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을 결국 다시 불러냈다.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로 홍준표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불가피하게 된 것.
유승민 최고위원은 7일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사전에 박 전 대표에게 보고는 못드렸지만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면서 “(당 운영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박 전 대표의 말씀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당의 모든 식구, 당원들의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기등판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 최고위원이 사전 논의 없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던진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패배 후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당 쇄신 문제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등 홍 대표 체제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고,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뜻 하지 않게 조기 등판을 요구받게 된 것에 더해 박 전 대표 리더십은 또 하나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부자정당’ ‘기득권 정당’ 등으로 당에 입혀진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과연 박 전 대표 본인이 가진 기득권부터 당장 내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인적 쇄신보다는 정책쇄신을 앞세우는 등 당 쇄신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홍 대표 체제 붕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 보다는 대선행보를 우선시 한 결과라고 꼬집기도 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존폐 위기의 기로에 놓인 당을 구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정책쇄신 정도로는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 해소에 절대 역부족인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떤 희생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 탄핵역풍의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천막당사’로 대변되는 희생적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듯 이번에도 그런 진정성이 필요한 셈.
이런 맥락에서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위원은 7일 ‘한나라, '임명직' 의원들이 결단해야’란 칼럼을 통해 그 한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김 논설위원은 지난 2004년 총선 때 26명의 불출마로 한나라당이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서울 강남권과 대구·경북 의원들 상당수가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나라당 사람들은 자기 욕심 채우기에 바쁘다'는 국민들 생각도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친박(親朴)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 의원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한나라당호(號)는 내년 4월 총선이라는 목적지까지 운항이 어려운 상태”라며 “배가 가라앉는 것을 막으려면 적잖은 인원이 스스로 내려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박 전 대표 기득권 포기 여부에 달려있다고 조언한 셈이다.
바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조기 등판 무대에 설 박 전 대표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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