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채동욱 총장과 조선일보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던 관심을 나타내던 한겨레신문이 의혹이 제기된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임모씨가 한겨레에 보낸 편지를 공개한 이후 별 다른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한겨레는 임모씨가 편지에서 밝힌 내용이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됨에도 추가 취재를 통해 보도하거나 조선일보의 추가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별 다른 의문이나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한겨레가 앞서 조선일보가 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조선일보의 보도에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이 신문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검찰 흔들기”라는 채동욱 총장 측의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때문에 한겨레신문이 임씨의 편지로 인해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증폭된 점을 인정하고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한겨레는 임씨가 조선일보 측에도 편지를 보냈던 사실을 몰랐던 듯 임씨의 편지를 단독보도라며 편지 내용을 소개하면서 곳곳에서 채 총장에게 유리한 면을 부각시키려는 애쓴 흔적도 보였다.
실제로 한겨레는 임씨가 편지에서 “채동욱씨를 부산에서 장사할 때 손님으로 알게 된 후 서울에서 사업을 할 때도 제가 청하여 여러 번 뵙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게를 잠깐씩 들르는 손님일 뿐 다른 어떤 관계도 아닙니다”라며 “그분은 점잖고 예의바른 분으로 부하들이 잘 따르고 호방하여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술 파는 가게에서 통상 있듯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도 단 한 번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후배 검사들과 함께 오곤 했는데 제 아이의 아버지가 그분이라면 남의 눈이나 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모임을 제가 일하는 가게에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한겨레> 취재 결과 채 총장은 후배 검사와 수사관, 기자들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여성이 운영하는 서울의 ㄱ카페를 가끔 찾았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는 한겨레가 나서서 “채 총장은 잠깐씩 들르는 손님”이었다는 임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해 준 것이다.
한겨레, 대검 대변인 말만 믿고 “취재 결과 임모씨 주장 사실로 확인됐다”고 보도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채 총장 주변 지인들을 직접 취재한 조선일보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조선일보는 11일 관련 기사를 통해 “임씨는 채 총장이 '잠깐씩 들르는 손님'이었다고 편지에 썼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이상이었다고 채 총장 주변 인사들이 본지에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지인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그들의 구체적 증언을 직접 듣고 보도한 반면, 한겨레신문은 애매하게 뭉뚱그려 “취재결과 가끔씩 찾았던 사실이 확인됐다고”라고만 보도한 것이다.
한겨레의 해당 기사를 보면 “채 총장이 검사들과 가끔 찾았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근거가 대검 대변인의 발표로 보인다. 기사에 의하면 “<한겨레>는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 편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물었고, 대검 대변인은 ‘채 총장이 2000년대 초중반 검사들과 가끔 다녔던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고, 검사들이 기억하는 정황과 상당히 일치한다. 그 밖의 부분은 우리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채 총장 주변 지인들을 직접 취재한 반면, 한겨레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채 총장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대검 대변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는 한겨레가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채동욱 총장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
혼외 아들 의혹 보도 등을 통해 채동욱 총장의 검찰 총장 자질 여부를 직접 묻고 있는 조선일보와 사실상 채 총장 대변지를 자임한 한겨레의 보도경쟁에서 현재까지 한겨레신문이 밀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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