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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JTBC 누가 ‘뉴스룸’의 주인공일까

기본과 원칙 강조한 안광한 사장의 편지가 감동을 주는 이유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씨의 ‘다이빙벨’이 웃음거리가 되면서 필자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MBC 안광한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형용사를 최대한 절제한 담백한 문체와 내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어떤 명문 못지않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세월호 사건이 채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방송은 전체 국민의 정서와 생활의 안정을 고려해 원상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크고 비극적이며 한국사회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할 교훈적 사건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서 온 국민이 우리 사회의 수준과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2년에 있었던 ‘효순 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데 비해, 이번 방송은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종류의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전체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추스르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 분명한 교훈으로 남아야 합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가 국가와 사회의 수준과 격을 좌우합니다. 방송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국민적 관심이 클수록 몰입과 절제의 적정선을 지켜나가기 위한 고민을 해나가야 하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성숙한 사회를 향한 제 역할을 해 나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MBC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회사와 사원이 역할과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상암동 시대의 토대가 굳건해야 MBC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 만큼 우리의 조직문화도 기본과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세월호 사건이 반면교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청률에 눈 먼 JTBC ‘다이빙벨’과 MBN ‘홍가혜’ 보도가 증명한 것

필자가 굳이 안 사장의 편지 내용 전체를 다시 옮기는 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현재 우리 언론의 위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비통에 빠뜨린 국가적 비극 사태에서도 시청률 경쟁과 진영논리에 눈이 멀었던 우리 언론의 저급한 수준이 선견지명과 같았던 안 사장의 차분한 글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곱씹어보게 한다. 기본과 원칙에 대한 강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슈를 놓고 몰입과 절제의 적정선을 지키기 위한 언론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안 사장의 진지한 목소리는 JTBC의 다이빙벨이나 MBN의 홍가혜 보도 파문을 겪은 우리 사회에 지금 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다이빙벨이 만능인양 떠벌였던 이종인보다 아무런 검증 없이 그를 이용해 ‘닥치고 방송’했던 JTBC와 손석희 앵커, 허언증 환자 홍가혜에 대책 없이 낚였던 MBN의 행태는 시청률에 눈먼 삼류 언론의 선정성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보도할 것과 보도하지 말아야할 것, 지켜야할 것과 과감해야 할 것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 언론의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의 판단력과 지성의 수준을 조롱하고 시험했다. 뉴스와 예능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듯한 무절제, 검증이라는 기본을 잊은 눈물과 감성, 그리고 분노. 냉철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온통 아우성으로 가득 채운 방송화면은 기본과 원칙이 빠진 언론이 얼마만큼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줬다. JTBC가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우롱하면서 올린 시청률 성적은 자랑이 아닌 수치다. 언론 선진국이 JTBC 다이빙벨 보도 사례를 술자리의 농담거리로 삼지는 않을까 JTBC는 부끄러워해야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JTBC 그들이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실’을 전하는 언론인이 진정한 ‘뉴스룸’의 주인공

안광한 사장이 과거 ‘효순 미선양 방송’의 무절제한 선정성을 언급하고 세월호 참사에서도 방송이 지켜야할 기본과 원칙을 말했다는 점에 필자는 솔직히 감동했다. 그리고 그 어떤 과장이나 적대감 없이 담담히 방송과 언론이 걸어야할 원칙을 모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는 점에서 든든한 마음도 든다. 모름지기 공영방송의 사장쯤 되는 이라면 모두가 혼란과 슬픔에 빠져있어도 차분하게 이성의 등불을 들고 방송을 통해 사회가 걸어가야 할 길과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안 사장의 편지글은 MBC 내의 조직문화를 다잡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JTBC의 다이빙벨, MBN 홍가혜 파문을 겪은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도 뜻밖에 좋은 교훈을 주었다. 안 사장의 편지글에 “참 저질이십니다”라고 대꾸하던 진중권과 같은 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식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저질의 논객들이 JTBC와 같은 언론의 선정성을 더욱 부추긴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감스럽긴 하지만, 이런 혼란을 통해 사회와 국민 모두가 성숙해져갈 것으로 믿는다.

뉴스 보도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 HBO의 ‘뉴스룸’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있다. JTBC 손석희 방송을 보면서 이 드라마를 떠올린다고 헛소리를 하는 이들도 간간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둘은 매우 다르다. 뉴스를 만들고 보도함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드라마 뉴스룸의 한 에피소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여성 하원의원의 총격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는데 고위층 인물이 앵커와 제작진에게 사망소식을 전하라며 이렇게 강요한다. “네가 현재 흐름을 못 따라가면 매초마다 천명이 채널을 변경해. 그게 네가 일하는 바닥이야. MSNBC, FOX, CNN이 다 죽었다잖아. 돈 말 좀 해” 그러자 PD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 목숨이에요. 뉴스가 아니라 의사가 결정하는 거죠” “공식적인 확인 받기 전에 절대 사망 소식 전하지 않을 거야. 작년 가브리엘 인터뷰 내보내.”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앵커는 속보로 이렇게 전한다. “저희가 이제까지 파악한 것은 하원의원 기포드 여사가 오늘 아리조나 투산 시청에서 총격이 벌어졌을 때 다른 12명과 함께 부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기포드 하원의원은 사망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 없이 타 매체의 보도를 받아썼던 FOX, CNN이 오보를 했고, 마지막까지 사실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던 뉴스룸의 주인공들은 진짜 뉴스의 승리자가 됐다.

세월호 보도에 있어 사실이 무엇인가에는 무관심한 채 시청률에 목을 맸던 JTBC와 기본과 원칙을 강조한 안광한 사장의 MBC, 적어도 이번 사안에서만큼 어느 쪽이 과연 뉴스를 만드는 뉴스룸의 진짜 주인공들이었는지는 분명하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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