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못되거나 재앙을 받도록 귀신에게 빌어 저주하거나 그런 방술을 쓰는 일을 일컬어 ‘방자’라고 한다.
한겨레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방자의 오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있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원망이나 증오의 감정 표현에 주력함으로써 반대로 민주당의 지지폭락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야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식의 관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신문이 오로지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와 하락에만 관심을 갖고 각종 분석을 더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비판 보도가 과연 민주당의 추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느냐로 따져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그만큼 야당에 대한 한겨레의 언론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은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보도해오고 있다. 최근까지 약 한 달간 한겨레는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기사를 4차례나 보도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의 끝 모를 추락에 대해서는 원인과 현상 등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대신 ‘2030세대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구시대 정당이 될 것’ ‘안철수 신당 탓에 지지율 하락’ 식의 수박 겉핥기식 보도만 있었다.
네이버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넣어 검색해보면 민주당 지지율에 관한 제대로 된 비판적 기사는 최근 한 달간 찾아 볼 수 없었다. 반면 같은 단어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 기사는 4개가 검색됐다.
최근 한 달간 민주당 지지율 분석 기사는 0개, 박대통령 지지율 추이·하락 기사는 4개
한겨레는 지난 달 29일 <박대통령 지지율 53%…1주일새 4%p↓>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에 견줘 4%포인트 하락한 53%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2%포인트 상승했고, 부정적 평가 이유 가운데 ‘독선·독단·자기중심’을 꼽는 응답이 급증했다.”면서 “특히 독선적이라는 평가는 지난주 4%에서 13%로 9%포인트 수직상승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미사 내용을 겨냥해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뒤 이뤄진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독선’을 지적한 응답이 높아졌다는 점이 새삼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달 18일 <“박 대통령 50%대 높은 지지율…욕하면서도 막장극 보는 심리”> 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뤘다.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한국갤럽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을 맞아 실시했다고 밝힌 지난 13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정 수행 지지도는 54%다. 1년 전 대선 득표율인 51.6%를 넘고 있지만,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한때 70%를 넘나들던 고공지지율에 견줘 한풀 꺾인 모양새다. 당선 1년 시점을 기준으로 이명박(32%)·노무현(22%) 대통령보다는 훨씬 높지만, 김대중(63%)·김영삼(59%) 대통령에는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국민을 여자2호, 남자1호로 표현, 설명하면서 이어 “박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여자3호는 욕을 하면서도 찾아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 시청 심리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 여자3호는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욕하면서 보듯이,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여전히) 기댈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고, 한겨레는 이에 대해 “대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같은 ‘줄거리’라면 ‘채널’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빠질 것이라는 얘기”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아직은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지지율의 실체가 긍정적 지지라기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 시청률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의미다. 지지율의 실체를 애써 폄하한 셈이다.
한국갤럽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 2번에 걸쳐 기사화 한 한겨레
한겨레는 지난 20일에도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기사를 내보냈다. <박 대통령 지지율 50% 무너져…‘불통’ 첫번째 이유>제목의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의 12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지난주 대비 6%포인트 하락한 4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정적 평가는 41%로 지난주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 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며, 부정적인 평가가 40%를 넘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박대통령 지지율 48%…지난주보다 6%p 뚝> 기사도 검색됐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두 번에 걸쳐 기사화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51.6%의 득표율로 당선했던 박 대통령이 40%대 지지를 받은 것은 ‘청와대 인사 참사’를 빚었던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역시 취임 뒤 가장 높은 41%에 달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과 독선적 국정운영이 부정응답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당연하다. 한겨레의 대통령 지지율 추이 보도 역시 문제는 없다. 다만 민주당 지지율 추락에 대한 진영논리를 앞세운 아전인수식 해석 외에 한겨레의 진지한 비판적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는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마치 ‘방자의 오류’에 빠진 듯한 한겨레의 이 같은 보도행태에 대해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못되는 것만 관심을 갖고 잘못되기만 바라는 것 같은 오해를 주는 것 자체가 한겨레신문이 언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도 중요하지만 야당이 저렇게 망해가는 데도 한겨레가 앞장서 제대로 된 분석이나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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