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 MBN이 박근혜 대통령 휴가 보도와 관련해 단독 보도한 기사가 사실과 달라 삭제한 것을 놓고 청와대 외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미디어오늘이 2일 보도했다. 그런데 그 외압설의 출처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익명의 누리꾼’이었다.
이 매체는 2일 <박근혜 대통령 휴가 조기 복귀 뉴스 삭제…청와대 전화> 제하의 기사에서 지난 1일 MBN이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저도 휴가의 놀라운 진실> 제목의 리포트를 언급했다.
기사에 따르면 단독 타이틀을 달았던 이 기사는 박 대통령이 원래 지난달 28일 저도로 휴가를 떠나 4박 5일간 머무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휴가를 떠난 지 하루 만에 복귀했다는 내용이다.
MBN은 “휴가 사진도 휴가지인 저도에서 올린 것이 아니라 귀경한 다음 날 청와대 관저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휴가를 떠난 지 하루 만에 복귀한 박 대통령은 경호실 전 직원들에게 자신의 조기 귀경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조기 귀경 사실을 감춘 것은 대통령 복귀를 눈치챈 수석들과 비서관들이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중도 복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MBN은 이어 “하지만 모 수석은 3일만 쉬고 오늘 출근했고, 함께 일하는 몇몇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급히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쉴 때는 제대로 쉬라고 특명을 내리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리포팅을 마쳤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그런데 MBN 보도는 리포팅이 나가고 하루가 채 되지 않아 홈페이지에서 삭제되고 방송 화면도 찾아볼 수 없다”며 ‘외압’ 의혹을 꺼냈다.
이 매체는 “보통 방송사들이 '오보'로 밝혀지거나 명예훼손 문제가 발견되면 수정하거나 방송 화면을 삭제하고 있지만, MBN은 전혀 사전 설명 없이 방송 화면과 리포트 텍스트 전체를 삭제했다. 심지어 기사 입력 시간과 수정 시간도 나와 있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리포트가 된 셈”이라며 “누리꾼들은 MBN 보도가 사라진 사실을 전하며 청와대의 압력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MBN은 무슨 압력과 압박으로 특종을 삭제 당했을까?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라며 “박근혜가 예정된 휴가를 편히 즐기지도 못하고 청와대에 조기 복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라고 한 누리꾼이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청와대 외압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가 대통령의 저도 휴가를 보도하지 말 것을 언론에 요청했던 사실을 들며 “이번 MBN 보도도 청와대가 압력을 넣고 삭제가 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휴가지 보도 소동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또 “MBN 보도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등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조기 복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청와대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휴가 조기 복귀 소식을 알리는 언론 보도에 심기가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측과 김행 대변인의 입장을 전하며 마무리했다.
MBN 측은 기사 삭제로 ‘부실 기사’ 스스로 인정했는데도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외압설’ 억측
그러나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삭제한 것을 놓고 미디어오늘이 ‘청와대 외압설’을 제기하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 게다가 익명의 단 한 명의 인터넷 누리꾼의 의견을 끌어다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애초에 MBN 리포트 자체도 사실 확인이 부족한 ‘부실 기사’였다. 미디어오늘이 전한 MBN 리포팅 내용만 봐도 MBN은 “박 대통령의 조기 귀경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명확한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MBN은 마치 청와대 직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 조기 복귀한 것처럼 몰아가면서도 “모 수석은 3일만 쉬고 오늘 출근했고, 함께 일하는 몇몇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급히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명확한 근거와 취재원도 밝히지 않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이다. 만일 MBN 측이 실제 모 수석 등이 조기 복귀한 사실을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했다면 “알려졌다”라는 표현을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MBN은 그러면서 마지막 대목에 “쉴 때는 제대로 쉬라고 특명을 내리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리포팅을 마친 것이다. 결국, MBN은 취재원과 근거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알려졌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박 대통령을 직원들 휴가도 제대로 못 보내게 한 대통령으로 비판한 셈이다. 자칫 악의적 보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리포트였던 것이다.
따라서 사실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청한 청와대의 지적에 따라 MBN 측이 수정을 넘어 기사를 삭제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리포트 자체가 근거가 허약하고 부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디어오늘이 전한 MBN과 청와대 측의 해명을 보면 이 같은 추론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MBN 측 관계자는 "보도 내용 중 오류가 있다고 들었다"며 "취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복귀하고 청와대 모 수석이 3일만 쉬고 출근하고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복귀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이 예정대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휴가 중이라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알려와 오류로 인정하고 삭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1일 날 저녁 MBN 정치부장과 통화를 했다"며 "지난 6월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이 휴가계를 제출하고 국정, 경제, 미래, 홍보 수석은 예정대로 5일 복귀하고 외교 수석은 2일 복귀하기로 하고 예정대로 휴가 중이었는데 박 대통령 복귀 때문에 휴가를 앞당겨 복귀한 적이 없어서 팩트가 틀리다고 했고, 이에 대해 정치부장이 충분히 뜻을 알겠다고 해서 오늘(2일) 아침 확인해보니 기사가 삭제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이 경호실 전 직원에게 수석과 비서관들의 휴가 중도 복귀를 우려해 조기 귀경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쉴 때는 제대로 쉬라고 특명을 내리는 리더십이 아쉽다라는 기사 결론도 결국 전제가 틀리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휴가 하루 만에 조기 복귀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휴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이고 하루만인지 이틀만인지 복귀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언론에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결국, 미디어오늘은 팩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막연히 “~알려졌다”며 대통령을 비판한 MBN 부실 기사와 이를 확인한 MBN 측의 자체 판단을 가지고 익명의 누리꾼 입을 빌어 ‘청와대 외압설’을 제기하는 또 다른 허위보도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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