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반란군이 가담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쿠데타로 김재철 사장이 강제로 옷을 벗게 된 일은 방문진 현 이사 구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재확인 시켜줬다. MBC의 공영성이나 정치적 독립성이 모든 상식인이 생각하고 동의하는 기준이 아닌 민주통합당과 언론노조 등 ‘그들만의 기준’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방문진 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MBC가 어떤 나락의 처지로 굴러떨어지게 되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똑똑히 보여준 것이다. 김재철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자마자 이들이 YTN 배석규 사장을 다음 재물로 노리는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을 보면 노조를 통해 장악했던 언론을 하나씩 탈환하려는 그들의 목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노영방송을 탈피하겠다는 소신을 가지고 뚝심 있게 일 잘하는 사장이 이들에게 나가떨어지든 말든 그냥 방치한 방문진 등 여권의 무능을 보면 YTN의 운명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느껴진다.
앞선 칼럼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방문진은 사실상 야권이 5명, 여권이 4명의 기형적인 구조로 돼 있다. 노조와 맞선 김재철을 기어코 잘라내겠다고 좌파진영이 끊임없는 허위왜곡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압박하는데도 이를 간파하고 지켜야 할 여권 이사라는 사람들이 아예 그들과 한패가 되다시피 했으니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가 현재와 같은 이상 방문진이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어떤 묘수를 쓴다고 해도 방문진을 대다수 상식적 국민이 생각하는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전 정권과 이 정권에 와서 따지는 민통당과 언론노조는 그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이 구조적 ‘편파성’을 왜 고쳐놓지 못했나. 자기들이 유리할 땐 침묵하다가 불리하니 바꾸자는 심보를 가지고 무슨 놈의 언론독립과 공정성을 말하나. 위선의 극치일 뿐이다.
‘노조권력 정상화’에 몸을 던지지 않고, ‘노조권력 공고화’에 몸 던진 김용철, 김충일 이사
이와 같이 방문진의 뚜렷한 한계를 안다면 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할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을 꼭두각시로 만들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노조권력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는 MBC를 장악한 노조 권력의 단맛을 함께 봐왔던 야당도 사실 동참해야 하는 문제다. 노조가 PD수첩 광우병 방송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수우파 진영에 타격을 줌으로써 반사이익을 얻는 데에만 맛을 들였다간 그 노조 권력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신세가 될 게 뻔하고, 그런 언론노조는 야당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타 모든 것을 조정하려 들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언론노조에 머리를 조아리는 처량한 신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니, 이미 그런 지경에까지 왔다. MBC 노조 일개 조합원에 불과한 사람이 사표를 쓰는 문제를 가지고도 논평을 내고 발발 떠는 모습에서 노조가 방송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어느 정도까지 공고히 해왔는지 충분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할 일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한 짓이 사장 해임이다. 노조와 싸우는 전장 한가운데 맨 앞서 진두지휘하는 수장의 목을 비겁하게 뒤에서 쳐버렸다. 김용철, 김충일 두 이사는 MBC를 위해 방문진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두 김씨 성의 이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망각하고 마치 정권이 좌파진영에 넘어간 것처럼 새 정부 들어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고 득의양양한 야당과 기득권을 온전히 되찾겠다는 노조가 꼭두각시형 사장감을 대놓고 요구하는 데도 한마디 입도 열지 않고 있다. 보수정권 재창출인데 좌파정권에 넘어간 것처럼 굴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계속 존재하는 한, 또 구조적 한계가 있는 이상 여당추천 이사들의 할 일은 오로지 노조권력 정상화에 몸을 던지는 길 뿐이다. 그런데 김용철, 김충일 이 두 사람은 노조권력 공고화에 자신들의 몸을 던졌다.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이나 벌인 이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책임’이란 단어를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시켜 버린 건 코미디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여권 이사로서 제 할 일을 내팽개친 김용철, 김충일 두 이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노조권력에 맞서 싸운 김재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두 김씨 이사들은 김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자격이 과연 자신들에게 있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역대 최악의 무능한 ‘여권 이사’가 역대 가장 용감했던 ‘여권 사장’을 해임시킨 사건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다. 언제든지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를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방문진 여권 이사로서 직을 계속 맡는다는 건 MBC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좌파진영이 ‘사리사욕자’로 낙인찍은 김재철은 경영·정치·도덕면에서 우월한 사람
김용철, 김충일 두 사람에 의해 해임된 김재철 전 사장은 그렇다면 좌파진영이 낙인찍듯 무능하고 사리사욕만 넘치는 인물에 불과한가. 경영면에서나 정치적인 면에서나 도덕적인 면에서 전혀 그렇지가 않다. 김 전 사장이 2010년 2월 취임한 이후 MBC는 매출이 상승세를 탔다. 전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4,496억 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을 김 사장은 2010년도에 5,249억 원으로 올려놓았고, 2011년에 5,977억 원으로 다시 상승시켰다. 그 덕에 MBC 사람들은 2010년 292%의 성과급에 이어 2011년도에 지급받은 성과급도 무려 352%에나 달했다. 그러다가 약 반 년간의 노조의 끝장파업이 있었던 2012년 매출이 다시 5천억 원대 아래로 주저앉고 만 것이다. 노조의 불법정치파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보다 얼마나 더 강력한 악영향을 끼쳤는지 증명된 셈이다.
경영능력 면에서만 탁월한 면모를 보인 건 아니다. 작년 대선보도나 취임 후 방송보도에서 비교적 공정한 태도를 견지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사장권력을 이용해 정권에 아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큰 논란을 일으키거나 좌파진영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프로그램으로 파문을 일으킨 적이 없다. 김·노 정권하의 방송이 권력에 부역하고 대한민국 존재를 부정하는데 온 힘을 쏟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느 한 편을 적으로 규정해놓고 편파방송에 정신을 쏟기보다 정치권에서 한 발 떨어져 생활밀착형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자 했던 김 사장의 접근이야말로 시대와 맞고 정치적으로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칼기 폭파범 김현희를 가짜로 몰고, 송두율을 미화하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담은 드라마 등으로 방송을 이념전의 전초기지로 삼는 정치적 극단성을 보인 적도 없다. 또한, 가장 큰 공격을 당했던 도덕성 역시 각종 고소.고발전을 통해 노조의 왜곡된 이미지 낙인 때문이었음이 증명됐다. 떳떳하지 못할 게 없으니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이 법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김용철·김충일 이사는 중대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노조권력화·정치화에 눈이 먼 사람들로 가득 찬 MBC에 가장 필요한 사장은 바로 김재철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김 사장을 해임시킨 방문진에 분노하는 것이다. 특히 김용철, 김충일 두 여권 이사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한다. 무슨 김재철 해임에 거창한 명분이나 이유가 있기보다는 김 사장 개인에 대해 쌓인 악감정과 노조에 대한 일방적 편애가 담긴 것으로 필자의 눈에 비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두 이사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쿠데타에 가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김용철, 김충일 이사가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극도로 이기적인 교활한 인물이라고 보는 근거다. 그런 이들이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김용철, 김충일 두 이사는 자신들에게 걸맞지도 않고 책임도 못 지는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 방문진 이사직을 사퇴하는 것만이 그나마 유일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하나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을 다시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 김 전 사장이 다시 MBC 사장을 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알고 있다. 그가 다시 사장직에 지원토록 해서 남은 임기 동안 MBC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고질적인 노조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뜯어놓는 개혁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김용철, 김충일 이사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직접 바로잡으라는 얘기다. 이진숙 본부장 등 몇몇 믿을만한 사장감이 있지만, 현재 병이 깊은 MBC의 급한 사정을 본다면 아무래도 온갖 공격을 다 막고 버티며 끝까지 전진하려 했던 김 전 사장이 적임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김재철 전 사장도 이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김용철, 김충일 두 이사는 그동안 해온 자신들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책임감을 느끼고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정의롭지도 못하면서 마치 야당 이사처럼 구는 당신들을 국민이 어떻게 지켜보는지 알기 바란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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