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종국 사장이 드디어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김 사장이 MBC노조에게 언론노조 탈퇴를 전제로 단체협약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BC뿐 아니라 각 방송사 언론노조 소속 조합은 민주노총을 그 상급단체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사장은 MBC 노조에 “언론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는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김종국 사장 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맞섰던 김재철 전 사장에 이어 MBC 사장직에 오른 김종국 사장이 과연 노조의 이 같은 대응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MBC 노조는 13일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이 지난 8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조합이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와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엔 정치위원회가 있고 규약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정파적 정치성을 띤 만큼 조합과 공정방송을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단협 협상은 하겠지만 이 부분은 물러서거나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의 발언은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비롯한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단체와 연대할 것인지 일일이 사측의 동의를 받아 움직인다면 그것을 노동조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축인 단협이 다시 세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 사장이 ‘전가의 보도’를 들고 나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년 3월 사장 선임 국면에 다시 꺼내놓을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단협 협상 자체를 활용하며 MBC 구성원들을 우롱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비평 웹진 미디어스에 따르면 MBC노조 박재훈 홍보국장은 14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MBC노조 20년의 근간은 언론노동자로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고, 단협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해 왔다”며 “(김 사장 발언은) 단협에 명시돼 있는 공정방송 규약에서 노조는 이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사실상 언론노조 탈퇴하지 않는 한 단협은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이번 발언이) 부당노동행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며 “지금까지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본협상 전환 등 논의구조를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 홍보국 관계자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김종국 사장은) 언론노조 탈퇴해야 단협을 체결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고, 그런 성격이 공영방송 MBC와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좀 새롭게 바뀔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뉴스파인더 편집장)은 “야권연대의 핵심 축이었던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언론노조 MBC본부, 다시 말해 MBC노조가 공정방송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MBC노조가 공정방송을 말하는 것은 모순 그 자체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민노총 산하 단체인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김 사장의 지적이야말로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상식인데도 노동자 자기결정권 운운하며 고소하겠다는 노조의 태도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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