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당 정강·정책의 ‘보수’ 용어 삭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보수와의 결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비대위원의 ‘보수 삭제’ 주장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국민들 피부에 실질적으로 와닿는 정책을 내면서 거기에 뒤따르는 정강정책 개정이 국민들에게는 더 와 닿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을 잘 살게 하려는 것인데 찬반이 되다 보면 잘못된 논란으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밝혔다.
황 대변인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의 삶에 고통스러운 것을 정치권이 해결해주고 안전하게 살아야 하는 게 최대 관심”이라며 “그런데 현재 정강정책이 2006년도에 만들어진 것이라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 고쳐갈 필요는 있지만 실질적인 삶에 관한 내용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먼저 느끼면서 정강정책도 고쳐야만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변인은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면서 “박 위원장 생각은 먼저 쇄신의 흐름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강정책이 필요하다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라며 “이에 앞서 이념논쟁, 찬반논쟁으로 가면 다른 쇄신 논의가 이 논쟁 속에 묻혀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당내에서의 논쟁이 국민들을 위한 쇄신 논의보다 먼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황 대변인은 “비대위원들이 개별적 인터뷰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내용이나 필요 이상의 논쟁을 유발시키는 데 대해 박 위원장도 쇄신의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박 위원장은 당 비대위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자체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보수’ 용어 삭제 문제엔 분명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채 정강정책 수정 필요성만을 강조해 김 위원의 ‘보수 삭제’ 주장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돈 비대위원도 "김종인 비대위원이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면서도 "영국의 보수당에도 정강정책에 `보수`란 표현이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 김 비대위원의 ‘보수 삭제’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비대위가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과 관련해 "보수층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보수층에는 한나라당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 지지층 이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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