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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사장 임기보장이 해법이다

KBS 이사회, MBC 살린 방송문화진흥회를 보고 배우라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참 이상한 일이다. KBS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타락했다면서 KBS의 방송차질을 걱정한다니 말이다. KBS의 현실이 정말로 그렇다면 야당이나 노조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언론매체들은 양대 노조의 파업과 그로 인한 KBS 방송 파행에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정권의 하수인이 된 KBS인데 그런 ‘기레기’ 방송이 파행되든 말든 아니, 파행될수록 더 잘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선거 방송, 월드컵 방송 차질이 예상된다며 매일같이 방송 파행 타령이다. 왜 그럴까. 진짜 목적이 여론 선동에 있기 때문이다. 노조로서는 파업의 원인이 길환영 사장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이니만큼 길 사장이 나가고 KBS 사장 뽑는 방식을 바꾸자는 여론만 조성할 수 있으면 만사 오케이이다. 그러자면 국민이 방송 차질로 불편을 겪어야만 한다. 그래야 눈길을 붙들 수 있다. 언론노조와 이들을 거드는 정치세력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KBS가 수습이 불가능하도록 완전히 망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 다만 시청자를 볼모로 정권과 협상할 수준 만큼이면 된다. 딱 그만큼만 KBS가 무너져주길 바란다.

안된 말이지만 그런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KBS 양대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엄청난 불편과 방송 차질이 빚어질 것처럼 노조와 그들의 기관지들은 떠들고 있지만 국민은 별 상관이 없다. MBC가 모처럼 잘하고 있고, 아쉬운 대로 SBS가 있으며 그리고 YTN 등 보도채널과 종편4사 등이 있다. 안 그래도 볼 채널은 널렸다. 다매체 시대에 독점적 지위를 잃은 KBS는 더 이상 과거만큼 매력적이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 방송 파행을 주도하는 언론노조가 야당을 끌어들이고 시민단체와 언론까지 등에 업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고 믿는 일부 국민도 시큰둥하다. 이들에겐 JTBC가 있고, 불만스럽지만 SBS도 있다. KBS가 완전히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그다지 아쉽게 느껴질 리도 없다. 고액연봉과 공무원 수준의 처우를 받는데도 KBS 내 권력다툼이나 정부에 정치공세를 하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특히 노무현 정부의 나팔수 정연주 사장의 KBS도 겪어봤는데 현 정부의 ‘방송장악’ 주장이 통할 리도 없다. 국민 다수의 입장에선 ‘KBS 사태’는 그저 시끄러운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

KBS 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터무니없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이번 노조의 파업과 5일로 예정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표결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막말을 핑계로 댔지만 이번 파업은 김 전 국장 발언을 건수 잡아 일으킨 분명한 정치파업이다. 청와대의 전화 한통이 용납할 수 없는 정권의 방송개입이라 사장을 갈아치우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그랬어야 했다. 그때는 정권과 사이좋게 태평성대를 보냈던 노조가 보수우파 정권이 들어서자 별별 트집을 잡아 정부를 공격하고 방송 공정성에 지속적으로 흠집을 내는 것은 자신들의 정략과 골수에 박힌 진영의식을 자랑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연주 사장 시절 조중동 때려잡기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만들고 노사모를 이끌던 문성근을 MC로 기용해(KBS 인물현대사 MC로 이 프로를 8개월간 진행했던 문씨는 이 방송에서 하차하자마자 며칠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을 주도한 보수우파 세력을 대놓고 폄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노조가 고작 대통령 뉴스 순서를 앞으로 빼라 했다고 사장이 편파적이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코미디다.

길환영 사장이 과연 책임감 있게 KBS를 이끌고 있는가에 대해선 여러 의견과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길 사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느낌과 걱정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언론노조 측이 주장하는 고작 그 따위의 이유로 사장직을 빼앗아야 한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KBS 이사회는 길 사장이 KBS 사태를 잘 해결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의 임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KBS 이사회가 개인적 앙심에서 비롯된 듯 보이는 김시곤의 폭로와 언론노조의 주장이나 하찮은 의혹 따위로 길 사장의 옷을 벗긴다면 노조가 무책임한 폭로와 정치공세 하는 걸 장려하는 꼴이 된다. 길 사장이 언론노조를 개혁하기보다 그들과 적당히 타협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길 사장의 임기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역설적으로 이후 어떤 사장이 와도 그는 언론노조 영향 아래에 놀아날 가능성이 높다. 방송이 정권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야하는 것도 맞지만 그 어떤 집단보다 가장 정치적이고 편파적인 언론노조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장 갈아치우기는 절대 해법이 될 수 없다

길환영 사장의 임기를 보장할 것이냐, 아니면 사장을 갈아치울 것이냐 갈림길에 선 KBS 이사회는 MBC의 사례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당시 김재철 사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언론노조 MBC본부가 펼쳤던 온갖 더러운 음모와 정치공작에 방송문화진흥회가 부화뇌동하지 않고 불의한 싸움을 걸어온 노조에 휘둘리지 않았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김 전 사장은 끝내 박쥐같은 방문진 몇 몇 기회주의 이사의 농간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 해임을 당하기는 했다. 하지만 확고한 주관과 소신을 가진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노조의 의도를 간파하고 노조의 막무가내 행패나 다름없었던 정치공세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았다. 그렇게 이사들이 정부 권력이 뭐라 하든 소신있게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방송을 장악했다는 터무니없는 음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덮어쓰는 일을 막았다. 필자는 지금도 김재철 전 사장의 임기가 끝까지 보장됐더라면 중간 시행착오 없이 안광한 사장에 이르러 현재 MBC의 모습이 지금보다도 더 개혁적으로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KBS 이사회는 과연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와 같은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방문진 이사들의 굳은 의지와 신념이 김종국 사장을 거쳐 현재 안광한 사장에 이르면서 안정된 MBC의 모습이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KBS 이사들이 알 필요가 있다. KBS가 파도에 휩쓸리는 돛단배 신세로 전락할지 아니면 어떤 풍랑에도 굳건히 앞으로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KBS 이사회에 달렸다. 당장 시끄럽고 못마땅하다고 사장을 갈아치우는 것으로는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해결할 수 없다. 더 악화시킬 뿐이다.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방송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또한 길 사장 역시 앞으로는 KBS 개혁을 목표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자기보신과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입신을 우선한다면 오히려 자리보존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KBS 개혁을 위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해 나갈 때 우군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만이 보수우파는 물론 KBS에 실망한 국민을 감동시키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KBS를 살리는 길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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