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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열린당의 함정에 빠져버린 박원순

위기 극복하려 종북좌파와 손잡았다간 자멸할 수도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여론조사(RDD·임의번호 걸기) 결과, 나경원 후보는 51.3%, 박원순 후보는 4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 42.8%, 박원순 후보 48.8%였다. 특히 적극적 투표 의향층에서는 나경원 54.6%, 박원순 43.9%로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표 결집도에서조차 10% 이상 나경원에 밀리는 박원순

더 충격적인 것은 현재의 지지 후보를 지속하겠다는 여론이 나경원 후보의 지지층 중 77.4%인데 반면 박원순 후보의 지지층은 66.7%에 불과, 1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지지도 뿐 아니라 지지층의 견고함에서 박원순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 크게 밀리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보수층의 선거 전략이 아직 제대로 가동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세가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초기에 나경원 후보에 약 20% 정도 앞서다, 후보 등록 시기에도 10% 정도 앞서있었다. 이는 박원순 후보가 여권의 주요 텃밭인 강남과 중도층을 잠식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보수층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좌파성향 노선을 적극 부각시키며 중도층의 표 이탈 전략을 준비해왔고, 이와 더불어 박원순 후보가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 등의 무분별한 기부금 수령 등 원칙의 이미지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박원순 후보의 병역기피와 허위학력 논란이 크게 번졌고, TV토론에서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데 이어, 양화대교 완공을 중단하겠다는 등의 아마튜어식 발상이 문제가 되며, 여권의 전략이 가동도 되기 전에 판세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될 것이라 전망해온 부인의 불법 인테리어 사업과 아름다운재단의 불법 모금 의혹 관련 검증을 시작도 하지 않은 단계에서 말이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철저히 유시민으로 상징되던 열린우리당 노선과 전략으로 선거에 임해왔다. 기존의 민주당의 틀에서 벗어나, 비호남 유권자 층을 공략하는 한편, 민노당식 좌파노선 역시 ‘시민운동가’의 이미지를 통해 한발 빗겨나면서 중도층에 어필해왔다. 바로 이러한 전략으로 선거 초반에 기선을 제압했으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이러한 전략이 발목을 잡게 되는 형국이다.

제 정파마다 박원순의 위기 분석과 해법 다른 게 더 큰 위기 불러올 것

당장 민주당과 민노당은 박원순 후보의 궤도를 수정할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원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민노당과, 민주당 내의 종북좌파 노선을 걷고 있는 정동영 의원 등은 더 강력한 종북좌파노선을 천명하며 MB정부 심판론을 내세울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한미FTA 문제로 국가정체성 논쟁이 벌어질 상황이기 때문에 박원순 후보는 이를 피해가기도 어렵다.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 저하에 대한 제 정파들 간의 분석과 해법이 다르기 때문에 박원순 후보는 이를 어정쩡하게 봉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호남 유권자층에 구애를 하면서도,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노당의 좌파노선에도 부합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원순 후보의 강점인 중도 이미지가 완전히 훼손되며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노무현 정권 내내 유시민의 열린우리당이 늘상 겪어왔다. 민주당의 호남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민주노동당의 좌파노선과 차별화하기 위해 해외파병, FTA, 복지 문제 등에서 우파 노선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좌파 유권자층의 지지를 모두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주로 역사 문제 등에서 과격한 발언을 하며 전통적 좌파 지지층의 이반을 돌려놓으려다 중도층의 지지마저 잃어버려, 각종 재보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전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현재 박원순 후보는 유시민의 열린우리당이 걸었던 길을 압축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마치 기존 정당과는 동 떨어진 신선한 인물처럼 나타나 민주당과 정통 좌파 지지층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여, 지지율을 높였지만, 지지 가반이 허물어지면서, 다시 이들에 구애를 하여 중도 지지층마저 잃게 되는 과정이 매우 유사하다.

9%까지 지지율 떨어졌던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박원순이 뒤따를 수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2007년 들어서 지지율이 9%대 한자리로 떨어지는 참혹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FTA 반대를 천명하는 등 민노당식 종북좌파 노선으로 기울어진다면, 열린우리당 몰락의 길을 그대로 따가게 되는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상징 유시민은 이명박정부 들어 또 다시 분당을 하여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뒤, 사상 전향을 통해 노정권 당시 그토록 비난해왔던 민노당과 손을 잡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민노당과의 통합실패 이후 어느새 박원순 후보 지지를 했다며,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한 듯하다.

유시민은 실패를 반복해도 또 다시 재기의 길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으나, 항상 남을 비판하며 공격만 해온 시민운동가의 지위에 올라있던 박원순에게 그런 재주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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