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이제 내일이면 MBC 신임 사장이 결정된다. 안광한 MBC미디어플러스 사장과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 이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노조의 반응을 보면 예측은 쉽다. 후보자 명단이 나오자마자 특정인을 맹렬히 성토하는 걸 보면 유력한 후보자가 누군지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짐작하는 두 사람 가운데 과연 방송문화진흥회가 누굴 선택할지 조용히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가 차기 사장이 되던 최소한 김종국 사장과 같은 유형은 아니리라는 점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MBC 사상 최악의 파업 현장에서 그 난리통을 수습하는데 함께 했던 ‘동지’라고 볼 수 있다. 선량하고 똑똑한 후배들이 노조라는 집단의 이름으로 어떻게 돌변해 패악을 일삼았는지 목도했다. 김종국 사장에겐 없는 경험이다. 그렇기에 안 사장과 이 지사장을 믿는 것이다.
그러나 노파심이지만 한 소리 안하고 넘어갈 순 없다. 차기 MBC 사장은 김종국 사장이 걸었던 실패의 길을 되풀이해 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가장 명심할 것은 언론노조가 놓은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 덫이란 바로 ‘김재철 사단’ ‘김재철 키즈’ ‘김재철 아바타’ 등의 언어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에 갇히다보면 임기 내내 ‘나는 김재철의 아바타가 아니에요’를 증명하는 데만 매달리게 된다. 사장이 됐으니 전과는 달라져야하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판단과 어설픈 공명심 등이 뒤섞여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김종국 사장이 딱 그렇게 해서 실패했다. 위기의 MBC에는 그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시와 평시의 리더십이 같을 순 없다. 김 사장은 그 둘을 분간조차 하지 못했다. 비유하자면, 안 사장과 이 지사장은 살점과 피가 튀는 처참한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그 전쟁이 뼛속깊이 사무칠 당사자들이다.
원칙적인 안광한 사장의 리더십
2012년 파업 노조원 징계를 주도했다며 비난을 받고 있는 안광한 사장 개인은 자신에게 쏟아진 노조의 그런 비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문제적 법원에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까지 났으니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노조가 왜, 무슨 목적으로 파업을 일으켰는지, 그 파업의 민낯이 무엇이었는지 알 길이 없는 법원으로서는 본질까지 꿰뚫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공정방송과 같은 그럴싸한 단어에 쉽게 현혹되어 많은 사실들을 간과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당시 파업을 지켜본 국민이라면, 언론노조와 같은 진영논리에 눈이 먼 자들이 아니라면 그 파업의 본질을 안다. 필자와 폴리뷰, 미디어워치 기자들은 그 전장에서 종군기자의 심정으로 열심히 취재했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려 애썼다. 노조의 파업이 정치파업이었고, 사장을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만들려던 노조의 실패한 파업이었음을 알았기에 국민도 외면했던 것이다. 노조와 야당은 안 사장을 비난할지 몰라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은 안 사장 대처와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 사장이 <후플러스>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강인한 리더십의 이진숙 지사장
이진숙 지사장은 야당과 언론노조가 가장 비토를 놓고 있는 사장 후보다. 노조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나서며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재철의 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김재철 아바타’란 모욕적 손가락질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목숨을 내놓고 전장을 누볐던 종군기자답게 당당한 기개를 보여주며 파업에 대처했다. 김재철 당시 사장을 끌어내리려 사실왜곡과 허위로 온갖 공작과 음모를 폈던 노조가 회사의 원칙을 고수하던 그에게도 갖가지 모욕적 인신공격을 퍼부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필자가 이 지사장이 인간적으로 느꼈을 분노와 슬픔 등 복잡 미묘한 감정에 대해 공감한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심경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다. 이 지사장은 그런 자신의 사적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공적 책임감을 우선했고, 김 사장을 도와 파업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진숙”이란 이름이 도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가 보여준 강인함과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이야말로 MBC 사장으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판단한다.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이 차기 MBC 사장의 어깨에 지워져있다. 잠시 정지됐던 MBC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MBC내 쌓여왔던 잘못된 관행과 언론노조 중심의 조폭식 문화 등 병폐를 뜯어고치기 위해 나서야 한다. ‘MBC 정상화’란 언론노조가 말하는 노영방송이 아니다. 더더구나 노조나 회사가 정치권 눈치보기로 적당히 야합하고 잘 지내며 보신에나 신경쓰는 복지부동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노사가 극단적 대치관계를 청산하고 정말로 합리적으로 소통함으로써 MBC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치권과의 단절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사 단체협약에 녹아 있는 독소조항을 뜯어고쳐 노조의 월권을 바로잡아야 그것이 가능하다. 차기 사장은 이 점을 명심하고 MBC에 한 몸을 바친다는 각오로 뛰어주기 바란다. 안 사장과 이 지사장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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