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표류하는 KBS’, ‘쾌속질주 MBC’ 양대 공영방송의 현실을 요약하면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창극 사태 이후 언론노조와 좌파진영이 ‘달라졌다’며 칭찬하는 KBS는 그에 부응하듯 여전히 ‘삽질’ 중이다. 수십 년 전에도 존재하던 큰빗이끼벌레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메인뉴스를 통해 전파한다. 많은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4대강과 무관하다는 이 벌레를, 덩어리진 흉물스런 모양을 부각시켜 마치 강의 오염도를 알려주는 척도인 양 몰아가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선동을 버젓이 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시청자와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짓이다. 교활한 정략이 숨어 있다는 냄새도 풍긴다. 큰빗이끼벌레를 건수로 또 4대강 탓을 들고 나온 시점이 묘하다. 7·30재보궐 선거에 친이계로 분류되는 여당 후보들이 나서자 야당이 ‘MB맨 심판론’을 꺼내든 것과 겹친다. 멀쩡한 사장을 쫓아낸 후 공영방송이 하는 보도란 게 이따위 저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을 비롯해 언론노조 기관지들이 공영성, 공정성 등등 하여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서 모두 ‘최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MBC는 오히려 질주하고 있다. 2012년 파업 당시 ‘이러다 문을 닫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저앉고 망가졌던 MBC는 안광한 사장 체제에 접어들어 다시 앞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2013년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MBC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조차 MBC가 형편없는 방송사로 평가했다고 언론노조 기관지들이 선동하지만 그건 그들이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방문진이 지난 9일 MBC 신사옥에서 발표한 ‘2013년도 MBC 경영평가’ 결과에 의하면 MBC의 작년 한 해 동안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인 김용철 경영평가소위원장은 2013년도 총평을 통해 “시청률과 점유율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콘텐츠 유통수익이 목표치를 초과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고 했다. “공영방송 MBC, 몰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야당에 잘 보이려는 사이비 언론학자들이 마치 기우제라도 지내듯 날이면 날마다 MBC를 향해 퍼붓는 독설과 저주성 글에도 MBC는 건재하다.
막강한 MBC언론노조의 방해에도 MBC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리더십’
이런 저력을 발휘하는 MBC와 유치한 정치선동에 앞장선 KBS의 차이는 결국 리더의 차이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언론노조의 힘의 세기에선 오히려 MBC가 KBS를 훨씬 앞선다. 광우병 왜곡보도의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해 해고된 박성제, 이용마, 정영하, 강지웅, 이상호 등 선동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있다. 뉴스타파의 최승호는 물론 현재 노조를 끌고 가는 이성주 본부장의 투쟁력과 선동력 또한 만만치 않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PD까지도 외부 게시판에 “엠병신”이라 쓰고 다니며 회사를 욕할 정도고, 노조원이 회사 내부 기밀까지 외부 정치세력에게 열심히 퍼 나르고 있으니, 아직 이런 수준의 골 고른 막장까지는 가보지 못한 KBS언론노조는 MBC언론노조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런데도 KBS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4대강, 큰빗이끼벌레 운운하면서 보도로 또 장난을 한다. 사장 공백이 원인 가운데 하나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조대현 사장 후보를 최종 선임할 경우 KBS 보도가 현재보다 더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 장난을 쳐도 최소한 질적 수준이 담보된 보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KBS언론노조보다 교활함이나 투쟁력 면이나 어느 모로 봐도 훨씬 강도가 센 언론노조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MBC가 여전히 노조와 외부 정치세력의 흔들기에도 안정적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은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리더십 때문이다. 필자가 예전부터 강조하지만 정치노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경영진이 정치적으로 ‘놀지’ 않아야 한다. 특히 사장이 노조와 정치적 거래를 하거나 정치권에 쪼르르 달려가 정치개입을 부르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안 사장은 과거의 숱한 사장들이 저질렀던 그런 오류를 저지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겐 보상을, 정치판에 길들여져 앞뒤 분간 못하는 ‘꾼’들에게는 징벌이란 원칙으로 임한다. 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MBC의 고질적 병폐도 잘 안다. 노조가 회사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노조가 사장과 회사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이 MBC를 망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윤두현 YTN 홍보수석 기용한 대통령의 지혜, KBS 사장 선임에도 적용되길
안광한 사장이 지난 14일 간부회의에서 했던 발언은 숱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MBC가 왜 저력을 발휘해 다시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MBC의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합니다. 사원과 회사의 관계, 사원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사원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여 지키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권재홍 부사장이 밝혔듯 회사는 회사의 내부 기밀자료를 외부에 넘겨 회사를 음해한 행위에 대해 MBC 사원이기를 포기한 행위로 간주, 일고의 관용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 관련 부서는 내부정보 유출 방지 조치를 마련하기 바라며,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국회를 포함한 외부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안광한 사장-
바로 이것이 KBS와 다른 MBC의 힘이다. 시류에 따라 표류하면서 정치세력 간 싸움에 함께 플레이어로 뛰는 노조가 상투를 틀어쥔 KBS와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를 물리치고 언론사로서 독립적으로 밀고 가는 사장이 버티는 MBC의 차이다.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KBS와 MBC의 모습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노조와 맞섰던 윤두현 전 YTN 플러스 사장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기용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론노조에 의해 무방비 상태로 공격당하거나 이들에 의해 왜곡된 여론을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인사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박 대통령이 잘한 인사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 하다. KBS 조대현 사장 후보를 최종 선임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듯 보이는 대통령의 선택이 어떻게 될 것이냐를 놓고 필자가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MBC 현 경영진의 리더십이 그대로 필요한 KBS
지금의 방송사 언론노조의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단지 정부만 ‘까는’ ‘야당·노조 방송’인가 아니면 정부의 잘못에 침묵하는 ‘정권의 방송’이냐의 단순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도 비판받을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방송사 언론노조가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하고 있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언론노조 소속으로, 방송을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기에 많은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 방송이 일부 세력의 정치투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KBS사장으로 선임해야할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KBS 사장 선임을 위한 최종 선택을 앞둔 박 대통령은 재가 여부를 결심하기 전 MBC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안광한 사장을 비롯해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이진숙 보도본부장,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 등 그들이 어떤 인물인지 그들의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됐으며 MBC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현재의 MBC 모습을 한 번 더 머릿속에 떠올렸으면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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