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일) KBS 이사회가 오후에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 현실화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7월에 수신료 안을 상정한 이후로 야당 추천 이사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정치논리에 막혀 저지돼 왔던 수신료 문제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이사회의 고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추천 이사들에 의해서 처리되게끔 만든 것이다. 수신료가 준조세 성격으로 가급적 국민 전체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옳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정치권이 입장을 바꾸고 말과 논리를 뒤집어 수신료 현실화를 결사 저지에 나서는 구태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수신료 현실화라는 문제가 화석처럼 굳어가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불가피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필자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야당 측 이사들과 민언련 등 단체들의 수신료 인상 반대 논리는 더 이상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야당이 과거 여당일 때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별의별 논리와 궤변을 동원해 앞장서다가 입장이 바뀌고 나니 돌변하는 것부터 정략적이라는 혐의를 벗을 수가 없다. 지금의 KBS 방송이 편파방송이고 너무나 친정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정부 때의 ‘정권 앞잡이’ 방송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이런 유치하고 뻔한 비교를 계속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실이 그런 걸 어떡하나. KBS를 정권의 나팔수란 흑역사로 이끈 당사자들이 지금의 KBS 보도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방송법엔 KBS 재원은 수신료로 조달, 외면하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직무유기
KBS 이사회의 야당 측 이사들이 계속해서 방송공정성이란 추상적이고 이기적인 용어를 앞세워 어깃장을 놓고, KBS 경영권을 무력화시키는 무리한 국장 평가제와 같은 것들만 주장해 수신료 현실화를 막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다. KBS 이사회는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재적 이사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방송법에 규정돼 있다. 이사회가 다수결로 수신료 현실화안을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야당 측 이사들이 이기적이고 반헌법적인 자신들만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사실상의 직무유기이고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방송법 제56조(재원)에는 “공사의 경비는 제64조의 규정에 의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로 충당하되, 목적 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방송광고수입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에는 이렇게 KBS가 분명히 수신료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KBS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37%밖에는 되지 않고, 광고료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쟁놀음에 빠진 정치권이 KBS 재원 조달 규정을 마련해 놓은 방송법을 30년 이상 어기고 있는 셈이다. KBS 이사회는 이러한 방송법 위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고, 당연히 수신료를 현실화해 비정상적인 KBS 재원 현실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이다.
야당 측 이사들, KBS 수신료 현실화 막아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주인공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그런데도 야당 추천 이사들은 당리당략에 매몰돼, 서로의 입장이 각자 다른 KBS 구성원들조차 다수가 찬성하는 수신료 현실화를 앞장서서 막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조차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방송법 위반 현실을 고치던지, 법을 따르던지 해야 할 게 아닌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배째라, 수신료 현실화는 절대 안된다 막고만 있으니 어쩌자는 얘긴가. 야당 추천 이사들이 터무니없는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수신료 현실화를 막고 결국 무산된다면 결국 야당이 부메랑을 맞게 돼 있다. 훗날 정권이 바뀐다면 그때 가선 또 무슨 논리로 수신료를 올려 달라 주장할 것이며, 야당의 강력한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지금보다 더 형편없이 망가진 공영방송의 미래는 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제는 여야 이사들이 대승적으로 합의할 때다. 언제까지 정치논리로 수신료 문제에 반대를 위한 반대, 인상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반대하는 정략적 반대는 서로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당장의 진영의 목적, 이익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보기 바란다. 수신료 현실화를 앞장 서 막는다면 그 피해는 KBS 길환영 사장 이하 직원에게만 가는 게 아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신료에 막혀 공정방송이고 뭐고 다 팽개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KBS를 버려두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합리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공정한 언론이든 독립이든 모두를 포함해 공영방송 KBS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KBS 이사회의 절대적 책무이자 주어진 사명이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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