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연주 KBS 전 사장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싸잡아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7일 정연주 전 사장이 KBS 사장 공모에 다시 응한 것을 두고 "정 전 사장이 임기 만료 후에도 88일간이나 무단으로 사장실을 드나들다가 어제(26일) 사표를 내고 사장공모에 원서를 제출한 것은 헌재 꼼수에 이은 KBS 꼼수"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나경원 대변인은 "사장 공모에 13명이 응했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들러리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면서 "국민과 야당, 그리고 KBS노동조합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정연주 사장을 고집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수중에 붙들어두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지독한 편집증에 걸린 것처럼 끝까지 자기 사람만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장 문제도 헌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한 채 코드에 맞는 사람을 억지로 지명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데, 공영방송 KBS까지 분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는 조영황 국가 인권위원장이 사퇴한 것과 관련 "뚜렷한 잘못이나 명확한 이유 없이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내던지 듯이 그만두는 것은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전효숙씨가 그렇고 정연주씨가 그렇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에 임기가 규정된 자리를 반 쯤하다가 스스로 물러났으면 끝나는 것인데, 지나간 자리까지 다시 하겠다는 것은 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덕성과도 관계된다"며 "전효숙씨, 정연주씨가 모두 이 케이스로 자진사퇴하는 길만이 그나마 무너져가는 집권당과 이정부에 대한 조그만한 기대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정연주씨는 방송의 공정성을 가장 저해했던 인물로서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해왔던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연주씨가 사장 공모에 응모했는데 이런 상황은 결국 정연주씨를 사장으로 내정해놓고 실시하는 '무늬만 공모' 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심 본부장은 또 "정 씨는 KBS 자체의 경영을 엉망으로 해왔던 사람으로 엄청난 적자를 엉뚱하게 메웠었다" 고 상기시키면서 "오죽하면 KBS 내부에서 고공농성을 하면서까지 정연주씨를 반대하겠나"하고 개탄했다. 그는 "정연주 사장의 연임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사장의 재응모와 관련해 KBS 관계자가 "청와대가 정 사장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문에 KBS 내부에서는 사장 공모에 응모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27일자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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