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사장 임명을 둘러싼 KBS 안팎의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11명의 이사 가운데 이길영 이사장을 포함해 무려 4명이 KBS 출신으로 채워진 KBS 이사회가 사장 후보로 지원한 30명의 인물 중 최종 6명을 모두 KBS 출신으로 뽑았다. 동종교배와 순혈주의의 폐단 때문에 오죽하면 정치권이 나서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마당에 KBS에서는 이렇게 그들만의 은밀한 교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을 KBS 출신으로 뽑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효과도 물론 있지만, KBS의 문제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 그러자면 언론에 대한 철학이 바로 섰는지, 애국심이 있는 인물인지, 기회주의와 출세주의자는 아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그런 검증은 빠지고 끼리끼리 해먹는 식의 집단 이기주의와 기회주의만 활개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KBS의 1노조가 “다수이사·소수이사 할 것 없이 자신을 이사로 만들어 준 자들에 대한 철저한 보은 투표와 이사 개개인과 각 후보 간의 이해관계가 작용된 야합 투표”라고 했겠나. “이런 밀실 이사회가 보은과 거래, 담합을 통해 추려낸 6명은 어느 누구도 사장이 될 자격이 없음을 분명하게 천명한다”고 경고한 1노조의 ‘공모절차 전면중단’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KBS 이사회가) KBS 사장감으로 좋은지를 고민하지 않고 정파나 인맥, 학맥으로 표를 행사했다” “대학 동창이니 한 표 주고, 입사 동기라 한 표 주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한심하다” “KBS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아사리판이 될 동안 정말로 KBS 사장을 해야 할 사람은 없고 소위 B급 인사만 넘쳐난다”는 KBS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 여론도 결코 흘려들을 수 없다.
KBS 이사회가 뽑은 사장 후보 6명, 부적절한 인물이 대다수
KBS이사회가 뽑은 사장 후보 명단에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 전 부위원장이 들어간 건 정말이지 할 말을 잃게 한다. 방통위가 어떤 곳인가. KBS 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KBS 이사회는 자신들을 이사로 만들어 준 방통위의 부위원장을 다시 KBS 사장 후보로 뽑아준 것이다. 만일 KBS 사장에 홍성규씨가 유력하다는 일부의 소문대로 홍씨가 사장이 된다면 방통위에서 퇴직하고 바로 KBS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언제부터 방통위와 KBS 이사가 이렇게 서로서로 자리를 봐주는 관계로 전락하게 됐나. 도대체 양심이란 게 있는 자들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관피아, 해피아 때리던 KBS가 이런 식의 자리 나눠먹기는 해도 된단 말인가. 홍성규씨 이외의 다른 후보들도 온통 문제투성이다. 정권에 잘 보이려고 본 모습을 숨기는 카멜레온 같은 인물에, 길환영 사장이 노조에 내쫓긴 후 KBS 사태를 제대로 수습해야 할 책임 있는 자가 그 역할은 팽개치고 자리에나 욕심내는 인물, 노조와 정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인물, 뭘 했는지도 모를 사람 등 대다수 인물이 부적격 그 자체다.
사장 공모 절차 과정이나 결과나 이 지경인데, KBS 이사회의 이런 독주를 그냥 지켜봐선 안 된다. 그들이 자기들 이익대로 KBS를 좌지우지하도록 해 KBS의 운명을 이대로 끝장내게 해선 안 된다. KBS 이사회의 개개인의 사익과 야욕이 빚은 이번 사장 추천 공모는 무효화시키고 원점으로 돌려 재공모로 다시 뽑아야 한다. KBS 이사회를 KBS 출신들이 사실상 장악한 마당에 사장 후보를 모두 KBS 출신들로 뽑는 동종교배식도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 KBS 이사회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일련의 KBS 사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걱정과 관심이 높은데도 KBS 이사회가 밀실에서 이런 식의 후안무치한 사장 공모 작업을 끝까지 고집한다는 건 대국민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KBS의 사장 자리를 한낱 끼리끼리 나눠먹는 자리로 전락시킨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무능, 타락한 KBS 이사회를 만든 정권의 책임
KBS 이사회가 이렇게 타락한 욕심꾼들로 가득 채워진 것은 역시 정권의 무지와 무능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방송과 언론에 대한 곧은 철학이나 애국심, 노조관, 의지, 도덕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출세지향의 권력주의자, 부당한 공격에도 쉽게 무릎을 꿇는 나약한 자,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이 들끓는 타락한 KBS 이사회를 만든 것은 그들을 임명한 정권의 책임이다. 2012년, 노조 파업으로 혼란이 극에 달했던 시기 MBC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문진의 일부 이사가 보였던 기회주의 처신이나, 2014년 KBS 경영 최고의결기관이면서도 KBS 사태를 자기 식구들 자리 나눠 먹는 기회로 이용하려는 듯한 KBS 이사회의 처신이나 모두 정권의 무지와 무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이 왜 중요한지, 도대체 현재 우리 언론과 지형이 어떤 꼴로 돌아가는지 최소한의 관심만 있었더라도 그런 중요한 자리에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 무능력자들을 대거 꽂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이 그래놓고 언론탓, 야당탓, 지지자탓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한 이사회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독주를 이번에도 그냥 멀뚱멀뚱 지켜만 볼지 두고 볼 일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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