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전문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과거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개인을 통해 북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형태가 주였지만 최근엔 반대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을 먼저 찾아 연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그 돈이 연간 1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내 탈북자 중 52%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을 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자칫하면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는 위험이 크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과 친북 성향의 인사들은 김정은의 경제개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중국의 도움아래 김정은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정은이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실패해도 괜찮다. 인민으로부터 불만이 나오면 정책을 변경하면 된다”며 경제개혁에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기대감마저 갖는 모습이다. 일부는 김정은 경제개혁 조치를 북한의 근본적 변화와 연관 지어 근거가 희박한데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 실제로 유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은 1천600만명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에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런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 지도부를 향해 "군사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들 생활여건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원을 재분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루스만은 일본인 등을 납치하던 북한의 행태도 과거 김정일 집권 때와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정은은 군부를 향해 당과 수령에 끊임없이 충성을 요구하며 내부 권력을 다지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자신이 관할하던 국가안전보위부를 동원해 김정남의 평양 근거지를 습격하고 해외에 암살 조를 파견하는 등 세습체제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김정은의 경제개혁조치 등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근본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세습전후로 권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일 필요가 있고, 경제개혁조치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선택된 하나의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주민 식량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개선이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 언급했던 여러 언론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영양실조 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군부 실세가 권력 서열에서 밀려나고 노동당 출신이 전면에 등장하는 등 권력 간 갈등은 더 깊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두 권력교체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다.
아직 단정하기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김정은의 경제개혁조치가 지금처럼 지지부진하면서 식량난 개선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정은 체제가 순탄하게 이어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는 김정은 스스로 권력다툼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굳건해 보이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단순히 김정은이 세습체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이고, 나아가 남북통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최소한의 생존기본권도 보장하지 못해 중국에 기대는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그 후유증은 우리가 다 짊어져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넋 놓고 반색하는 것이나 남측의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모두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남북문제 있어 어느 진영의 고정된 틀에 갇혀 재단하기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최우선으로 두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탈북자들 송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북한 주민들의 곤궁하고 척박한 삶의 문제에 김정은이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개혁조치도 권력안정을 위한 일시적 조치로 끝내선 안 된다. 자신과 충성세력들은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사치품을 즐기면서 북한 주민의 생사가 달린 식량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 주민이 흘리는 피눈물이 김정은 체제를 직접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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