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야권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노골적으로 밀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적극 부각시켰다.
2011년 12월 21일부터 2012년 1월 3일까지 국회를 출입하는 취재, 사진, 촬영 기자 등 국회출입기자 197명을 상대로 미디어오늘이 실시한 ‘2012 선거전망’ 여론조사에서 49명의 기자(24.9%)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문 이사장을 꼽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8%(35명),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15.7%(31명),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10.2%(2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원장 등의 선호도가 높지만, 국회 기자들은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이사장을 대통령에 더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며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6.9%(53명)로 22.3%(44명)를 얻은 안철수 원장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또 “그러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0.5%(1명), 정몽준 전 대표 0.5%(1명) 등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쪽 후보들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반면, 범야권은 안철수 원장(22.3%) 이외에도 문재인 이사장 17.8%(35명), 손학규 전 대표 7.1%(14명), 김두관 경남도지사 4.6%(9명) 등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주목받는 유력 후보가 여러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회 기자 가운데 범야권 쪽 후보들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51.8%에 달했고, 한나라당 후보들을 선택한 이들은 27.9%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로는 응답자 91.9%(181명)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선택했고, 김문수 경기지사 5.1%(10명), 정몽준 전 대표 0.5%(1명) 등의 순으로 꼽았다. 범야권 예상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문재인 이사장 32.5%(64명), 안철수 원장 29.4%(58명) 등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도 17.3%(34명)가 뒤를 이었다. 김두관 경남지사를 예상한 이들은 5.6%(11명)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여론조사는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상시 출입기자(국회수첩 최신판2011년 8월 8일 기준) 486명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 전화 설문조사, e-메일 조사 등을 병행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여론조사는 출입처를 옮기거나 전화불통, 응답거부 등을 제외하고 1월 3일까지 자료가 취합된 기자 197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이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등 국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이번 조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디어오늘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을 약 1년 앞둔 현재 국회라는 정치의 중심부에서 직접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안목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또 정치전문가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정치부 기자들의 시각을 통해 정국의 흐름과 향후 선거 결과를 간접적으로 예측해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문재인 이사장의 질주는 눈여겨 볼만하다.
대선 1년 전 정치부 기자들 대상 여론조사는 ‘무용지물’
그렇다면 정치부 기자들의 이 같은 예측과 분석은 얼마만큼의 적중도를 보일까? 미디어오늘이 창간 11주년 기념으로 2006년도에 실시한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에 비추어보면 정치부 기자들의 예측과 판단력은 전혀 신뢰할 것이 못된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11주년을 맞아 지난 2006년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52개 언론사 국회출입기자 13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손학규 당시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적합도’ 부분에서 1위(24.6%)를 차지했다. 당시 손 지사가 얻은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얻은 24.9%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2위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11.5%)이 차지했고, 이명박 서울시장, 천정배 법무부장관(10.8%) 이 뒤를 이었다.
고건 전 총리는 8.5% 였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6.9%),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3.8%), 이해찬 전 총리(3.1%),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2.3%), 정동영 우리당 의장(1.5%)의 순이었다.
당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는 강금실 우리당 후보가 43.8%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22.3%)를 약 두 배 차이로 앞질렀고, 경기지사 적합도의 경우 진대제 우리당 후보가 53.1%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31.5%)보다 높았다.
그러나 정치부 기자들의 예상과 현실로 나타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조사가 있은 지 약 1년 6개월 후인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의 주인공은 손학규 전 지사가 아닌 이명박 서울시장이었다. 또 정치부 기자들이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꼽은 몇 몇 인물은 대선에서 아예 존재감도 희미했다. 반면 정치부 기자들 눈에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정동영 당시 우리당 의장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나란히 대권 후보였고, 언론이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와 15.1%라는 놀라운 지지를 얻기도 했다.
대선 뿐 아니라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적합도에서도 정치부 기자들의 시각과 국민의 시각은 완전히 어긋났다. 정치부 기자들은 강금실 우리당 후보를 가장 적합하다고 봤지만, 국민은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고, 경기지사도 기자들은 진대제 후보를 꼽았지만 국민들은 김문수 지사를 뽑았다.
이 같은 결과만 놓고 보면 국회 현장에 있는 정치부 기자들의 시각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그런 기자들을 상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역동적인 한국 선거에서 약 1년전에 실시한 미디어오늘의 이런 여론조사는 ‘정치선동’ 외에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물론, 단 한 번의 과거 사례만 놓고 미디어오늘의 여론조사 결과를 100% 무의미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조중동 등 언론사의 여론조사 행태를 지적하고 결과에 대해 비판해온 만큼, 정치부 기자들의 주관적 호불호에 크게 기댄 이런 여론조사 역시 민심과 동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그 현실만큼은 미디어오늘이 똑바로 직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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