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해 미디어오늘이 또다시 딴죽걸기에 나섰다. 이번엔 JTBC <썰전>에 출연해서 한 발언을 트집 잡았다.
미디어오늘의 심기를 건드린 건 8일 방송 중 나왔던 강 전 의원의 촛불집회 관련 발언이었다. 방송에서 강 전 의원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미 국정원 국정조사에 검찰 기소까지 된 상황인데 이슈가 (방송사 입장에선) 인화성이 없는 이슈일 수 있다. (방송사들이 촛불집회를 보도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라고 말했다.
야당을 비롯해 좌파진영이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정원 관련 보도를 축소·왜곡하고 있다며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강 전 의원이 정곡을 찌르고 나온 셈. 하지만 미디어오늘은 강 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폭발했다.
미디어오늘은 9일 <변하지 않은 강용석, 한국 보수의 ‘생얼’> 제하의 기사에서 썰전 8일 방송이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촛불 문화제’를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면서 “지난 6월 21일 대학생들 주도로 500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7월 27일 촛불집회에서는 2만 5천여 명까지 증가하는 등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걸 보여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오늘은 “이날 <썰전>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진행자 김구라 씨가 한 발언 때문이다. 김구라 씨가 ‘(촛불집회가) 뉴스에 보도될 법한 규모의 행사인데 뉴스에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이라며 “최근 288개 시민단체들이 KBS MBC의 국정원 편파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지적을 한 셈”이라고 썰전의 진행자 김구라 씨를 추켜세웠다.
아울러 “<썰전>이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국정원 촛불집회’ 문제까지 이슈화해 날카로운 시사풍자로 연결시키는 부분에선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발언을 전한 뒤 본격적으로 강 전 의원을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하지만 <썰전>의 날카로움은 강용석 변호사의 주장으로 빛이 바랬다.”고 지적했다. 앞서 소개한 강 전 의원의 발언을 트집을 잡은 것이다.
강 전 의원은 방송에서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2008년 촛불집회와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2008년 때는 전 정권(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방송사 경영진이 남아 있던 상황이어서 시시각각 상황을 중계했다. 거의 불을 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하지만 지금 방송사 경영진은 전 정권(MB정권) 혹은 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면서 “이미 국정원 국정조사에 검찰 기소까지 된 상황인데 이슈가 (방송사 입장에선) 인화성이 없는 이슈일 수 있다” “(방송사들이 촛불집회를 보도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촛불집회 보도’를 방송사 경영진과 정권의 관계에서 바라본 것 자체를 탓할 마음은 없다. 어차피 보수의 시각을 가진 강용석 변호사에게 그 시각을 탈피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썰전>을 통해 조금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변호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그가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은 진보·보수를 떠나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촛불집회 보도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상관도 없는 변호사 직책까지 거론하며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촛불집회의 보도 가치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한 예로 지난달 13일 2만여 명이 모여 “민심이 심상치 않다”던 촛불집회는 그중 절반이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좌파진영으로부터 합리적 보수로 인정받는 이상돈 교수마저 국정원 촛불집회에 대해 “앞에 선 분들을 보면 뻔한 것 아니냐”며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만큼 대여 공세 차원의 반복적 촛불집회에 대해 언론사들이 보도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셈.
“촛불집회 동원됐다” 강용석 발언에 흥분한 미디어오늘 알고 보면 ‘강용석 띄우기’?
미디어오늘이 강 전 의원에 폭발한 또 다른 이유는 ‘촛불집회 동원’ 발언 때문이었다. 미디어오늘은 “더 문제가 심각한 건, ‘촛불집회’에 대한 그의 시각”이라며 “강 변호사는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수가 늘어간 이유를 주최 측(?)의 동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원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이다. (촛불집회는) 다 동원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의원은 방송에서 “내가 이런 집회 한 두 번 해봤나. 장외 집회라는 게 동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거다. (참가하는 단체들에서) 다 동원하는 것이다. 70~80%는 동원된 인력”이라며 “노무현 정권 때 (우리도) 매일 촛불집회 했다. 그때 다 동원해서 나갔다”는 발언으로 출연한 이철희 소장과 김구라, 미디어오늘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미디어오늘은 강 전 의원 발언을 일일이 비판한 뒤 “강용석 변호사는 19대 총선 낙마 이후 케이블과 종편 등을 통해 ‘꼴통 보수’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8일 <썰전>에서 그가 보여준 발언과 행보를 보면 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으며 변화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한국 보수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얘기”라며 “강용석 변호사는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매우 모욕적일 수 있는 주장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근거도 없이 동원이라 주장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편파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KBS MBC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우리 보도는 공정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방송사 간부들의 행태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국정원 촛불집회’를 동원이라 말하는 강용석, ‘그’는 변하지 않았다. ‘국정원 선거개입 편파보도’를 ‘공정보도’라 항변하는 방송사 간부들, ‘그들’이 변할 가능성 역시 제로”라며 “한국 보수와 한국 언론 수준이 딱 이렇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보도만 보더라도 강 전 의원은 촛불집회 참석자 중 70~80%가 동원됐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미디어오늘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했다”면서 허위 주장을 근거로 강 전 의원을 비판한 셈인 것. 또한, 강 전 의원을 ‘한국 보수의 생얼’이라고 비판한 부분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강용석 전 의원에게 한국 보수의 대표 자격을 누가 주었는지 모를 일”이라며 “강 전 의원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 개인의 소감을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건 논리적 오류일 뿐 아니라, 오히려 미디어오늘이 강 변호사를 더 띄워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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