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여직원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을 국정원이 지급한 사실에 대해 법학자와 변호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JTBC는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댓글 사건을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했었다”면서 “이 말대로라면 국정원은 일탈 행위로 인한 개인의 송사에 국가 예산을 지원한 것이 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 하지만 법조인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확정판결이 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직무 수행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회사 입장인 국정원이 여직원의 비용을 지급한 것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비용 지급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2월 28일 두 차례, 올해 2월 27일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이 입금됐다. 3300만원 가운데는 김씨가 민주당 당직자들을 감금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임료도 포함됐다.
JTBC는 “그러나 입금자는 김씨가 아니라 ‘7452부대’로 밝혀졌다. 김씨 변호인 측은 이 돈이 국정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김씨 변호인은 “회사(국정원) 명칭을 숨기기 위해 7452 부대 이름을 쓴 것으로 안다”며 “처음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 국정원 예산을 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JTBC에 따르면 국정원은 처음엔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JTBC 취재팀이 구체적인 입금표 내역을 제시하자 인정한 뒤 “사건 초기 경황이 없어 먼저 국정원 예산을 쓰긴 썼는데, 이후 공금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와서 3300만원 가운데 2200만원을 국정원 직원들이 모금해 메웠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JTBC는 이와 같은 취재 내용을 전하면서 “검찰은 기업 수사를 할 때 기업 임직원들의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내준 게 확인되면 관계자들을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다”면서 “국정원 여직원의 수임료가 국고에서 나간 거라면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또한 “감찰에 철저한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일탈 행위를 저지른 직원을 위한 내부 모금을 허용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국정원이 내부에서 모금을 했건 안 했건 결국 김씨의 변호사 비용을 국정원이 대신 내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트집을 잡았다.
법학자와 변호사들 “국정원 변호비용 지급 문제없어” “지원 않는 게 오히려 문제”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는 “여직원이 한 행위는 직무 중 벌어진 하나의 행위이므로 국정원이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맞다”면서 “다만 댓글 사건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사건이냐 아니냐로 논란 중이기 때문에 마치 전체가 관련된 것처럼 오해를 살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고영주 변호사도 “국정원의 변호사 비용 지급을 놓고 부적절하다고 주장할 수도 문제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댓글 업무하다 과실한 부분에 대해 국정원이 변호사 비용을 충분히 대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국정원은 그 여직원이 불법 대선개입 한 것이 아니라 심리전 수행 중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변호사 비용을 대준 것일 것”이라며 “원세훈 전 원장이 무죄가 되면 문제없을 것이고 유죄 결과가 나오면 그 부분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JTBC 보도에 대해서는 “그 여직원 댓글이 대선개입이라는 확정이 있어야지. 그건 없지 않나”라며 국정원의 변호사 비용 지급을 부당하다고 기사화하려면 그 부분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국정원이 충분히 변호사 비용을 댈 수 있는 부분이다. 변호사 비용까지 문제 삼은 중앙일보의 보도 내용이 부적절해 보인다”면서 “적법, 불법 여부를 떠나 업무상 일을 하다가 벌어진 사건에 대해 회사가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국가기관을 포함해 영리회사의 직원 행위가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용을 댈 수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검찰은 기업 수사를 할 때 기업 임직원들의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내준 게 확인되면 관계자들을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다. 국정원 여직원의 수임료가 국고에서 나간 거라면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란 JTBC 측 주장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성에서 불법이냐 적법이냐의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라며 “확정판결이 나기 전엔 횡령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누구나 일을 하다 그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만약 회사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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