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에 대한 언론의 훈수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은 민주당의 실패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좀 더 확대, 이슈화시키지 못했다는 데에 방점을 찍고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는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반대의 이유로 민주당이 국정원 이슈에 매몰돼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4일 홍영림 여론조사팀장의 데스크 칼럼을 통해 “야당野黨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분석한 칼럼을 내놨다.
홍 팀장은 복지공약 후퇴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야당에 유리한 호재를 가지고도 민주당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반토막에 불과한 현실에 대해 근거 자료를 제시해 분석했다.
홍 팀장은 “과거에 야당 지지율이 유독 낮았던 시기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 “강경투쟁에만 매달린 야당을 민심은 늘 외면, 수권정당의 면모 갖춰야”
갤럽 자료를 근거로 한 홍 팀장 주장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상반기에 야당이던 한나라당 지지율은 15~20%에 불과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며 여권과 지루한 공방을 벌였던 시기였다. 이후 지지율이 30%대까지 회복했던 한나라당이 다시 10%대로 추락한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탄핵안 가결을 주도했던 2004년 3월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지지율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12%로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권이 바뀌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광우병 촛불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때에도 야당이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1년 내내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홍 팀장은 “민주당은 촛불시위 주도 세력과 공동보조를 취하며 50%가 넘던 대통령 지지율을 10%대까지 끌어내렸지만, 자신의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에서 맴돌았다”면서 촛불시위가 절정이던 2008년 6월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7%로 바닥 수준이었지만, 민주당 지지율도 18%에 불과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역대 정부의 초반기에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복(不服)' 분위기에 휩싸여 강경 투쟁을 벌일 때마다 오히려 낮은 지지율에 시달렸던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현재도 2008년 촛불 정국과 닮은꼴이라면서 “반사이익도 능력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며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거저 얻는 횡재는 없다”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 외면을 분석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홍 팀장은 이에 대해 “정권을 맡길 만한 자질을 갖춘 정당, 즉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수권(受權) 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엔 아무리 호재가 많아도 중도층이 지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치러진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33.5%포인트 차이로 참패(慘敗)했다”며 “민주당이 이번 선거 결과와 그동안 여론조사에 담긴 민심의 소재를 열린 마음으로 읽느냐, 외면하느냐는 자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꼬집었다.
민주당 전면 공세 아이템 ‘국정원 이슈’에 대한 민심의 외면, JTBC ‘썰전’이 실제로 증명
한편 중앙일보 역시 이날 기자 칼럼을 통해 민주당이 민심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는 <썰전 시청률과 민주당이 사는 길>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해법을 제시했다.
강 기자는 JTBC ‘썰전’의 김수아 PD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임을 밝힌 뒤 “1분 단위로 시청률을 집계한 분당시청률의 추이를 좇아가다 보면 어떤 아이템이 대중에게 먹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며 “분당시청률이 크게 출렁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다룰 때가 그랬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두 번 다뤘어요. 한 번은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내용에 관한 것이었죠. 시작하자마자 3.5%에서 1%대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경찰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중요하다 싶어 다뤘는데, 결과는 같았어요.” 라는 김 PD의 말과 함께 “KBS 시절부터 예능 연출자로 일해온 김 PD는 이런 현상이 낯설다는 듯 ‘야당 하기 쉽지 않겠어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기자는 이런 결과에 대해 “개그맨 김구라가 메인MC인 썰전은 시사 프로이면서도 예능 색이 짙다. 20~40대 시청자가 상당수고 여성 시청자도 적지 않다. 일반 대중이 정치 이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썰전 시청률이 설명해주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얘기”라며 “김 PD의 말을 듣고 있자니 민주당의 가시밭길이 떠올랐다. 조금만 복잡하고 어려워도 채널을 돌리고, 한 줄로 요약돼 있지 않으면 읽으려 하지 않고, 내 지갑에 돈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대중을 상대로 어렵고 재미없는 국정원 이슈를 다루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고 적었다.
썰전의 시청률이 국정원 이슈에 대한 민심 외면과 이에 따른 민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가 속칭 얼마나 ‘뻘짓’인지 직접 증명하고 있다는 설명인 셈.
국정원 이슈, 윤석열 파동 등 민주당 프레임이 전혀 먹히지 않는 민심, 선택은 민주당에
강 기자는 이어 “국정원 이슈도 윤석열(수사팀장)과 조영곤(서울지검장)의 대결, 항명 파동으로 전달하면 시청률이 올라가요.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가 특수통과 공안통을 대표해 일전을 벌이는 거라고 하면 말이죠.”라는 김 PD의 발언을 전한 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검찰수사 외압을 항명파동 프레임으로 규정하려 한다.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면서 “안타깝게도 그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중의 성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고 썼다. 민주당이 여론의 흐름이나 민심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당위의 문제에 집착한다는 비판인 셈이다.
강 기자는 이런 민주당에게 민심에 다가갈 해법으로 김 PD가 해준 말을 제시했다. 강 기자는 “제1야당이 국민 탓만 할 순 없다. 그게 뭐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 그걸 실현하는 게 민주당의 의무”라면서 “마침 김 PD가 힌트가 될 만한 말을 했다. ‘그런데 어려워도요. 세금이나 연금 아이템엔 시청률이 올라가요.’”라고 적었다.
강 기자는 마지막으로 “국정원을 다루지 않을 순 없다. 그건 야당의 사명 같은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이슈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고, 투쟁이 본업이 된 정당을 국민이 가까이하긴 어렵다”면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간 민주당은 투쟁을 자주 앞세웠지만, 정작 자신의 본업인 선거에서는 전투력을 잃었다. 지난달 재·보선에서 30%포인트 차로 지고도 ‘정권 초엔 다 그렇다’고들 말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기자는 “김 PD의 힌트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민주당은 국민이 다가올 만한 아이템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그런 주제들 속에서 정부·여당을 압도할 강력한 정책 어젠다를 찾아내야 한다.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살아남아서, 표를 얻어 정권을 잡아야 세상을 바꿀 거 아닌가”라고 제안했다. 10·30 재보선 참패에도 여전히 국정원 이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 좌파언론의 맹점을 지적했다.
국정원 이슈를 전면에 앞세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사실상 ‘대선불복’ 프레임을 계속 고집할지 아니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이러한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고민할지는 전적으로 민주당에 달렸다. 민주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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