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더니 딱 그짝이다. KBS에서 벌어지는 꼴을 보아하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싶어 ‘이때다’ 했나보다. 김장겸 보도국장과 박상후 전국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언론노조와 MBC본부노조 얘기다. 두 사람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는 이유라는데 사실인지도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설사 사실이라도 내부의 사적 대화를 까발려 검찰에 고발한다는 게 도대체 정상적인 언론인이 할 수 있는 행위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하기야 이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했던 과거의 짓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래도 매우 거슬린다. “유가족을 폄훼했다”라는 대목이 그렇다. 설령 누군가가 희생자 가족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치자. ‘인간이라면’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그런 쓸데없는 말은 전하지 않는 게 상식이고 예의다. 그런데 입만 열면 유가족의 아픔, 희생자 가족의 상처 운운하는 이들이 그 짓을 하며 상처를 벌린다. 도대체 그 짓이 유가족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을 위한 것인가.
비극적인 참사 앞에서 MBC이든 KBS이든 직원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보도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그 신중함은 눈물 콧물만 짜내는 감성보도도 아니고 사소한 실수를 한 사람에게 ‘너 잘 걸렸다’식의 화풀이하듯 마녀사냥 하는 꼴이 돼서도 안 된다. 초기 대응이 미심쩍다고 해경을 천하의 몹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도 금물이다. 중국의 불법 어선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바로 해경이다. 언론은 희생자 가족의 상처를 보듬으면서도 슬픔을 이기고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참사의 원인을 짚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잘못된 관행과 병폐를 걷어내는 데 정확한 보도로 앞장서야 한다. MBC본부노조 이성주 위원장이 KBS와 SBS의 자사 보도비판을 추켜세우며 MBC를 비난하지만 이들의 자아비판 내용이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역할 부족이었는지 단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부족이라는 정략적 내용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물귀신 작전이 촉발한 KBS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MBC본부노조가 괜히 흥분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허약한 KBS의 체질과 독한 예방주사를 맞은 MBC의 체질이 다르다. 경영진의 자세부터 다르다. 김시곤이 길환영 사장의 간섭이 있었다며 폭로하고 KBS1노조와 2노조가 사장 불신임에 총파업 투쟁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경영진 그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다. 보신과 눈치보기가 체질화된 이들에 둘러싸인 사장, 부하 직원들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지 못한 사장이 노조로부터 총공격을 받으며 혼자 고립된 꼴이다. 그러나 MBC는 위기 때 KBS와는 전혀 달랐다. 언론노조의 공격과 잘못된 행태에 물러서지 않고 경영진이 한 마음이 돼 똘똘 뭉쳤다. 그 싸움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었다. 그 숱한 고소·고발전에서 건건이 MBC측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신, 언론노조의 부당한 공격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MBC 파업 사태 닮아가는 KBS 상황, KBS 개혁의 적기다
현재 KBS 사태는 MBC와 비슷한 길을 가려는 듯 보인다. 노조는 길 사장에 대한 불신임 이후 출근저지 및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청와대의 사과와 홍보수석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참에 야권 정치세력과 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의 공영방송지배구조까지 뜯어고치겠다고 덤비고 있다. KBS노조는 길 사장의 개인비리까지 까발리겠다고 나섰다. 한바탕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길 사장이 깨끗하다면, 그리고 사장으로서 자신의 행위에 확신이 있다면 이길 수 있는 전쟁이다. 그런 각오가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리를 걸고 KBS 개혁에 나서야 한다. 김시곤으로 촉발된 지금의 KBS 사태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욕심과 갈등이 빚은 참사다. 소신 없이 자리에 연연한 사장, 허약한 사장이 지켜주지 못했다고 무책임한 폭로에 나선 보도국장, 건수 잡았다고 날뛰는 언론노조와 덩달아 날뛰는 KBS노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또 끼어든 야당과 언론관련 단체...이런 이기심과 욕심, 정치논리가 부딪히는 장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은 단지 구실에 불과하다는 게 안타깝지만 KBS 사태의 불편한 진실이다.
길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MBC 파업 사태에서 안광한 사장 등 경영진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배워야 한다. 노조가 그 어떤 것을 폭로한다고 해도 자신이 한 일이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사면초가의 위기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길 사장이 할 일은 정권의 간섭을 물리치고 야당과 언론노조의 정치공세와 야비한 공격도 이겨내고 언론노조의 문제를 포함해 KBS의 오랜 병폐를 걷어내는 개혁의 길을 걷는 것뿐이다. 당장은 시끄럽고 불편해도 그것보다 국민적 지지와 박수를 받는 명분은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은 용기가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길 사장이 만약 그 일을 못한다면 다음 사장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KBS사태는 어차피 KBS가 개혁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이 될지 다음 사장에게 넘길지 선택은 길환영 사장에게 달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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