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KBS 라디오국 부장인 이제원 PD가 사내게시판에 '사장 탓 회사 탓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PD는 "KBS의 세월호 보도는 처음부터 욕을 먹었다. 시작부터 오보였으니까.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또한 KBS노동조합과 본부노조가 현재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과 관련해 길환영 사장에게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그 모든 탓을 사장 한 사람에게 돌린다면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뉴스를 정말 뉴스다운 살아있는 뉴스로 만들지 못한 책임은 먼저 그대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지금은 '사장 나가라'는 소리밖에 없다. 이 모든 게 정말 사장 한 사람 탓인가?, 사장 혼자서 세월호 사태를 취재하고 방송했나?, 사장만 바꾸면 해결될 문제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목조목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먼저 살피고 또 합심도 해서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그도 안 된다면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지 툭하면 국장 나가라, 본부장 나가라, 사장 나가라고 하니, 이 사람들에게 문제를 바꾸려는 의지가 정말로 있긴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개탄했다.
이 PD는 또 "사장이 출근하는데 사장 차 앞 유리를 깨고 차 천장에 올라가 매달리고. 그런 장면을 YTN이나 SBS가 찍어서 뉴스에 나오면, KBS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법적으로 임기가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은 사장을 힘으로 쫓아내는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며 "얼마나 더 이런 식으로 사장을 내쫓아야 우리 회사의 문제가 해결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조에서 그렇게 출근 못하게 하고 쫓아내려고 했던 정연주, 이병순, 김인규 사장 지금 모두 나갔다. 본부장들도 여러 명 이런 식으로 나갔다. 이 분들 지금 KBS에 없다"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KBS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과연 이 분들 때문이었나? KBS 직원들 각자는 돌아보고 반성할 것들이 정말 없는가?"라고 꼬집었다.
<게시글 전문>
KBS의 세월호 보도는 처음부터 욕을 먹었다. 시작부터 오보였으니까.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았다.
처음엔 ‘모두 구조됐다’고 했다가 나중에 해명도 없이 ‘290명 넘는 사람들이 배 안에 갇혀있다’고 뒤바뀌는 뉴스를 보고 있는데 속칭 ‘멘붕’ 안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KBS나 다른 언론 전체를 싸잡아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하물며 그 배에 자식을 태운 부모들의 속이야 오죽했으랴.
우리 기자들도 사고 현장에 100명이 넘게 내려갔다. 밤잠을 못자며 뉴스를 전하고,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켜면 또 방송하고 있는 기자들도 있었다. 내가 작금의 KBS 사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여기에서부터다.
세월호를 취재하고 방송하던 기자들의 반성문이, 어느 날부터인가 코비스 게시판에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 반성문이 올라오고, 한 기수인가 두 기수인가 선배 기자들의 반성문이 또 올라왔다. 그 다음날도 비슷했다.
반성할 게 많은가 보다 했다. 일단 댓글만 훑어 봤다. ‘후배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선배로서 부끄럽다 응원한다.’ 이런 댓글들이 보였다.
나는 이런 기자들의 노력이 헛되거나 거짓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왕에 기자들이 반성한다는 성명서를 올렸으니 내 생각도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몇 가지 궁금증이 도무지 풀리지 않아서 말이다. 반성은 좋다. 고치면 되니까. 그런데...그 반성문에는 내가 생각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반성문이라고 올린 성명서 중에 ‘‘개병신’ 소리 듣기 싫다‘는 내용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 방문했을 때 유가족들이 박수친 게 아닌데 교묘하게 편집해서 박수갈채를 받은 것처럼 방송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 뉴스는 봤다. ‘실종자 가족들이 박수를 치네?’ 하고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박수소리 뉴스는 대체 누가 취재하고 기사를 썼나. 편집은 또 누가 했나? 이름을 묻는 건 아니다. 사실 관심 없다. 그들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큰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 반성했으면 더 좋을 일이다.
내가 정작 궁금한 건 사장이 박수소리를 넣으라고 시켰냐는 거다. 보도국에 팀장도 있고 부장도 있었을 텐데 본관에 있던 사장이 가서 박수소리 넣으라고 했을 거라고는 믿기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뉴스를 냈던 기자들 팀장들 부장들이 지금 제작 거부하고 사장 퇴진하라면서 보직까지 사퇴했다.
세월호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 대부분이 그래도 KBS에서 월급 받아서 애 학교 보낸다고 KBS 뉴스를 봐왔을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많을 분들이 세월호 때는 대부분이 Jtbc나 SBS 봤다고 한다. 그들이 왜 다른 방송을 봤는지는, 반성문이나 ‘사장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올리면서 보직사퇴하고 자리를 비운 보도국의 팀장 부장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도 대한민국 다른 시청자들하고 똑같다.
우리 뉴스? 사실 볼 게 없다. 세월호 사고 전부터 그랬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벌써 다 본 거 재탕 삼탕 하고, 앞이나 끝만 조금 바꿔 저녁 때 본 거 아침 뉴스에 또 나오고. 조선 중앙이 쓴 기사나 ‘오 마이 뉴스’나 한겨레가 쓴 기사 중 뭐가 진짜 진실인지 알고 싶은데...그런 거? 우리 뉴스를 보면 절대 알 수가 없다.
Jtbc 손석희 앵커는, (물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 벨 때문에 상처도 입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보도를, 우리보다 훨씬 작은 스튜디오에서 유가족들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그들의 마음도 얻어냈다. 나는 그게 Jtbc 기자들이 현장에서 유가족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월호가 침몰하자마자 유가족들이, 시청자들이 Jtbc부터 봤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건 Jtbc기자와 손석희가 세월호 보도를 하며 만들어 낸 성과물일 것이다.
내가 정작 우리 기자들에게 묻고 싶은 건 KBS뉴스는 왜 외면을 받았냐는 것이다.
그대들이 지금, 그토록 눈물까지 흘리며 반성한다던 그 모든 뉴스들은, 그대들 자신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밤잠을 못자 가며 만든 것 아니었나? 그런데 그렇게 많은 고생을 하고도 왜!!!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가? 왜!!! 지금의 Jtbc 기자들처럼, 또 손석희처럼 특종도 얻고 제보도 얻지 못했는가 말이다.
재난방송 주관사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 기자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왜 그대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욕을 먹으며 현장에서 내쫓겼는가? 그대들은 취재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다른 언론사를 압도하는 재난주관방송사 기자만 해낼 수 있는 특종으로 유족들의 한을 충분히 달랬는데도, 그도 아니라면 문제점투성이였던 정부 발표와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취재하고 방송했는데도 ‘취재기자들이 현장에서 내쫓기는’ 그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인가. 하지만 나는 KBS에서 그런 뉴스를 보지 못했다. 아니 주변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대참사가 벌어진 상황인데, 무표정한 앵커들은 원고를 읽는 건지 시청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분간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시청자의 솔직한 목소리이다. “KBS 뉴스 000입니다.”하고 리포트를 하는데, ‘자존감은 넘쳐 보이나 네이버나 신문에서 다 본 내용이고...KBS 뉴스 자체가 식상하다. 딱딱하고.’ 이게 내 주변의 일반 시청자 목소리이다.
다시 묻겠다. 이게 어제 오늘의 문제였나?! 정작 문제는, 세월호 사고가 났는데도 우리 보도가 달라지지 않았던 것 때문 아니었나?!!
온 국민이 너무도 비통하고 억울해서 잠조차 들지 못하고, 방송을 무작정 틀어 놓고 인터넷을 뒤지며 세월호 뉴스를 찾아 헤맬 때, 뭐라도 하나 국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할, 그도 아니면 정부의 무능을 KBS만의 방식과 노하우로 후련하게 파헤친 뉴스가 우리 KBS에 있었는가.
나는 보지 못했다. 네이버에서 읽는 연합뉴스보다 우리 기자들이 쓴 뉴스가 훨씬 낫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뉴스를 정말 뉴스다운 살아있는 뉴스로 만들지 못한 책임은 먼저 그대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KBS가 온 국민의 표적이 된 것은 김시곤 국장이 재난과학부 기자들과 점심을 먹은 이후였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세월호보다 많다’고 말했다는 시점 직후부터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사실 KBS가 욕을 먹기 시작한 건 그 전부터이다. 처음엔 ‘전부 구조됐다’고 방송을 했다가 오보에 대한 아무런 사과 없이 290명이 배 안에 갇혀 있다’며 종편 지상파 할 것 없이 뉴스특보를 쏟아냈다. KBS가 욕을 먹는 건 당연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오보였으니까. 그것도 사람들이 배 안에 갇혀 죽어가는 순간에.
얼마 되지 않아 KBS는 더 큰 욕을 먹는다. “시신...뒤엉킨 채로 발견.” 내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저런 뉴스를!! 그것도 자막까지 얹어서 내보낼 수 있나.
아~! 이제 그만 좀 욕먹었으면 싶었다. 그런데 또 일이 생겼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로 죽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보다 적다’고 해서 사단이 났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나는 지금도 이 말이 사실이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 자리에 있었던 그 누가 김시곤 국장을 송두리째 생매장시키겠다는 악의를 가지고 철저히 왜곡해 조직적으로 퍼트리지 않고서야, 이렇게 KBS가 망가지는 사태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말이 제 정신 가진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더 큰일도 벌어졌다. “분향소에 조문 갔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유가족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회사는 또 시끄러워졌다.
김시곤 국장이 처음부터 맞아죽을 각오로 안산 분향소로 찾아가 직접 사과 했으면 이렇게 사태가 악화되진 않았을 거라느니, 늦었지만 KBS에 항의하러 온 유가족들에게 김시곤 국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했어야 했다느니. 외부에 나가있던 사장이 유가족들이 떠난 새벽 2시 40분 전에 들어와 사과를 했어야 했다느니...아직도 말들이 많다.
물론 흥분한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서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도국장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사장이 청와대 앞까지 가서 사과를 하고서야 유가족들은 돌아갔다. 부끄러웠다. 왜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지금은... ‘사장 나가라’는 소리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정말 사장 한 사람 탓인가? 사장 혼자서 세월호 사태를 취재하고 방송했나? 사장만 바꾸면 해결될 문제인가?
지금까지 봐온 것들이 전부 이런 식이다. 조목조목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먼저 살피고 또 합심도 해서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그도 안 된다면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지 툭하면 국장 나가라, 본부장 나가라, 사장 나가라고 하니, 이 사람들에게 문제를 바꾸려는 의지가 정말로 있긴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회사에서 얼마나 더 험한 꼴을 봐야 할지 정말 두렵다.
사장이 출근하는데 사장 차 앞 유리를 깨고 차 천장에 올라가 매달리고... 그런 장면을 YTN이나 SBS가 찍어서 뉴스에 나오면, KBS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법적으로 임기가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은 사장을 힘으로 쫓아내는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얼마나 더 이런 식으로 사장을 내쫓아야 우리 회사의 문제가 해결된단 말인가.
노조에서 그렇게 출근 못하게 하고 쫓아내려고 했던 정연주, 이병순, 김인규 사장 지금 모두 나갔다. 본부장들도 여러 명 이런 식으로 나갔다. 이 분들 지금 KBS에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KBS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과연 이 분들 때문이었나? KBS 직원들 각자는 돌아보고 반성할 것들이 정말 없는가? 정말이지 묻고 싶다. 그 모든 탓을 사장 한 사람에게 돌린다면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공영방송 무용론이 벌써 나오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방만한 KBS 직원 수를 반으로 줄이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전 직원들에게 노트북하고 최신 스마트폰 주는 회사는 KBS 뿐이라는 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왜 맨날 선거 때만 되면 싸움질이냐는 소리는 지겹도록 들었다.
최악의 내분에 국민들까지 ‘뿔’났고, 종편을 비롯해 모든 언론들까지 나서 벼르는 마당이니 수신료는 이미 물 건너갔고 방송마피아라는 주홍글씨까지 더해져 이제는 대대적인 개혁 수술까지 받게 생겼다.
나는 양대 노조가 이걸 어떻게 막아낼지 궁금하다. 아마...막지 못할 것이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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