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환경 분야 세계은행이라 할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데 이어 우리나라가 주도한 첫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올 초 출범한 녹색기술센터(GTC)와 함께 완벽한 ‘그린 트라이앵글’을 이룬 셈으로, 세계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우리가 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 기술을 받는 나라에서 기술을 주는 나라로 완벽히 바뀌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6.25전쟁 직후 폐허가 된 상태에서 세계로부터 각종 원조를 받아 일어나야만 했던 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감개무량한 일대 사건이다.
이번에 완성한 ‘그린 트라이앵글’은 더군다나 기후변화, 환경 문제, 자원고갈 등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최상의 준비체제를 갖췄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계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에너지를 무한대로 소비하고, 환경문제를 소수의 문제로만 인식하며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기후 현상을 무시한 채 살아갈 수 없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가 이번에 완성한 ‘그린 트라이앵글’은 대한민국이 ‘미래’에 방점을 찍은 사건이다.
전략(GGGI)-재원(GCF)-기술(GTC)의 선순환 ‘녹색 고리’는 우리가 개척해나가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그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희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린 트라이앵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수도 기대에 못 미치는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GGGI가 본격적인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우리 국회로부터 비준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GGGI에 정부가 내놓은 3천만 달러의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GGGI 협정안은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실한 회계처리 등을 이유로 야당이 문제 삼고 있다. 정부에선 만일 비준이 미뤄지면 본부를 다른 국가에 뺏길 수도 있다며 비준을 호소하는 지경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관련 여러 성취들에 대해 보통의 국민들이라면 대다수 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내건 의제가 세계의 공감을 바탕으로 국제기구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 결과에 따라 예상되는 여러 긍정적인 기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GGGI 협정안 비준을 절대로 해선 안 될 만한 큰 하자가 있다면 국민에게 밝히고, 그렇지 않다면 트집을 위한 트집 잡기는 그만 해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덴마크, 호주, 영국 등 18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덴마크, 가이아나, 키리바시 3개국이 비준을 완료했는데, 정작 우리나라가 분명하고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정치 싸움으로 협정안 비준이 무산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정부의 ‘그린 트라이앵글’ 성과 홍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작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해결능력과 인지도, 역량에 대한 반성은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구미공단 불산 누출 사고와 산업부문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반대 목소리도 큰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별도로 여전히 환경 문제와 기후문제 등 ‘녹색 성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체감되는 정부의 노력도 여전히 미진하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언론 등이 지적한 대로 불산 누출 사고 등에서 보는 정부 당국의 모습도 답답하고 미심쩍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술센터(GTC) 와 같이 ‘녹색 성장’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관심과 응원,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 없이는 대한민국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고,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환경문제에 관한 우리의 대처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폄하하거나 냉소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도끼눈을 뜨고 팔짱을 끼면서 우리가 GCF를 유치할 자격이 있느냐는 태도도 그렇다. 그럼 우리가 GCF를 유치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세계는 뭐가 되느냐는 말이다.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정당한 비판과 감시를 넘어 지나친 당파성, 적대감으로 국가적으로 이룬 성취에 대해 비난만 퍼붓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대통령부터 관계 당국, 민간까지 함께 노력해 얻은 ‘그린 트라이앵글’ 성과는 우리가 분명 당당하게 자랑할 만한 일이다. 전략(GGGI)-재원(GCF)-기술(GTC)의 선순환 ‘녹색 고리’라는 성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일만이 남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 기업 등 모두가 한 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세계 ‘녹색성장’을 이끌 리더로 반짝하고 끝나느냐, 영원한 리더가 되느냐는 거기에 달려있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