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젖소의 광우병 발병 소식에 조선일보와 동아·중앙일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발생한 젖소가 수입되지 않는 고월령(10년 7개월)인 점을 들어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국민 건강이 걸린 문제인 만큼 국민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을 잣대 삼아 방침을 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입 중단과 같은 검역 중단을 요구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사설과 논설위원 칼럼으로 “우리 사회가 또다시 이런 거짓과 괴담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박근혜는 검역중단을 주장했다. 반대 세력에 동조한 것이다. 과연 박근혜 판단력은 안전한가”라며 직간접적으로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먼저 조선일보는 4월 30일 사설 "정부는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냈었다. 정부는 이제 와 그 광고에 대해 '국민이 위험에 처한다는 판단이 들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뜻이었는데 한정된 지면 때문에 표현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정부가 4년 전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그런 정부가 '우리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하는 지금 말 또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정부의 현 광우병 대응태도를 비판했다.
또 "이 정부는 집권 초 국민 건강보다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앞세우는 모습을 보였다가 촛불 시위를 불러들였던 전과(前科)가 있다"며 "정부가 그때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광우병 발생에 대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입장은 조선일보와는 달랐다. 동아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지금 여야는 당시의 신문광고를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4년 전과 똑같은 미봉책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2008년 촛불시위 때 나온 ‘어떤 유언’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고 돼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또다시 이런 거짓과 괴담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좌파진영과 같은 주장을 한 박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사설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과학적 사실을 존중하기보단 포퓰리즘으로 ‘광우병 정국’에 임한 박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최근 좌파진영 비판과 함께 새누리당의 박근혜 1인독주 현상의 폐해를 지적하는 등 균형있는 칼럼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김진 논설위원은 이날 '광우병에 흔들리는 박근혜'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박근혜는 진실 파악 능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사회가 흔들릴 때 지도자의 능력이 드러난다"며 "이토록 중요한 국면에서 박근혜는 검역중단을 주장했다. 반대 세력에 동조한 것이다. 과연 박근혜 판단력은 안전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는 역사적·현실적으로 안전하다"며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한다. 2008년 파동 때도 이전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2건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억 인류 중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를 알기에 세계인은 요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김 논설위원은 "박근혜 위원장 등이 주장하는 검역중단은 사실상 수입 중단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반격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은 비(非)과학적인 국민이 된다. 4년 만에 다시 근거 없는 불안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라며 "2008년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 박근혜는 이를 들어 ‘신뢰의 정치’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수세에 몰린 정부의 ‘감성적인’ 광고였다. 수개월 후 여야는 ‘이성(理性)’을 되찾았다. 수입 중단을 정부가 판단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 것"이라고 현 정부의 입장이 합리적 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근혜는 광우병 파동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4년 전 그는 쇠고기 파동에 대해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라면서 "이는 사실과 틀린 것이다. 당시 촛불은 처음엔 ‘국민건강’이었다. 그러나 곧 미신과 선동, 반미(反美)가 섞이면서 이념 사태로 변질됐다"고 ‘광우병 정국’에 임한 박 위원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진실 파악 능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하다"며 "지도자라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 미국산 쇠고기 안전에 위험이 생긴 상황은 없습니다. 세계인은 차분하게 대처합니다. 우리도 정부를 믿고 지켜봅시다. 4년 전처럼 괴담이나 선동에 휩쓸려선 안 됩니다. 저는 오늘 저녁 미국 쇠고기를 먹을 겁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제2의 광우병 정국을 맞아 조선일보가 위기 타개책으로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그보다는 사실을 중시하는 언론 본연의 태도를 더 강조한 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