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해찬 후보의 ‘적대적 언론관’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가 5일 출연한 한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도중 북한인권법 문제와 임수경 의원 ‘변절자’ 발언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자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 방송사고의 후폭풍이 일고 있는 것.
이 후보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했다. 김갑수 앵커는 초반 민통당 대표 경선 얘기를 나누다 “뜨거운 문제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다”면서 북한 인권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김 앵커는 "임수경 의원의 발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부터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측에서는 입장이 곤란하니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등의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인터뷰 초반 차분히 답변을 이어가던 이 후보의 태도가 돌변한 건 이 때부터다. 이 후보는 북한인권법과 임수경 파문에 대한 질문을 파고들던 김 앵커에게 "인터뷰를 계속 이렇게 하실겁니까"라며 "저에 관한 당대표 후보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나서 탈북 문제나 이런 문제로 인터뷰를 하시면 원래 취지와 다르지 않습니까, 언론이 왜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항의했다.
이에 당황한 김 앵커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현안에 관련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이 후보는 바로 "오해는 무슨 오해예요. 저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나서 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자꾸 인터뷰를 하십니까"라고 호통을 쳤다.
김 앵커가 다시 "당대표 후보시니까"라고 설득했지만 이 후보는 "당대표 후보라도 원래 취지에 맞는 질문을 하세요. 그래야 제가 답변을 하지요"라고 화를 내며 생방송 도중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난처해진 김 앵커는 "생방송 중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진행자인 제가 임의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질문을 드리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그렇지만 이해찬 후보의 모습에 저희도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분명히 항의하겠다, 청취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이 후보가 낸 ‘방송사고’는 즉각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언론 인터뷰 중 질문 내용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태도는 공당의 대표로 나선 사람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그의 적대적·고압적 언론관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트위터에 “2004년 이해찬이 베를린에서 ‘조선, 동아는 내 손 안에 있다’며 ‘까불지 마라’고 주정에 가까운 객기와 호기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면서 “YTN 인터뷰 속 이해찬은 2004년 취했던 술이 깨지 않은 채 왕 같은 국무총리로 군림하던 노무현 시절의 그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임수경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고, 북한 인권은 모두의 관심사”라며 “이런 것이 부담스럽다면 당 대표 후보 사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정부비판을 ‘색깔론’으로 규정, “역사의 반역자”라며 맹비난 한 바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라며 보수언론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바 있다.
북한 인권이나 임수경 의원의 변절자 발언에 대한 YTN측 질문이 바로 그런 보수언론의 프레임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 불쾌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후보는 파문이 일자 “보수 언론의 신매카시즘(색깔론) 선동에 맞서겠다”며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종북주의 논란과 비판여론이 드높은 현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유력 당 대표 중 한 사람인 이 후보의 적대적 언론 태도는 향후 민통당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총리를 지낸 열린우리당이 보수언론과 전쟁하느라 민생보단 이념대결에 치우친 것도 2007년 대선에 악영향을 끼친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그의 적대적 언론관이 올 대선에서도 민통당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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