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MBC 안광한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세월호 오보와 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상식인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MBC에 요구한 ‘관련 자료’ 목록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MBC가 ‘학생전원구조’라는 최초의 오보를 냈다는 주장도 정치공세에 불과하지만 오보의 경위와 출처를 밝혀야한다며 최민희 의원 등이 세월호 국정조사를 핑계로 공영방송사에 요구한 것들은 상상 이상의 것들이다. 언론노조 측 매체 미디어스의 정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안광한 사장, 김진숙 보도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박상후 전국부장의 유무선 전화 통화기록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일체·차량 사용 내역 일체, △박상후 부장의 ‘일베’ 접속 로그인 기록, △5월 1일 이후 <뉴스데스크> 큐시트(오전시트·오후 5시 경 큐시트·실제 방송된 큐시트), △세월호 관련 취재기자의 보고 내용, △데스크 수정을 거치기 전 최초 리포트 일체(4월 16일~4월 30일), △안광한 사장·이진숙 보도본부장·김장겸 보도국장에 보고된 문서 및 참석한 회의 자료 일체(4월 16일 이후) 등.
야당과 언론노조 그리고 좌파진영 매체들이 언론자유의 수호신처럼 굴던 것이 한 두 해가 아니고 그들의 얄팍한 이중잣대가 한두 번 드러난 것도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국조를 이용해 그동안 벼르던 MBC를 손 좀 보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나. 자신들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손보겠다는 야당의 집착은 이제 병적인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야당 인사들 가운데 자당의 이런 악질적인 언론탄압 언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이제껏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비판한번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야권 전체가 양심이 마비된 상태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봐도 명백한 언론탄압을 ‘세월호 보도 검증’이란 핑계로 정당성을 부여하고 포장하는 것은 남을 속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정당이 현실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의 이념과 정치적 목적 틀에 꿰어 맞춰 재단하는 것에 익숙하면 할수록 수권정당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 발 딛고 사는 국민과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 세게 지르고 더욱 자극적으로 말하고 더욱 과장되게 포장할수록 그렇다.
MBC에 대한 보복심리·파쇼적 집단사고 보여준 야당의 적나라한 민낯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보도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박상후 전국부장의 전화 통화기록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일체를 요구했다가 새누리당 측으로부터 “그게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당한 최 의원의 재반박도 황당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서 요구한 자료의 목록만 나열하며 정치·정략적 목적으로 낙인찍었을 뿐, 왜 해당 자료가 세월호 참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지, 왜 정치·정략적 목적인지 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뒤가 바뀐 얘기다. 최 의원과 새정연 측이 먼저 안 사장 등이 법인카드를 쓴 내역과 통화 내역, 차량 사용 내역이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대야 맞는다. 일방적인 의심 수준의 이야기를 가지고는 웃음거리밖엔 안 된다.
박상후 부장에 대한 최 의원의 주장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박상후 부장은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한 보도로 MBC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고, 평소에도 회의석상에서 공공연하게 유족에 대한 막말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이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한 ‘일베’에 심취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부장의 보도가 유가족을 폄훼한 것(필자는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이라는 주장은 보기에 따라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니 백번 양보해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가 일베에 심취하건 말건 그건 무슨 상관인가? 그게 무슨 의혹거리가 되나? 그가 일베 취향이건 오유 취향이건 그게 세월호 오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가 일베 취향이어서 오보를 냈다는 데 무슨 논리적 근거가 있나. 박 부장을 비난하는데 힘을 쏟을게 아니라 최 의원은 근거부터 분명히 내놓고 따지기 바란다.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억지로 우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매사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최 의원이 이처럼 개인의 취향이나 사적 발언을 가지고 덤벼드는 모양새는 보복심리나 파쇼적 사고에 젖은 본인의 민낯을 자랑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를 MBC 공격 소재로 악용한다면 모든 책임은 야당에
최 의원과 야당 측이 방송 큐시트, 기자들의 리포트도 낱낱이 조사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세월호 국조를 핑계로 이런 자료들을 언론사에 요구했다는 걸 세계가 안다면 기겁할 일이다. 우파정권 들어 매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떨어졌다고 정부를 공격하면서 야당 의원들의 이런 짓들은 그럼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아니고 뭔가? 세월호 보도를 이유로 야당이 MBC에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간섭하고 옥죄려는 건 MBC 길들이기에 다름이 아니다. MBC가 만약 과거처럼 허약한 사장과 경영진이 이끈다면 이런 야당의 공포정치에 움츠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경영진은 야당과 노조의 전략과 전술을 꿰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언론 독립과 편집권을 포기하고 그런 위협 따위에 무릎 꿇을 사람들이 아니다.
MBC의 세월호 오보와 선정보도를 단죄하겠다는 최 의원을 비롯한 야당은 JTBC에는 한없이 관대했다. 사고 당일 구조된 단원고 학생과 전화 인터뷰에서 친구의 사망 소식을 알고 있느냐는 황당한 질문부터 시작해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씨의 다이빙벨 홍보 방송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아픔은 나몰라라 시청률 장사한 비도덕까지 JTBC 역시 트집을 잡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도 적과 아군으로 갈라 내편인 언론사의 실수와 잘못엔 무조건 눈감고 네 편인 언론사의 경우에는 침소봉대와 왜곡으로 패대기쳐 길들이겠다는 태도를 시종일관 고집했다. 이런 야당의 막가파식 언행이 소수의 극렬 지지자를 제외하고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건강하고 상식적인 야당의 당연한 행위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야당이 많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이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는 오만하고 극단적인 집단 자의식과 태도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야당의 태도라면 세월호 국조에서 진상규명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된다면 세월호 참사와 가족들의 눈물을 핑계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야당의 욕심 때문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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