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좌파언론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언론들은 특히 정당의 존폐는 국민에게 있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이 매체가 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에 통진당 해산에 대한 찬반여부 조사를 의뢰한 결과, 찬성이 75.5%, 반대는 18.3%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국민들이 종북(從北) 또는 북한과 관련된 것에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조사결과에 의하면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안 제출은 그동안 통진당의 각종 종북성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의 뜻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경향신문은 6일자 사설 <정당의 존폐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해야>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존립 여부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정도”라며 “정권이 자의적으로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활동의 자유를 부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행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해산심판 청구는 부적절하며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들에 대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투성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경향은 “법무부는 우선 당 강령에 포함된 민중주권주의가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된 세상’을 목표로 해 특권계층의 주권을 박탈하고 ‘일하는 사람’만이 주권을 갖는 사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을 주권자로 칭한 것이 위헌이라면 도대체 법무부가 생각하는 ‘국민’이나 ‘주권자’는 누구인가. 이런 식이라면 ‘중산층과 서민의 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 민주당도 꼼짝없이 위헌정당으로 몰릴 판”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통진당이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한 것은 당 강령의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된 세상’ 이란 문구 하나 때문이 아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당’을 자임한 민주당이 위헌 정당이 아닌 점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통진당의 강령을 비롯해 활동 전반에 대한 총체적을 따져 판단한 것을 경향이 단 한 가지의 사례를 들어 비유한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부적절한 사례로 보인다.
한겨레 “정당 존립 여부는 선거로 유권자가 결정, 정부 헌법적 가치 부정”
한겨레신문도 이날 <진보당 해산 시도, 절차·근거 무시한 권력의 폭력> 사설을 통해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경향과 마찬가지로 한겨레 역시 정당에 대한 판단은 국민 몫이라고 강변했다.
한겨레는 “민주주의에서 정당 활동의 자유야말로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에 해당한다”며 “정당 및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며, 정당 존립 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한다. 정부가 편향된 시각에 함몰돼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덤비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선택권 등 헌법에 보장된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또 정부가 통진당 해산 심판 근거로 법학자들의 의견과 문화일보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운 점도 강하게 비난하면서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무리수를 들고나온 것은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진보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을 호기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과 진보당의 연계가 확실히 증명된 것도 아니고, 사법부의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진보당 해산에는 서둘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런 논리라면 사법부 판단은커녕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더욱이 공소사실에도 여러 허점이 드러나는 등 무리한 기소였다는 측면이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사건도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으로 확정 보도해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와 국정원 사건에 대한 한겨레의 이 같은 정반대의 태도야말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는 엄밀히 말해 이석기 사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의 정당 해산 요구가 있어 왔다.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한 좌파언론의 정부 비난 보도는 한동안 거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언론들은 비난의 근거로 ‘정당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당도 독일 국민을 앞세우긴 마찬가지였다. 나치당의 후신인 '사회주의제국당(SRP)'을 과감히 해산시켰던 독일의 법학자 칼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고 한 말을 지금 시점에서 우리 언론도 기억해야 할 듯싶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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