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대선이 있는 19일을 전후로 미사일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29일로 시기를 늦췄다. 더 나아가 로켓 일부를 해체하는 징후가 우리 정부에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이 갑자기 마음을 돌려 미사일 발사 계획을 전면 취소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발사를 취소한 것인지 명확치 않다고 한다. 군 관계자도 현재로선 북한의 이러한 징후가 해체 작업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의견대로 북한이 돌연 계획을 바꾼 데에는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일 가능성 높다. 더 구체적인 관측도 있다. 지난 4월 발사 실패에 대한 보완 조치 보고가 허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발사 실패 땐 조선신보를 통해 "1주일 후 그것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원인에 대해 해명을 끝냈다"라고 밝혔는데 이와 다른 실상이 발사 직전에 북한 지도부에 전달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4월 로켓 발사 때 김정은이 외신까지 부른 건 기술 수준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하면서 이번에도 발사 직전 기술 수준 문제를 파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 후 군부 인사조치 등을 통해 군부 개혁조치와 장악을 거의 완료했다는 시점에서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이 정확히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 그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무리하게 로켓 발사가 강행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납득이 어렵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서 발사 계획을 유보했다는 관측도, 북한은 국제여론에 상관없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왔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 가장 최근 소식으로는 로켓 조종 발동기 계통의 결함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로켓 조종 발동기는 로켓의 ‘방향 제어 시스템’으로, 목표대로 비행 방향을 정확히 유지시켜주는 기능인데 이게 고장 났다는 것이다.
발사 취소와 로켓 해체의 이유야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북한이 8개월전 실패한 로켓을 다시 쏘아 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등을 겨냥한 사거리 1만㎞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기 위해 끝까지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김정은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에게 북한의 상투적인 미사일 발사 실험과 협박이 뜻대로 안 통할 것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미 북한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시진핑 총서기 역시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과거 이념대결 시대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을 편들지만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미사일 실험에 나선 북한에 대해 대단히 화가 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결의안을 낼 때마다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고, 국제사회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 맞는 책임을 요구받을 때마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온 게 바로 북한이다. 그런 마당에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술상 결함 때문에 미사일 로켓 일부를 해체한 것이라는 소식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유감이다. 핵미사일 망상에 매달려서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것만이 자신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으니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복잡한 계산도 필요 없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 계획을 아예 취소하고 로켓을 해체하는 것이 북한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고 그걸 계기로 남북간 대화도 재개하고, 또 미국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새롭게 물꼬를 틀 수 있다.
핵탄두를 실어 나를 미사일 로켓 발사 실험에만 매달리기에는 북한의 지금 혹한은 절망적이다. 각종 자연재해 후유증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꽁꽁 언 경제와 주민들 식량문제 등 눈 앞 현실이 너무나 엄중하다. 미사일 로켓을 해체하느냐, 기어이 쏘아올리느냐에 따라 김정은의 향후 미래도 명암이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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