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개월간 이어온 정치파업을 접고 사실상 업무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 등 사측에 대한 공격방식을 바꾸고 있다. 사측이 초기에 굴복하리란 예상과 달리 장기전을 이어오면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김 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빈틈없는 조화가 노조를 패퇴시킨 주요 원인이란 판단 하에 노조는 두 사람의 틈을 벌려놓겠다는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MBC노조는 12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자신의 꿈은 ‘MBC 사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는 소식이 사내외에 알려지면서 MBC 구성원들 사이에 실소와 공분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최근 한 MBC 퇴직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같이 말했고, 이 말을 들은 퇴직자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들에게 발언 내용을 전하면서 MBC 구성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진숙 본부장의 야심을 ‘황당한 꿈’이라고 비난한 뒤,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 본부장이 차기사장 자리를 노리고 뛰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데도 이 본부장이 줄기차게 만남을 시도하는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본부장이 접촉하려는 대상이 새누리당 원내 핵심 지도부와 주요 인물군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장직을 의식한 행보라고 노조는 비난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평가 여부와 상관없이 김 사장을 보좌해온 임원의 한 명인 이 본부장과 관련해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며 “김 사장의 측근이었던 임원이 추호라도 ‘포스트 김재철’을 염두에 둔 것 같은 행동을 자제하지 않는 것은 인륜을 저버린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명예훼손을 걸 수 있나 알아봐야 하겠다”
이에 대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임원들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마타도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그런 발언에 대해 단 한 글자도 옳은 게 없다”며 “그런 취지, 그런 희망, 그런 시사 등 그 어떤 유사한 단어를 끌어들여 아전인수를 해도 할 만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열린 임원진 회의에서도 노조의 주장은 ‘소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진숙 본부장은 “수명의 퇴직 사우를 만날 수 있고, 이런 저런 사람도 다 만나고 있다”며 “선배님들이 (노조가) 마타도어나 해사 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이 되고 싶은데 못해서 미안하다며 이 본부장이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는 전화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 김재철 사장을 비난했듯이 이런 식으로 헐뜯으면 오해를 하게 돼서 분명히 그 자리에서 밝혔다”며 “경영진을 서로 이간질시키려 하는데 임원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노조의 수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또 노조 주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걸 수 있나 알아봐야 하겠다”며 “노조는 발언 사실을 전한 퇴직 사우가 누군지 밝혀야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반년에 가까운 MBC노조의 정치파업에 이골이 난 네티즌들도 노조의 행태에 비슷한 의견들을 많이 보였다. 12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분야별 주요뉴스에 걸린 헤럴드경제의 ‘“이진숙, MBC 사장 꿈꾼다” 파문’ 기사에는 노조의 황당한 주장과 언론의 행태를 꼬집는 댓글이 여럿 보였다.
아이디 ‘wpss****’는 ““안철수, 대통령 꿈꾼다” 파문”이란 짤막한 댓글로 억지로 논란을 키우려는 듯 제목에 ‘파문’을 붙인 언론의 천박한 행태를 꼬집었고, 이 밖에도 여러 네티즌들이 “문재인 대통령 꿈꾼다 파문” “김두관 대통령 꿈꾼다 파문” ““A사 신입사원 사장 꿈꾼다” 파문” 등 조롱조 댓글을 이어 달며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 ‘kwan****’은 “이진숙 기자에 대해 잘 몰랐는데 TV조선 판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 보고 참 똑똑한 여자고 원칙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MBC노조 힘들거다. 이진숙을 이기려고 온갖 음해를 꾸미는구나. 열심히 해봐라. 이진숙에게 이길 수 있을지”라며 노조를 비판했다.
아이디 ‘zzan****’를 쓰는 네티즌 역시 “회사원한테 꿈이 뭐냐라고 물어보면 조직의 최고 자리 오르는 것이라 답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별걸 가지고 트집 잡는다. 노조에 속한 애들한테 물어봐도 CEO되는 것이 꿈이라고 할 것”이라고 혀를 찼다.
계속되는 언론플레이, 사실상 김재철 퇴진 확신 못하는 탓?
이처럼 벼랑 끝으로 몰린 노조의 행태가 급기야 저질의 ‘이간계’로까지 내려가자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조롱받는 처지로까지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다 해도 노조에 김재철 사장을 퇴출시키기 위해 딱히 뚜렷한 비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측은 김 사장의 법인카드를 불법으로 외부 유출한 직원 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소하는 등 원칙대응 방침을 더 확고히 하고 있다. 김 사장의 배임죄를 주장하는 노조는 현재까지 뚜렷한 물증을 내놓지 못한 채 계속해서 노조 특보를 통해 끊임없이 의혹 부풀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MBC 경영진과 여권은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에 대해 전혀 합의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노조가 8월 김 사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좌파언론들을 통해 계속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노조가 김 사장의 퇴진을 전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사실상 여론선동에 실패한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배임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김 사장이 유임된다면, 파업 중 각종 무리수를 둔 노조의 앞날은 더욱 어두울 전망이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한 각종 고소고발 결과에 따라 더 많은 노조 핵심인사들이 MBC를 떠나고, 많은 노조원들이 징계를 당할 경우 노조 활동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MBC노조의 정치파업을 계기로 애국우파진영의 MBC민영화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철밥통을 보장받던 공영방송 노조원들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MBC노조의 진짜 위기는 파업이 아닌 업무 복귀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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