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와 MBC 측 주식 매각 논의 등 업무협의 내용을 몰래 엿듣고 보도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월 선고유예를 받은 한겨레 최모 기자의 항소심 선고가 이번 달 28일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31일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안승호)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피고인 최 기자 측 변호인은 “(‘비밀 회동’은) 1980년대 여야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의 산물이자 MBC가 공영방송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끔 한 방문진의 역할과 언론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행위를 보도한 건 기자로서 정당 행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지분 처분권자인 방문진(MBC의 최대주주)도 모르게 이진숙 본부장이 사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을 주도했다”며 “이러한 게 사실상 법적으로 불가능함에도 열흘 뒤에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자는 등의 내용으로 미뤄보아 순전히 대선에 이용하려는 목적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한겨레> 최 모 기자는 최후 진술에서 “(회동 자리는) 시민사회의 상식이 거꾸로 선 공간이었다. 극소수 인사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으로 만든 MBC의 지배구조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겠다며 범죄적 행위를 벌였다”며 “공적 재산의 처분은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게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고 항변했다.
최 기자측의 이 같은 주장에는 MBC가 공영방송 지위를 얻은 것은 1980년대의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서 국민적 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바뀔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만 공영이면서 민영방송의 경영행태로 운영되는 MBC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과연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과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MBC가 공영방송 지위를 얻은 것이 1980년대의 시대적 정신이었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이 MBC를 공영도 민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두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 MBC를 민영화시키는 것이 5공 청산이자 헌법적 가치에 맞는 것”
부산MBC 사장을 지낸 김영 전 방문진 감사는 MBC 민영화 불가 주장과 관련해 “MBC가 공영방송 지위를 얻은 것이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감사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MBC가 공영방송의 지위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전 감사는 “공영방송 MBC는 5공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나온 소산물이지 1980년대 민주화 운동(투쟁)의 소산이 아니다”며 “5공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MBC가 민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자격이 변경이 됐던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감사는 이어 “김영삼 정부 때 5공 청산을 했다. 하지만 인적 청산은 됐지만 제도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언론 통폐합된 방송과 신문, 언론인들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5공 청산을 제대로 한다면, 그 부분을 원상회복시켜야 하는 것이고 바로 지금의 공영방송 MBC를 민영화시켜 5공 군사정권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감사는 “지금까지 민주화 정부를 자처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5공 청산 말만했지 실질적인 제도 청산을 하지 않았다. 언론분야에선 MBC를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돌려주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MBC의 지배구조를 헌법적 가치에서 따진다면 사유재산인 민영방송을 신군부의 권력에 의해 공영방송으로 자격을 변경시킨 것이 잘못됐던 점을 따져야 한다. 공영 MBC가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아주 잘못된 거짓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에 따르면 ‘공영방송 MBC’는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서 지배구조 변경은 절대 있을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은 범죄적 행위에 해당된다는 최 기자 측 주장이야말로 MBC의 역사를 잘못 이해한 반헌법적 주장이다. 이 때문에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행위를 보도한 건 기자로서 정당 행위”라는 최 기자측 무죄 항변의 근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최 기자는 지난 8월 1심 선고에서 공소사실 중 ‘청취’는 유죄, ‘녹음’과 ‘보도’는 무죄로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 유예를 받았다. 최 기자 측은 당시 보도가 정당행위에 해당해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검찰 측은 형법상 선고유예 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쌍방 상소를 제기했고 이번 달 선고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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