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기획, 취재, 후기를 비롯해 MBC 파업 등과 관련해 사측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응답하라 PD수첩'을 출간한 가운데, 이들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간 기념회를 가졌다.
최승호 PD를 비롯해 조능희·한학수 PD 등 'PD수첩' 전 제작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은 이명박 정부와 김재철 사장, 그 하수인들의 탄압에 의해 1년 가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죽어 있는 PD수첩이 되고 말았다"며 "MBC 노조의 파업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 일어난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PD들의 경험을 모아서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학수 PD는 "저널리스트에게 학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교양강좌를 듣게 하는 일은 한국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PD는 "'브런치 만들기', 대학교 1학년 때 이미 들었던 '한국 미술의 이해' 등의 강의를 듣는 것을 비롯해 키자니아(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직업체험관 참관 등은 대단히 모욕적"이라며 "이는 몇몇 기업에서 명퇴를 강요하면서 빌딩 앞의 풀을 뽑게 하는 등의 잡일을 시켜 모욕감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느낀 이 모욕감에는 언젠가 반드시 역사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PD수첩'의 현직 PD로 복귀해 국민의 아픈 곳을 긁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PD수첩'의 간판 얼굴로 꼽혔던 최승호 PD는 "사실을 기록했다"며 "우리 PD수첩 제작진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고백이고 마지막 호소라는 심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PD수첩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로 갈리는 것 같다"며 "후자는 PD수첩의 취재대상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PD수첩에 재갈을 물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MBC는 지금 완전히 망가졌다"며 "보완의 수준이 아니라 재건을 해야 하는 단계다. 뉴스,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답하라 PD수첩'? 또 다른 한풀이” “광우병 드립에 선량한 시민들 고생 했는데...”
그러나 PD수첩 제작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김진철 전 방송개혁시민연대 정책기획 위원장은 “PD수첩 전직 PD들이 책을 냈다는데 그들의 말대로 훗날을 위한 양심의 기록이기를 바라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역사를 위한 기록이라면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객관적 시각에서 조명돼야 하겠지만 우선 한풀이의 다른 표현일 것이라는 우려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들이 남긴 기록이 훗날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가 미루어 짐작이 가는 것은 지난 날 그들이 제작했던 PD수첩이 지금 국민께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면 답이 보일 듯하다”면서 “국민은 선정적인 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 PD수첩이 하루 빨리 방송 초기의 순수했던 PD저널리즘 정신을 회복하여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도 “저널리스트에게 기초교양강좌를 듣게 하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발끈하기 전에 우선 자신들이 저널리스트로서, 언론인으로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공정성을 가지고 방송을 만들어왔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사무총장은 “멀리 역사의 평가 운운하기 전에 우선 반년간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평가부터 생각해보라. 정당하지 못한 불법적 정치파업을 통해 노조의 거짓과 위선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민의 관심도·관심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며 “자신들의 모순과 부조리는 외면하면서, 정권에 탄압받았다고만 외치면 국민이 무조건 지지해 주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쓴 소리 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PD수첩 제작진 기자회견 관련 연합뉴스 기사에는 댓글이 채 30여개도 되지 않는 등 대선정국임을 감안하더라도 파업 초기 있었던 여론 관심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 네티즌은 “방송이 늘상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시청자의 것이라면 결국 피디수첩의 재방 여부도 시청자결정의 몫이며 정말로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시기가 문제일 뿐 방송여부는 본질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니들 광우병 드립에 이 나라 몇 달 간 불법데모로 선량한 시민들 개고생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고 전부 이명박 김재철 탓한다”고 꼬집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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