 점, 또 KBS와 MBC는 선원과 선사의 부실대응에 주목했지만 JTBC는 정부의 부실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두 공영방송사를 비판했다. 또 유가족 관련 보도를 할 때도 KBS는 미담 사례 발굴에 주력했지만 JTBC는 유가족 입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면서 종편 JTBC를 치켜세웠다. 재난재해 사건보도는 당연히 정부 발 소스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소스를 받아 제대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부족하면 보강취재를 하고, 정부의 발표에 확신이 없다면 심층 취재를 하면 된다. 단 사실을 정확하게, 입체적인 사건을 단면의 사건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KBS 파노라마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명한다면서 모든 잘못이 정부에게 있는 것인 양 했다.
<세월호 기획보도>에 KBS 사태까지 끼워 넣은 언론노조의 꼼수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직접적 원인을 캐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점검하는 대신 사사건건 정부 탓으로 몰아가고 그런 정부를 몰아내고, 타도해야한다는 식이라면 그런 국가가 건강한 국가인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가는 모래위에 지은 성이나 다름없는 위태로운 나라다. 그런 불신의 사회, 불안한 국가를 만드는 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자명한 일 아닌가. 언론은 비판하되,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여론을 잡아가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파노라마>의 세월호 반성에는 그런 성숙한 공익적 관점은 제거된 체 그저 “우리가(기자들) 잘못했어요” “불쌍한 세월호 유가족 보도가 적었어요” “정부 비판(공격)이 모자랐어요” “JTBC 보도가 최고에요” “뉴스타파가 짱이에요” 등의 단순 무식한 논리만 가득했다. 이게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보도 수준이라고 믿을 수 있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게다가 더 가관인 것은 세월호 보도를 핑계로 KBS사태까지 끼워 넣은 점이다. 김시곤의 물귀신 폭로, 길환영 사장의 사퇴, 청와대 보도개입 주장까지 <파노라마>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다는 핑계로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핵심을 끼워 넣었다. 이걸 두고 언론노조 기관지가 “성역 없는 비판”이라며 치켜세운 건 정말이지 가소롭기 짝이 없다. 세월호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하지도, 그렇다고 언론에 대해 공정한 시각으로 비판하지도 못한, 그저 사장이 빈틈을 이용해 세월호 참사를 또 이리저리 이용해보겠다는 잔머리와 의도만 번뜩인 <파노라마>의 2부작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재보궐 선거 코앞에서 방송됐지만 국민의 분노와 유가족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라 KBS에 대한 혐오, 언론노조에 대한 환멸, 세월호 정쟁을 주도한 야당에 대한 불신과 분노만 키웠다. 그래놓고는 자신들의 기관지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PD저널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자화자찬했다.
여론 호도하여 야당 침몰시키는 데 일조한 KBS
이제는 정략만 남은 세월호 심판론으로 자신들이 심판당한 야당처럼 KBS언론노조의 <파노라마> 역시 자신들이 심판 당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주구장창 세월호에만 매달리며 눈물과 분노만 짜내는 JTBC 시청률도 이젠 신통치 않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세월호에 묶여 같이 수장될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경제를 생각하자”는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KBS 조대현 사장은 특히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사장 없는 틈타 명색이 공영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는 <파노라마>가 이런 수준의 저급하고 천박한 시각, 유아적인 감상주의에만 매몰된 체 얄팍한 정략의 꼼수를 부리는 일체의 보도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재 야당의 몰락에는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침몰한 세월호에 올라타 표류하고 있는 KBS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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