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이 KBS 이사회가 추천한 조대현 사장 후보자에 대해 “조대현 사장은 청와대에 빚진 것이 없는 KBS 최초의 사장”이라며 극찬한 칼럼을 24일 게재했다.
해당 칼럼은 쓴 이는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으로, 현 회장은 길환영 사장 당시 자사의 국정원 보도를 비난한 편파프로그램으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옴부즈맨 프로그램 'TV비평'의 담당PD였다. 언론노조 측의 이 같은 칼럼에 대해 “조대현 사장 후보자가 언론노조와 야권이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명백한 또 하나의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TV비평'은 ‘클로즈업 TV’ 코너를 통해 국정원 보도와 관련해 자사의 뉴스보도를 비판했는데, 출연자들은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낙제점”, “KBS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KBS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 등의 프로그램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사장 선임제도 등의 발언을 하며 일방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었다.
해당 방송의 출연자와 인터뷰 대상자들도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민동기 당시 <미디어오늘>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등으로 우파인사나 중도인사는 전혀 출연시키지 않아 문제가 제기됐고, 지나친 편파방송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현 회장은 당시 프로그램의 지나친 편파성을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던 KBS공영노조의 성명 내용을 꼬투리 잡아 공영노조를 고소해 파문이 일었었다. 공영노조는 KBS의 프로그램 등 좌편향 문제를 앞장서 지적해온 대표적인 애국노조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은 또한 문제의 옴부즈맨이 방송됐던 시기인 작년 6월 KBS 현직 PD 신분임에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해 현 정권과 KBS 길환영 당시 사장을 향해 “개XX들”이란 욕설을 반복하고 “새경 받는 머슴” “민중수탈세력” 등의 막말 폭언을 한 바 있다.
길 사장에 대해서는 “머슴 노릇해서 새경(私耕·농가에서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머슴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은 받아야 하잖아요. 관제(官製)사장 놈이란 게 어쨌든 한 번 더 연임해 처먹으려고 난리예요, 이 개XX들”이라고 인신공격과 모욕적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그는 또한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있다. 53년 전 바로 여기를 꽉 채운 대학생 동지들이 4·19 혁명을 통해 부패한 이승만 정권을 몰아냈고, 87년 6월 항쟁 때 또다시 민중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개XX들, 이 땅을 잡고 있는 정권찬탈세력, 민중수탈세력, 이 XX들을 싹 쓸어버리자” 등의 거친 언사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현상윤, 조대현 사장 후보 ‘압박’ 하면서도 “청와대에 빚진 게 없는 최초의 KBS 사장” 극찬
자신이 PD로 재직할 당시에는 길환영 사장을 향해 막말과 폭언을 퍼부었던 현 회장은 그러나 조대현 사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현 회장은 칼럼을 통해 이길영 KBS 이사장이 이사들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길환영 사장 해임을 주도해 다수 이사들의 반목을 불렀다는 등의 분석글을 쓴 뒤 이어, 조대현 사장 후보자에 대해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현 회장은 먼저 “이제 관심의 초점은 ‘조대현 체제의 KBS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에 쏠려 있다. 전임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연임에 연연해 시대의 아픔과 언론의 사명을 외면한 채 청와대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조대현은 이병순 사장 시절 제작본부장, 김인규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주요 요직에 있으면서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몰락시킨 주요 책임자 중 한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 지금 KBS는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그리고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극대화 되어 있다”며 “기자쓰레기라는 모욕과 청와대 방송이라는 더러운 이름을 씻어 내려는 구성원들의 투쟁의지와 단합된 투쟁역량이 살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대현 사장이 연임에 급급해 과잉충성으로 일관한다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도 “조대현 사장은 청와대에 빚진 것이 없는 KBS 최초의 사장이다. 연임에만 목매지 않는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그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무너진 공영방송의 복원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의 의중을 받들어 전임사장들처럼 시대의 부역자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조대현 사장에게 달려 있다”며 “인사혁신과 구성원들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혁신 조치가 조대현 체제의 첫 단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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