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장미란 선수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실패한 후 바벨에 가벼운 손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던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토닥이며 기도를 올렸던 바벨은 아마도 평생 그녀를 괴롭혀 온 대상일겁니다. 자신을 짓눌러 온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그녀가 반드시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목표였겠지요.
운명적으로 처음 만난 이후 자신에게 깊은 고통과 함께 커다란 환희를 주었던 바벨과의 마지막 순간이 끝나고 장 선수의 얼굴엔 가벼운 미소마저 살짝 스친 듯도 했습니다. 그 무거운 쇳덩이와의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많은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그 순간 뭐라 표현하기 힘든 짠한 마음이 든 건 아마 그런 장 선수와 바벨의 마지막 싸움을 지켜봤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 나와서 나를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 드렸을 것 같아 염려스러워요.” “오늘 연습 때 한 것만큼 딱 한 것 같아요”
패배나 실패라는 단어가 사실일지언정 장미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건 아마도 마지막까지 바벨과의 싸움에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치열하게 임했던 그녀의 정직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역도는 연습한 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합니다. 부상으로 허리, 어깨, 팔, 다리 등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는 몸으로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려 이를 악물었을 장 선수가 올림픽에서 기적이나 요행을 바라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실패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요.
사실 장 선수가 그간 기울인 노력과 땀, 정신적 부담과 남모를 고통을 생각하면 ‘딱 연습한 만큼의 결과’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마음 아닐까요? ‘권선징악’,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등의 무수한 옛말이 아직도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통해 발현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장미란 선수가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인터뷰에서 자신을 응원해 준 국민 걱정부터 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그녀의 눈물에서 최선을 다한 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보고 뭉클해진 이들은 그런 장 선수에게 ‘기대 밖의 행운’이 오지 않은 점에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을 겁니다. 스포츠는 역시 냉정한 세계라고 해야 할까요?
장미란 선수는 이번 런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로서 공식 은퇴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인생을 또 다른 장미란으로 살아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녀가 평생 싸워온 바벨과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근사한 이별 장면을 생각하면, 그녀의 제2의 인생도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든 멋진 장면이 될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장 선수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 또 하나의 생각이 스치네요. 마지막 순간조차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국민을 생각했던 장미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대비되는 추한 모습들 말입니다.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했던 한 아름다운 스포츠 선수의 모습에서 많이 배워야 할분들 말이지요. 국민보다 권력추구가 앞선 분들의 마지막 순간은 어떨까요? 과연 그분들이 성패의 결과를 받아든 순간 장 선수에게 보냈던 국민들의 그 박수, 받을 수 있을까요?
장미란 선수에게 향한 성원과 박수가 경기의 결과 때문이 아니라는 당연한 부분을 알았으면 합니다. 결과를 받아들기까지 자신의 육체적 한계와 고통 정신적 고달픔 등,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불굴의 용기와 당당함, 그리고 사랑에 보답할 줄 아는 겸손함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한 장미란의 은퇴 무대를 통해 우리 정치인들도 아주 조금의 교훈이라도 제발 얻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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